◈ 아래 사진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 음반 (CD, DVD)
타이틀 / 비발디 사계 4 Seasons
바이올린 독주자들 :
크리스토퍼 히론스<봄>, 존 홀로웨이<여름>, 엘리슨 버리<가을>, 케터린 멕킨토시<겨울>
지휘 :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
연주 : The Academy of Ancient Muaic
제작 / Decca, 1989년 디지틀 스테레오
◈ 유튜브 듣기
Vivaldi Le Quattro Stagioni
지휘 : Christopher Hogwood
Academy of Ancient Music
http://youtu.be/TScTtkLYxYg?si=7nP1oTYkz8TBVFk0
일본인들은 정격음악(定格音樂) 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고음악>또는 <시대음
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영미에서도 Early Mus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 용어도 무리는 없을 듯싶다.
고음악을 쉽게 설명하자면 연주에 있어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는 것이다. 18세기의 작품은 18세기의 악기와 주법(奏法)과 해석으로 연주하자는 것이 시
대연주의 지향점이다. 때문에 시대음악 연주자들은 고악기를 사용하고 원전에 충실한 연주
법을 연구한다.
시대연주의 시도는 이미 17세기부터 시시때때로 시도되어 왔지만, 21세기에 새로운 연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대연주의 출발 지역은 영국이다. 연주 분야에서 상대적 강국임을 내
세우는 그들답게 시대연주에서도 그들은 선구자적 역활을 맡았다. 그 기수는 저명한 리코
더 연주가이고 고음악 연구가였던 데이비드 먼로(David Munrow, 1942∼1976)였다. 먼
로는 1967년에 <런던 고음악 콘서트>를 결성하고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을 전혀 새로운
창조감각으로 재현시켜 시대연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그의 영향을 받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트레버 피노크(Trever Pinnock) 등이 그르 따라 이 분야의 첨병으로 나섰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 1941-2014)는 시대연주 세계에서 가장 빛
나는 존재였다. 하프시코드 연주에 능한 호그우드는 대이비드 먼로의 음악적 이상에 강한
공감을 갖고 활동하던 중 먼로가 33세의 나이로 요절하기 3년 전 1973년에 고악기 연주
자들을 규합해서 시대연주 전문 앙상블 The Academy of Ancient Music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콘서트는 물론 레코딩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비발디, 헨델, 모차르트 등 17∼8세 기악
곡들을 발표했다. 이들 녹음을 통해 풍부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은 호그우드는 베토벤의 교
향곡 전곡 녹음도 완성했다. 현대 악기를 통해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었던 풍요롭고 생명
감 넘치는 신선한 호그우드 사운드는 음반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환영을 받았고 전 세계에
고악기 붐을 일으켰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게 四季>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기도
하다. <빨간머리 신부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지는 비발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이다.
1678년생인 비발디는 15세 때 삭발하고 성직의 길에 들어섰고 25세 때 사제 서품을 받
았다. 사제가 된 그해에 베네치아의 <피에타 여자고아원> 관리 신부로 취임했고, 이후 평
생토록 이 고아원에서 음악 책임자로 봉직하였다.
4계는 서양음악 사상 최초의 표제악적 협주곡이라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 비발디는 표제
의 이미지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각 악장에 소네트를 붙이고 마치 시를 음악으로 번
역 하듯 소네트의 음악화 작업을 이행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대중적인 친화력을 갖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련된 현 앙상블, 절묘한 독주와 총주의 겨루기
(리토르넬로 형식), 화려한 독주 바이올린의 움직임은 다른 협주곡에선 발견되기 어려운
독특한 경지라고 할 수 있겠다.
봄이 활짝 열린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정경과,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새떼의 모습을 배경
으로 시작되는 이 디스크는 비발디의 고향 베네치아의 4계를 다양한 풍물, 당시 화가들의
그림들을 활용하여 악상의 자연스러운 이해를 돕고 있다. 18세기에 베네치아에서 활약한
저명한 화가들
카나레트, 게아르디, 디에볼로, 리치의 회화들과
베네치아의 가장 무도회,
끝없이 연결된 水路들,
드넓은 성 마르코 광장의 비둘기 떼,
봄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들은 한결같은 고음악 앙상블의 색채감각을 들려주고 거기
에 더해 뛰어난 명연과 멋진 하모니를 들려준다.
특이한 것은 이 디스크에 수록된 4계는 작품마다 독주자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을
녹음한 수많은 음반들이 있지만 개개의 곡에서 독주자를 달리한 경우는 지극히 드문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4계 연주에서 가장 앞서있는 <이 무지치>의 경우에서도 독주자는
늘 한 명이었다. 따라서 호그우드가 독주자를 각각 달리한 것은 너무도 새롭다.
한편, 앞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이 앨범이 갖고 있는 최대의 매력은 비발디가 사용한 소네
트의 내용과 배경그림이 기막힌 일체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디스크의 제작자이자
연출자인 크리스 헌트(Chris Hunt)의 설명을 소개한다.
봄의 소네트는 “봄이 왔다. 새들은 기쁜 노래로 봄에게 인사 한다”고 시작한다. 그러면 여
기에 디에블로의 <별장에서의 무도>등 당시의 회화를 배경 삼고 실제로 베네치아의 하늘
을 나는 새의 영상을 수록했다.
봄의 제3악장에서 “님프들과 목동들은 전원풍 뮤제트의 기운찬 가락에 맞춰 눈부신 봄날
에 친한 사람 집에서 춤추고 있다“는 소네트가 연주될 때는 역시 님프와 목동의 영상을
배경으로 삼았다.
여름의 소네트는 “이 무더운 계절엔 타는 듯한 태양으로 사람도 가축도 활기를 잃고 있
다”고 시작되는데 무더운 베네치아와 리도 해안의 해수욕객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악곡의
무드를 강하게 전달했다.
가을 시작 부분에서는 베네치아 근교 보갈롱의 보트 경기대회를 음악과 일체화시키기 위
해 3천개 이상의 카누, 요트, 곤돌라를 사용했다.
마지막 겨울에서는 눈 덮인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서 비발디가
표현한 4계와 베네치아의 현실적 4계를 접합시키는 결과를 도출했고, 이것이 작품의 분위
기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The Academy of Ancient Muaic의 신선미 넘치는 앙상블은 경
이로운 체험으로 다가온다.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무직>이 그랬고, 헨델의
<물의 음악>이 또한 그러했다. 단지 이 앨범과 다른 측면이 있다면 그것들이 단지 오디오
만이었기에 듣는 이에게 상상력이라는 보너스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
상물은 제한적인 감동을 주는 약점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AV가 지니는 한계성이고 취약
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디스크를 애써 소개하는 것은 앞에서 열거한 몇가지 특징들
이 대단히 획기적이고 역사적이라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확실히 이 AV는 18세기와
20세기가 조화롭게 만나고 어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 제작자는 막대한 자금
을 투입했고, 그럼으로써 자칫 일상적인 그림으로 그치기 쉬운 콘서트 영상에 새로운 세계
를 제공할 수 있었다. 나무랄 데 없는 디지틀 스테레오 음향과 계산된 영상미가 한데 어
우러져 듣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제작자 헌트의 장인정신이 부럽고, 비발디의 새롭
고도 고전적인 재현이 마냥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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