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CD, DVD)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uskau, 1925–2012)
피아노 :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1947- )
제작 : VTTV Berlin, 1991년, Sony Class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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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 겨울 나그네 중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
Dietrich Fischer-Dieskau
Murray Perahia
http://youtu.be/Mt7Gv_uhvoY?si=rdtt1npdoXgPn_hp
디스카우는 1925년 5월 28일, 베를린 서남부 쉐렌돌프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미성의 테너였는데 고등학교 교사를 지냈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디스카우는 3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맏형은 합창 지휘와 작곡,
둘째형은 20세 때 요절했다.
디스카우는 16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했는데 게오르그 발터가 그의 스승이었다. 베를
린 고등음악원에서는 헤르만 바이센보른을 사사했고, 특히 독일 가곡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을 받
았다. 2차 대전이 발발해서 군에 입대하는데 1943년에 포로로 잡혀서 1945년까지 이탈리아 포로
수용소에서 지냈다. 이 시절 디스카우는 슈베르트 가곡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했다.
전쟁이 끝나 귀국해서 베를린 고등음악원 시절의 연인이었던 부펜을 만나 프라이부르크에 거처를
정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1947년,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강당에서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를 노래하면서 데뷔했다.
같은 해, 루루 지방 슈르하임에서 브람스의 <도이치 레퀴엠>의 솔로를 맡았고
잇달아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 독창자로 연주했다. 이 연주로 호평을 받고 용기를 내서 베를린
국립 오페라 하우스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 오디션에 통과하지 못해 심한 좌절을 느낀다.
나날을 실의 속에서 보내고 있을 때 베를린 미군방송국의 에르나 실레르 부인이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방송으로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곡을 연주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 방송 연
주는 크게 성공했다. 베를린 시립 오페라 하우스가 계약을 제의할 정도의 성공이었다.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로드리고 역으로 오페라 무대를 처음 밟았다. 그러나 이 무대는 본인
조차 불만스러운 연주였다. 베를린 고등음악원 바이센보른 교수의 지도를 다시 청해서 연습에 매
달렸다. 그 결과 1949년, 레오폴드 루드비히가 지휘한 <탄호이저>에서 볼프람 역을 노래하면서
유명한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에서 절창을 들려줘 객석을 뒤집으며 오페라 가수로 비로소 탄탄한
입지를 만들었다.
1950년엔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바렌틴 역으로 베를린 예술상을 받았다. 이후 그의 무대는 세계
도처의 오페리 하우스와 연주 홀로 확대되었고 1954년엔 바이로이트 바그너 음악제에도 초빙되
었다. 1955년의 미국 투어에서 그의 명성은 더욱 빛났다. 그 중에서도 뉴욕 타운 홀에서 열린
<겨울 나그네> 전곡 연주는 역사적 명연주로 기록되고 있다.
디스카우는 오페라에서도 뛰어난 가수였지만 역시 그의 진면목은 독일 가곡이다. 연주회와 음반,
연구 논문을 통해서 그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독일 가곡의 세계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예술
성의 극점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한 위대한 성공이 부단하고도 초인적인 자기 수련과
연구에서 획득된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2옥타브 반의 성역을 구사해서 바흐에서 현대에 이르는 매우 폭 넓은 연주는 문자 그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만의 독특한 피아니시모는 아류
(亞流)를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고, 바로 이러한 창법이 그의 독일 가곡연주를 한 차원 높은
예술성으로 이끄는 원천이었다.
디스카우는 지금까지 <겨울 나그네> 전곡 녹음을 6번이나 했다(1955년, 1963년, 1965년, 1972
년, 1979년, 1992년). 또한 이들 녹음에는 6명의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반주자로 등장한다. 제
랄드 무어, 예르그 데무스, 다니엘 바렌보임, 알프레드 브렌델, 머레이 페라이어 등이다.
그런가하면 6년간에 걸쳐 <슈베르트 가곡 전집>(3권 29장)을 그라마폰 레이블로 발표했고,
이어서 <슈만 가곡 전집>과
<볼프 가곡 전집>을 역시 그라마폰을 통해 발표하는 초인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의 음반 중에서 특히 역사적인 명반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빌헬름 플루트벵글러가 지휘한 말러
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Angel 레이블)를 손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성악가와 저술가, 지휘자로 폭 넓은 활동을 통해서 그가 이룩한 음악적 업적은 인류 문화사를 통
해서 가장 소중하게 기록될 것이다.
<겨울 나그네>는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와 더불어서 슈베르트의 3대 가곡
집이다. 겨울 나그네는 독일 서정시인 빌헤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의 시집을 텍스
트로 삼고 있다(작곡 1827년). 모두 24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집이다.
한 젊은이가 어느 겨울 밤 연인의 집을 나와 정처 없이 차가운 겨울을 떠돌다 끝내 허무하게 죽
어 가는 플로트를 갖고 있다. 겨울의 얼음과 눈 속을 방황하며 인간고의 참담함을 노래한다. 때문
에 24곡 가운데 대부분이 슬프고 어두운 단조의 조성이고, 장조는 불과 7곡에 지나지 않는다. 특
히 피아노 반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높은 예술성을 지니고 있어서 반주부만 따로 떼어서
연주해도 어떤 훌륭한 피아노 독주곡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디스카우가 처음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 것은 1943년 1월 30일이었다. 당시 그는 불과 17살의
나이였고 2차 대전 와중이었다. 연주는 베를린 근교의 체흐렌도르프(Zehlendorf) 타운 홀에서 열
렸는데 노래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공습 사이렌이 울려서 대피해 있다가 1시간이 지난 뒤 공습
이 해제되고 다시 연주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이미 <겨울 나그네>는 디스카우와 특별한 운명이 된 셈이다. 이후 근 50년간 끊임없이
이 노래에 도전했고, 새로운 겨울 나그네 앨범이 나올 때나 연주회가 열릴 때 세계는 그의 새로
운 해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의 <겨울 나그네>는 성악인들에겐 마치 성서 같은 존재로 여겨
진다.
디스카우는 6번 <겨울 나그네>를 녹음했고 그 때마다 피아니스트를 바꿨다. 새로운 해석엔 새로
운 피아니스트가 필요해서 였다. 새로운 도전과 새 맛을 내기 위해서라도 전혀 새로운 피아니스
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디스카우는 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디스카우로서는 6번째 <겨울 나그네> 녹음인 이 앨범에 등장하는 피아니스트는 머레이 페라이어
(Murray Perahia)다. 대체로 성악 반주에 나서는 피아니스트들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은 ‘자
기 억제’다. 반주자의 개성이 너무 뚜렷하면 성악이 상대적으로 곤란해지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
다.
성악 반주의 선구자였던 제랄드 무어(Gerald Moore)도 “반주자는 자기 억제에 익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레이 페라이어의 피아노는 전혀 반주자답지 않다. 자기 주장을 아주
확실하게 하고 있다. 제1곡 <밤 인사>에서 이미 그런 인상이 강하게 듣는 이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런데도 묘하게 성악과 피아노가 따로국밥이 아니다. 오히려 강렬한 비대칭 효과를 만들어서 색
다른 맛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 이전의 <겨울 나그네>에서 만날 수 없었던 일종의 이변인데도 감상자는 디스카우와 머레이의
음악이 만들어 낸 멋진 브랜딩에 마음껏 취하게 된다. 서로가 상대에게 용해되지 않고 팽팽하게
대립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멋진 브랜딩 결과를 빚고 있으니 더욱 오묘하다. 결과적으로 디스카
우가 또 한 번의 위대한 <겨울 나그네>를 만든 것이다.
이 음반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부분은 조명의 탁월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작품의 곡상(曲想)에 따
라서 조도(照度)의 명암에 변화를 주고, 조명 패턴의 변화를 주어서 조명이 가곡에서도 이렇게 신
통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녹음과 녹화는 1990년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베를린의 지멘스 빌라(Siemens-Villa)에서 있었
고, 오디오는 DDD, 비디오는 HDVS(고화질 영상 시스템)이다. 연주시간은 75분 5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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