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 (다큐멘터리)
타이틀 / Here To Make Music
출연 : 핀커스 주커만, 다니엘 바렌보임, 자클린 뒤 프레 등
제작 : 크리스토퍼 뉴펜, Teldek
DVD, 디지틀
◈ 유튜브 보기
http://youtu.be/k10yZHyqSQo?si=E2JX3RpwRbXxAACk
"집어치워라!"
"우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왔다. 당신 입장료를 돌려 줄테니 당장 나가시오!"
"돈은 돌려받지 않겠다"
"당신은 참으로 되먹지 못한 취미를 가졌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음악회에 참석했는가? 나는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연주했다. 독일을 포함해서. 그러나 내 생애를 통해서 당신 같은 청중은 처음이다."
청중들의 박수 ----.
핀커스 주커만이 The English Chamber Orchestra의 지휘자로 처음 독일 연주에 나섰을 때, 어느
연주회장에서 일어난 청중과 주커만의 가시 돋친 대화 내용이다. 당시의 상황은 이랬다.
지휘자겸 독주자로서 주커만이 무대에 등장해서 단원들과 튜닝을 하고 있을 때 한 청중이 "집어치워
라!"고 고함을 쳤다. 순간 주커만이 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입장료를 돌려 줄테니 당장 나가라고 맞대
응 한다. 단원들도 성이 나서 그 청중에게 퇴장할 것을 손짓으로 요구하고 대부분의 청중들은 문제의
사나이에게 조용히 할 것을 요구하고 주커만에게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음악회 실황을 담은 DVD들이 지금까지 수 없이 발표됐지만, 주커만과 청중 사이에서 벌어진 이 설
전 장면은 충격적이다. 좋은 장면들만을 보여주기 위한 편집 의도를 과감하게 버리면서 이런 생생한
화면을 시청자들이 보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시도가 주커만에 대한 인상을 보다 강렬한 것
으로 만들고 있다. 고도의 계산이 깔린 연출의도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만들기(연주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고 외친 주커만의 말이 이 다큐의 타이틀로 되어 있
다. 타이틀일 뿐 아니라, 제작자가 시청자를 향해서 던지는 이 영상의 메시지이기도 하고, 이런 메시
지를 반영하기 위해 주커만의 예술인생을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그리고 있다.
제작자 크리스토퍼 뉴펜(Christopher Nupen, 1934-2023)은 이 다큐를 통해서 음악을 만드는 작업
(과정)에 대해 일종의 경외를 담고 있다.
25세의 주커만(1973년)이 어느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는 장면으로 이 다큐는 시작된다. 카메라는 바
다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중세의 아레나 유적지로 옮겨지고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켜는 주
커만의 모습을 잡는다. 여기서부터 자료 화면과 나레이터의 설명, 주커만 자신의 회고담, 관련인사들
--자크린 뒤 프레, 다니엘 바렌보임, 월터 트렘플러(Walter Trampler), 유제니아 주커만(Eugenia
Zukerman), 레너드 번스타인, 이차크 펄만, 마크 나이크루그(Marc Neikrug), 로렌스 스미스, 영국
실내관현악단 --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의 정석대로 엮어진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인사는 주커만의 아버지 예후다 주커만이다. 이 사람과 그의 아내는 아유슈비츠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천운의 유태인이다. 이 부부는 폴란드 태생으로 2차대전이 끝
난 직후인 1946년에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1948년 7월 16일에 핀커스 주커만을 낳았다. 예후다도
바이올린을 켰고, 어린 아들에게 이 악기를 가르치기도 했던 인물이다.
주커만의 바이올린 레슨은 7살 때 시작됐는데, 10살 때는 이미 스튜디오에서 독주곡을 녹음할 정도
로 빠른 발전을 보였다. 여기서 이 다큐는 그가 10살 때 녹음한 비에니아프스키의 마주르카를 들려
주고, 한편으로는 당시의 사진 자료, 당시의 바이올린 교사 등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어서 들려주는
연주는 12살 때 녹음한 모차르트의 협주곡 제4번 제1악장의 카덴자이다.
12세 소년의 연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테크닉을 들려주는 대목인데, 여기에 오버랩 되는
음악과 그림은 12년 뒤(24세), 같은 곡의 제2악장이다. 주커만이 영국 실내 관현악단과 협연(지휘
겸)하는 장면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그림은 주커만의 생가가 있는 텔아비브의 주택 촌이다. 모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가 회고담을 펼친다. 주커만의 영어는 속도가 빠르고 발음의 명료도가 떨어져서 그
의 음악처럼 명쾌하지는 않지만, 그가 매우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주커만이 美·이스라엘 문화기금에서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을 떠난 것은 12세 때였다. 뉴욕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들과 찍은 사진에서 발견되는 그의 앳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어를 모르는 이 소년은
뉴욕의 마천루에 기가 질리고, 줄리아드 음악학교의 치열한 학습 분위기에 당황한다. 그의 담당 교수
는 천재 제조기로 유명한 이반 갈라미언이었다. 물론, 그녀의 모습도 등장한다.
1966년(18세), 주커만은 카네기홀에서 열린 <레벤트리트 국제 콩쿠르>에 도전해서 줄리아드 동문 정
경화와 공동 우승했다. 경연 과정에서 정경화와 주커만의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두 번이나 연주를 시
키는 이변을 일으켜서 큰 화제가 되었던 콩쿠르 였다.
같은 해에 그는 미국 순회 연주회를 가졌고 이듬해엔 이탈리아 <스폴레토 음악제>에 초대된다. 프로
연주가로서 처음 나서는 연주였고, 최초의 유럽 연주였다. 이 음악제는 저명한 작곡가 메노티가 주제
했는데 음악제 기간 중 생일을 맞은 주커만을 위해서 연주자와 청중들이 Happy birth day를 부르
며 축하하는 장면이 인서트 된다. 서구 사람들의 여유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1968년(20세), 푸에르토리코의 카잘스 음악제에 출연했다. 이어서 베네주엘라 음악제와 BBC 방송에
서 연주하고, 1969년엔 아이작 스턴의 대타로 뉴욕·필의 정기 연주회에 출연했다. 이 연주회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멘델스존의 마단조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큰 반응을 일으켜 결정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같은 해 카네기 홀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영국실내 관현악단과 처음으로 공연했고, 이어서
로얄 페스티발 홀에 출연하면서 영국에 데뷔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바렌보임과의 깊은 우정이 형
성된다. 주커만은 이때부터 런던을 주거지로 하면서 연주와 레코딩 활동을 했고, 1971에 영국 실내
관현악단의 지휘대에 서게 되어 공식적으로 상임 자리를 보장받은 지휘자로 데뷔했다.
화면은 주커만과 그의 아내가 만나는 모습으로 옮겨진다. 아내의 이름은 디니 리치. 그녀는 플루티
스트로 스폴레타 음악제에서 주커만과 텔레만의 <플루트와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했다. 그r[
인연이 되어서 사랑에 빠졌고 1968년에 결혼한다. 디니 리치는 그들이 처음 만난 스폴레타의 여름을
즐겁게 회상한다.
1969년, 주커만은 CBS 스튜디오에서 생애 첫 녹음에 들어간다(그라마폰, 멘델스존의 협주곡 마단
조). 레너드 번스타인과 스튜디오에서 녹음결과를 모니터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젊은 시절의 번스타
인은 여전히 줄담배를 핀다.(번스타인은 흡연이 원인이 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시 주커만의 회고담이 연결된다. 그는 자기 음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람을 하이페츠, 아이작
스턴, 파블로 카잘스, 다니엘 바렌보임, 자클린 뒤 프레 등이라고 소개한다. 특히 스턴과 카잘스의 영
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화면은 주커만이 가장 절친하게 지낸 바렌보임, 뒤 프레와 트리오를
연습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이 장면에서 젊은 대가들의 인간적·예술적 유대가 그들을 얼마나 행복하
게 만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1969년 8월, 주커만은 영국에서 개최된 South Bank Summer Music Festival에 그의 절친한 동료
들과 실내악을 연주한다. 이차크 펄만, 주빈 메타, 자클린 뒤 프레, 바렌보임과 슈베르트의 <송어 5중
주곡>을 즐겁게 연습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송어의 실황은 이미 DVD로 발표된바 있다)
주로 실내악과 협주곡의 솔리스트로 활약하던 주커만이 최초로 뉴욕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1971년 4
월 3일, 장소는 뉴욕의 헌터 대학 어셈브리 홀(Hunter University Assembly Hall). 주커만은 이때
를 회고하면서 "그 때는 너무 긴장했었다. 그렇지만 않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주커만은 이때의 경험에서 연주자에겐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모두 중요하다는 진실을 깨닫
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여기에서 당시의 연주 실황 중 비에니아프스키의 <폴로네이즈 라장조>가 소개
된다. 땀은 엄청 흘리고 있지만 그의 연주는 일품이다.
1971년 5월, 코펜하겐에 연주여행을 위해 도착한다. The English Chamber Orchestra과 동행했
다. 연주여행은 성공했다. 여기서 비발디의 협주곡 <바다의 폭풍우> 실황이 소개된다.
코펜하겐에서 돌아 온 주커만은 멘델스존의 8중주곡을 연주를 위해 다른 연주자들과 합류한다. 그 중
의 한 연주자가 주커만을 이런 말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실내악 연주자로서, 독주자로서, 지휘자로
서 태어난 위대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입니다."
주커만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 다큐멘터리의 에필로그로 토로한다. "음악은 만국의 언어입
니다. 또한, 음악은 어떤 언어보다도 아름답습니다. 문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할 수 있는 문자, 그
것이 음악입니다."
주커만은 오랫동안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빌려서 썼는데, 지금은 그가 구입한 과르넬리(Guarneri)를 사
용하고 있다.
이 다큐 말미에 보너스를 제공한다. 주커만, 자클린 뒤 프레, 바렌보임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걸작 피
아노 3중주곡 라장조 작품 70의 제1번, <유령>의 전악장을 싣고 있다. 새삼스레, 40대의 나이에 몹
쓸 병으로 타계한 자크린 뒤 프레에 대한 연민의 추억도 이 실황은 부른다. 화질, 음질, 모두가 무난
하다. 꼭! 권하고 싶은 영상이며, 연주다. 지금은 유튜브(내 홈피에 올렸다)에서도 볼 수 있다.
◈ 수록된 작품들
바흐 / 바이올린 소나타 사 단조 BWV.1001 중 ADAGIO
비에니아프스키 / 마주르카
모차르트 /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K.218 중 제1악장과 제2악장
코렐리 / 라 폴리아
베토벤 / 세레나데 라 장조 작품 25 중 제1악장
텔레만 / 플루트와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작품 64 중 제1악장
멘델스존 / 8중주곡 내림 마장조 작품 20 중 제1악장(발췌)
비에니아프스키 / 폴로네이즈 라장조
비에니아프스키 / 폴로네이즈 가장조
모차르트 / 교향곡 제29번 K.201
슈만 / 소나타
비발디 / 바다의 폭풍우
베토벤 / 피아노 3중주 제7번 라장조 작품 70의1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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