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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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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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니의 투란도트 / 사랑의 환상



푸치니 : 투란도트
지휘 : 마우리찌오 아레나
연출 : 줄리아노 몬타르도
출연 : 게나 디미트로바,  니콜라 마르티누치, 체칠리아 가스디아, 쟌프랑코 망
가노티
아레나 디 베로나 관현악단, 합창단
제작 : The National Video
SM 115-3307, 115분, 칼라, 스테레오, 디지탈

***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에 펼쳐진 사랑의 환상

푸치니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성격은 대체로 세가지 종류로 분류
할 수 있을 것이다. '라 토스카'와 '나비부인'에 등장하는 히로인은 가련하지
만, 그러나 대단히 격정적인 성격으로 나타난다. 토스카는 연인을 위해 살인
도 서슴치 않는가 하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성벽에서 몸을 던져 자결하
는 맹렬 여성상으로 그려지고 있고, 연인이 돌아오기를 3년이나 일편단심으로
기다렸던 나비부인이 남편의 배신을 확인하게되자 주저함 없이 명예로운 자살
의 길을 택하는 과단성 강한 여인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에 비해서 '서부의 아가씨'의 미니, '마농 레스코'의 마농, '라 보엠'의 미미
는 한결같이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청순가련형의 여성상으로 그려
지고 있다. 그러나 '투란도트'의 주인공은 현세에서는 찾아지기 어려운 천상
의 여성상으로 나타난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열애의 대상인 여인을 신
격화시키는 이색적인 설정을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사춘기의 소년이 짝사랑
의 대상을 신격화시키는 경우와 흡사하다.

동양을 무대로 삼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와 '나비부인'은 그 짙은 동양
적 체취와 서정으로 인해서 쌍둥이와 같은 존재이긴 하지만, 이 두개의 작품
은 현저한 차이를 동시에 갖고 있다. 나비부인이 일본의 나가사끼라는 제한된
지역을 무대로 설정하고 있고 시간적 상황도 일본의 명치시대로 제한하고 있
는데 비해서, 투란도트는 비록 무대는 북경이긴 하지만 시간적 설정을 선사시
대로 넓힘으로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투란도트의 무대는 선사시대
를 표현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매우 환상적인 치장을 하게된다. 때문에 관객
의 눈에 비치는 이 작품의 무대는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상황이 된다. 이것이
바로 투란도트의 가장 큰 매력이며 강점이다. 게다가, 3개의 수수께끼를 출제
해 놓고 그것을 풀지 못한 수많은 나라의 청년들을 무참하게 죽인 무서운 냉혈
여인 투란도트가 칼라프 왕자 앞에 사랑의 여인으로 변신해 나아가는 과정은
푸치니의 어느 오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놀라운 매력이다.

비길 데 없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선율, 화려함의 극치를 들려주는 관현악법,
그 화려한 관현악 기술에서 창조되는 풍요한 음향이야말로 푸치니 오페라의
정수(精髓)를 들려준다. 음악과 드라마는 철저하게 밀착되어서 진행되고 있
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정과 격정이 교차되고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동양
적 환상이 오묘한 엑조티시즘을 조성한다.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이 오페라는
세계 도처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인후암이 주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완성을 위한 안간힘을 쏟았지만 끝내는 제3막의 마지막 2중창
과 최후의 장면 등은 스케치만 썼을 뿐 완성시키지 못했다. 30여 쪽에 달한 마
지막 스케치는 그의 제자 프란코 알파노에 손에 의해서 오케스트레이션이 완
성됐다. 이 작품을 초연한 토스카니니는(초연/1926년 4월 25일, 라 스칼라 가
극장) 제 3막에서 류우가 애인을 지키기 위해 자결하는 장면이 끝나자 지휘봉
을 놓고  "선생이 쓰신 곳은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말하고 그날의 상연을 그쳤
다 전해진다. 물론 그 이튿날부터는 끝까지 상연되었다.

이 작품의 히로인 투란도트는 많지 않은 프리마 돈나들에 의해서 처절하고 아
름답게 표현되어 왔다. 마리아 칼라스, 비르기트 닐슨, 인게 보르크, 게나 디미
트로바(Ghena Dimitrova) 등이 특히 유명한 투란도트들이다. 그 중에서도 칼
라스의 투란도트는 기념비적인 것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데, 이 디스
크에 나타나고 있는 디미트로바의 노래와 연기가 칼라스에 필적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야처럼 툭트인 아레나의 그 광활한 무대에서 발산되는 그녀
의 노래와 연기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디미트로바는 1941년, 불가리아 태생
이다. 불가리아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하고 1970년에 소피아 청년 오페라 국제
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1972년엔 이탈리아의 트레비조 국제 경연대회에서 입
상했다. 빠르마 극장에서 호세 카레라스와 共演한 것이 성공을 거두어 이름을
얻게 되었고 이후부터 그의 무대는 전세계가 된다. 1977년, 콜론느 극장에서
투란도트역을 맡아 성공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때부터 세계 최고의 투란도트
라는 평판을 얻게된다. 아레나 야외무대에 데뷔한 것은 1980년이었고, 당시의
작품은 '라 죠콘다' 였다.

칼라프 역의 니콜라 마루티누치(Nicola Martinucci)는 1941년, 이탈리아 태생
이다. 밀라노에서 공부했고 1965년에 [테아트로 누오보] 에서 데뷔하였다.
1966년에 칼라프 역을 처음 노래하였고, 이것으로 <비옷티 상>을 받았다.
1980년, 라다메스 역으로 아레나에 처음 등장했었다. 류우 역의 체칠리아 가스
디아(Cecilia Gasdia)는 1960년, 이탈리아의 베로나 태생이다. 베로나 음악원
에서 공부하고 1981년에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이해에 데뷔
하였다. 1982년, 갑작스런 병으로 출연이 불가능해진 몽세라 카바예의 대역으
로 스칼라에서 <안나 볼레나> 역을 노래해 성공함으로써 스타의 반열에 들어
선 젊은 히로인이다.

타타르의 왕 티무르 역의 이보 빙코(Ivo Vinco)는 1927년, 베로나 태생의 노장
이다. 베로나 음악원과 스칼라 오페라 학교에서 공부하고 1954년에 아이다의
<람피스>역으로 데뷔하였다. 1961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 등장한 이래 해마
다 출연하여 온 아레나의 단골 거장이다. 그의 부인은 유명한 프리마 돈나 피
오렌자 코솟토이다.

중세 로마인들이 격투기를 즐기고 또는 여흥을 위해 건설했던 야외의 대극장
과 희랍 시대의 원형 극장들이 언제부터인가 여름철의 오페라 극장으로 사용
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것이 큰 붐을 형성해서 유럽의 여름은 야외 오페라
공연이 제법 이름 높은 관광 명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
이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있는 아레나 야외극장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조상
덕 보기로는 세계 으뜸인데 아레나 야외극장을 멋진 오페라 극장으로 둔갑시
킨 것을 보면 그네들의 아이디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오페라 만드는데는 귀신같은 재주를 갖고있다.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었던 베로나의 아레나는 야외 오페라의 효시라고
알려져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街}의 중심부에 위치한 아레나 극장에서 오페
라가 최초로 상연된 것은 1913년의 일이었다.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 큰 인기
를 얻고 있었던 테너 죠반니 제나티로(베로나 태생)와 그의 아내이자 알토 가
수인 마리아 게이가 지휘자 투리오 세라핀의 협력을 얻어 1913년 8월 10일 {베
로나 오페라祭}를 연 것이 오늘날의 전통의 첫 걸음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
레나의 명물이 된 '아이다'가 첫 공연물이었는데 라다메스역엔 죠반니가 출연
하였고 지휘는 세라핀이 맡는 가운데 열린 이 공연에 작곡가 푸치니, 대본작
가 일리카, 작곡가 잔도나이, 마스카니 등 당시의 오페라계의 거물들이 관객으
로 참석 할 만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75년이 흐른 1988년 8월 8
일, 베로나는 개장 75주년 기념 특별 연주회를 가졌다. 그것은 참으로 기억되
고 기록될만한 역사적 대공연이었다.

아레나가 75년간의 세월을 거치면서 크게 성장하는 동안 수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를 통하여 영광과 좌절을 맛보았다. 마리아 칼라스가 이 무대를 통해서 이
탈리아에 데뷔하였고, 리처드 터커와 프라시도 도밍고 역시 이 무대를 통해 이
탈리아에 들어왔다. 어찌됐든 75주년 기념 콘서트는 스타들의 경연장이 되었
다. 그것은 1985년에 열렸던 {OPERA FOR AFRICA}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의
대스타들이 출연한 화려한 무대였다. 그 중엔 독일 오페라를 주로 노래해 온
르네 콜로도 참여함으로써 이 무대와 인연이 있었던 가수들이 거의 망라된 호
화 무대였다. 또한 비길 데 없는 장관이기도 하였다.

아레나는 지구상 어디에서도 같은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연주 공간이자
동시에 오페라와 그 밖의 수다한 역사적 공연의 현장이라는 사실에서 특별한
존재 의미를 갖는다.

바로 이 무대에서 1983년 8월에 상연된 투란도트 실황을 담은 것이 이 디스크
이다. 아레나야말로 투란도트를 가장 환상적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최적의 무
대였다. 연출자 몬타르도는 이 넓디넓은 무대를 끝간데 없는 환상으로 마음껏
채우고 있다. 하늘을 향해서 길게 뻗은 계단 상단에 황제의 궁이 구름으로 쌓
여있고, 바로 아래에 황제와 투란도트가 나타나면 영락없는 神人의 모습이며,
그들의 노래 또한 神聲이  된다. 이에 비해 칼라프 왕자를 비롯한 다른 등장인
물들의 위치는 훨씬 아래쪽에 마련되어 있다. 그 엄청난 간격이 사랑이라는 신
비로운 힘에 의해서 서서히 좁혀지는 기적이 연출되고 청중은 넋이 나간다.

투란도트는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아이다' 다음으로 가장 상연 횟수가 많은
인기 있는 작품이다. 뛰어난 작품, 우수한 배역진과 걸출한 연출, 아레나의 장
관 등 이 디스크는 너무도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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