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타이틀 / Handel Water Music
지휘 : 존 엘리어트 가디너(John Eliot Gardiner)
English Baroque Soloists
수록곡 : 수상음악 모음곡 제1, 2, 3번과 부속곡
제작 : Philips, DDD, 1991년 런던 녹음
발매 1993년, 연주시간 : 52분
◈ 유튜브로 이 음반 오디오 듣기
http://youtu.be/oclutnTUkWI?si=doq4BikGbEJuWOIR
1717년 7월 19일, 런던 일간지 데일리 쿠란트(Daily Courant)는 헨델의 관현 모음
곡 첫 연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보도를 했다.
"수요일 저녁 8시 경 국왕께서는 덮게 없는 유람선의 화이틀 홀에서 수상축제를 여
셨다. (중략) 배는 첼시까지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상류인사들을 태운 다른 많은 배
들도 참가햇는데 배들이 너무 많아서 강을 뒤덮은 것 같았다. 시에서는 배를 세내어
악단을 태웠는데 모든 종류의 악기를 갖춘 50명의 악단이었다. 이들은 람베스를 출
발한 후 줄곧 이 행사를 위해 헨델 씨가 만든 훌륭한 음악을 연주했다. 폐하께서는
음악을 흡족하게 여기셨다. 오는 동안 세 번이 넘게 연주하도록 하셨다."
오늘날 <수상음악 水上音樂>으로 불리는 헨델의 관현악 모음곡은 당시 영국 국왕 조
지1세가 베푼 수상축제에서 연주하기 위해 작곡되었고, 악보는 헨델 사후 30여년이
지난 1788년에 출판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완전한 초고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악곡의 순서는 알 수 없다. 오늘날 주로 많이 연주되고 있는 수상음악은 아
일랜드 출신 지휘자이자 작곡가 해밀턴 하티가 현대 오케스트라에 알맞게 편곡한 것
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연 때의 형태를 재현하려는 꾸준한 노력들이 이루어져서
헨델의 의도와 헨델 식 연주법 연구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헨델의 수상음악은 일반적으로 3개의 모음곡 형태로 분류된다. 바장조의 것은 2개씩
의 오보에와 혼, 바순의 관 편성에 현악기를 조화시켜 왕실의 품격을 연상시키는 작
품이다. 라장조의 모음곡은 트럼펫이 추가되고 있어서 축제적인 성격이 보강되고 있
다. 사장조의 작품은 플루트와 리코더를 사용해서 상대적으로 현악기의 음향을 풍성
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효과를 들려준다.
음악의 성격은 다분히 프랑스적이라고 보아진다. 바장조의 서곡이 들려주는 장중한
성격은 영락없이 프랑스 서곡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바장조의 <부레>, 사장조의
<리고동>과 <메뉴엣>, 라장조의 <메뉴엣>과 <부레>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리듬감, 3
곡 전체에 배치된 혼 파이프(horn pipe)등이 모두 프랑스적이다. 특히 프랜치 혼
(French horn)이 영국 청중에게 소개된 본격적인 관현악곡은 이 작품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조지1세가 영국 국왕이 되기 이전엔 독일 하노바의 영주였고, 이 때 헨델은 그의 수
하에 있는 음악가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자못 각별했다. 조지1세는 프랑스
풍을 아주 좋아해서 궁정문화를 파리 식으로 가꾸는데 열심이었던 인물이었다. 따라
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지1세의 뱃놀이를 위해서 쓴 이 작품이 프랑스 풍으로 상
당 부분이 채색되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여겨진다.
지휘자 가디너는 1943년 4월 20일, 영국 도세트州 몬트멜 마그너에서 태어났다. 캠
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에서 역사와 아라비아語로 학위를 받았고, 런던 왕립대학
교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여기에서 2년간의 프랑스 유학 장학금을 받고 파리에 가서
나디아 브랑슈 교수를 사사하는 한편 안탈 도라티와 조지 허스트에게 지휘법을 배웠
다.
가디너는 15세 소년 시절부터 지휘에 관심을 가졌고, 캠브리지 시절엔 스스로 자신
의 합창단을 조직해서 지휘를 했다. 1966년엔 위그모어 홀에서 <몬테베르디 합창
단>을 지휘하면서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1967년, 몬테베르디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가 직접 교정한 악보로 몬테
베르디의 <베스페레 Vespere>를 연주해서 주목 받았다. 이 작품은 이듬해 런던 <프
롬스>]에서 재연되어 크게 성공했다. 이 연주회의 지휘로 가디너는 <프롬스> 사상
최연소 지휘자로 기록되었다. 이 연주 직후(1968년) 가디너는 고악기만으로 편성된
<몬테베르디 오케스트라>를 조직했다.
1973년, 라모(Ramau)의 오페라를 집중적으로 소개해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1976년엔 런던 코번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글루크(Gluck)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를 지휘했다. 이로써 바로크 시대 합창음악과 오페라 지
휘자로서 부동의 명성을 굳혔고, 이후 고악기(古樂器)의 재현, 연주법 연구·연주에 몰
두해서 활동영역을 확대했다.
음반은
퍼셀(H, Purcell)의 메리 여왕의 탄생일을 위한 찬가(讚歌),
헨델(Händel)의 종교음악 <주께서 말씀하시니 Dixit Dominus> (이상, ERATO),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이 그의 초기의 것들이고,
이후 녹음으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들, 레퀴엠, 대미사,
베토벤의 교향곡들, 미사 다장조,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Archiv)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등
고악기만을 사용하는 시대연주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가디너는
"몬테베르디와 라모, 에마뉴엘 바흐의 시대는 혁명적 시대에 속하고,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는 앙민적 음악"이라고 설명했었다.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를 지칭해서 로맨티시즘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거론한 것을 보아서 가디너의 생각은
개개의 작품에 속하는 악기의 원형을 찾아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고전주
의의 전형(典型)으로 이해되어 온 모차르트의 작품을 "로맨티시즘"이라고 말한 지휘자
는 아마도 가디너가 최초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에 따라서 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오케스트라 악기 종류와 편성 규모를 19세기 전반기의 형태에 맞췄다.
따라서 헨델의 수상음악에서도 그는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사용함으로써 이 작품
의 근본적 속성이랄 수 있는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즉 오락적이고 축제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때문에 이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현대적인 편성
으로 재현된 수상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른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트로 음향이
만들어내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가디너는 이 음반에서 화려한 생명력과 색채감을 뛰어나게 표현 하고 있다. 그가 설
정한 아티큘레이션은 현악기를 약동시키고 관악기에게는 생동감을 주었다. 이로써
오랜 세월 그가 추구하고 실행에 옮겨왔었던 시대연주에서 이제는 확고한 이데아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이 음반의 녹음에 참여한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몬테베르디 오케스트라를 이
이름으로 개명했다)는 4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녹음 음향 상태는 풍요롭고 각 악기
의 미세한 울림이 생생하게 들린다. 특히 관악기는 고음악 특유의 레트로 취향의 뉘
앙스가 뛰어나다. 현악기의 균질적(均質的) 음향과 균형도 완벽에 가까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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