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타이틀 / 멘델스존의 무언가 전곡 (51곡)
피아노 :일제 폰 알펜하임(Ilse von Alpenheim, 1927- )
녹음 : 1980년 1월, 런던
제작 : Philips, ADD (2매 포장)
연주시간 : 2시간 26분 44초
◈ 유튜브 듣기
Mendelssohn : Songs without Words Op.30 no.1
피아노 : lse von Alpenheim
http://youtu.be/FXPNbcw4_Rc?si=Tku4iq1ch-h7Imc0
천진난만함이 때로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를 보여주는가 하면 섬세하기는 가녀린 여
인의 손길을 느끼게 하고, 우아한 자태는 듣는 이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날 지경이다. 8권
51곡(Op.19, 30, 38, 53, 62, 67, 85, 102)에 달하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독주곡 <무언
가>는 그래서 언제 들어도 우리 마음에 아름다운 꿈을 제공해 주는 작품들이다.
마치 일기를 쓰듯 이 작품들을 썼을 텐데, 한 곡 한 곡 제각기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
으니 멘델스존의 천재를 실감하게 한다. 이토록 작은 보석들을 일기 쓰듯 작곡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곡가는 천재라는 찬사를 듣기에 충분하다.
멘델스존이 요구하는 기술적 수준은 아주 쉬운 것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난이도에 두루 걸
쳐 있다. 악곡의 형식은 가곡에서 흔하게 채택되는 단순한 세도막 형식이다. 지금까지 발
표된 멘델스존의 무언가 전곡(全曲) 음반은 다음과 같은 5종에 불과하다.
다니엘 바렌보임 (DG 423931-2GGA2)
에들리나 (Chan 89481/49)
페터 나지 (Naxos 8.550453)
리비아 레브 (Hyperion 2. CDA-66221/22)
일제 폰 알펜하임 (Philips 438 709-2PM2)
이 작품을 연주하는데 있어서 기술적 과시보다는 청명함과 따뜻한 인간미의 표현이 관건
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측면에서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의 노련미도 물론 높은 점
수를 받고 있지만, 이 음반의 주인공인 오스트리아 출신 여류 피아니스트 알펜하임의 연주
가 작곡가의 의도에 보다 가까이 다가선 느낌을 준다.
알펜하임은 음악의 품격을 표현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라고 여겨진다. 거기에 더해 그의 음
악은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한다. 멘델스존의 <무언가 無言歌>에서 유언가(有言歌)를 듣는
형국이다.
알펜하임의 톤은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고 청명하다. 피아노로 정감 짙은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그의 피아노 다루기가 놀랍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Op.19-1 <달콤한 추억>,
Op.30-6 <베네치아의 뱃노래>,
Op.62-6 <봄노래>,
Op.67-5 <양치기의 하소연>
에서 이 연주자가 들려주는 노래는 참으로 매혹적이고 기품이 있다.
알펜하임이라는 이름이 한국인에게 낯익지는 않다. 유명한 걸 유별나게 찾는 우리네 형편
을 고려한다면 이 연주자의 연주는 그래서 더 돋보인다. <무언가> 전곡을 레코딩 한 사실
만으로도 대단한 성취일 텐데, 그녀의 연주는 동화 같은 순수함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
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철저한 탐구와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서 작품과의 동질화를 위
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일 것이다.
알펜하임의 디스코그래피가 그리 흔하지 않은 사실에서 이 피아니스트가 연주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연주자라는 것을 알게 한다. 그래서 그의 피아노로 듣는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더
욱 깊은 감명으로 다가 선다.
1980년 녹음임에도 불구하고(음원은 아날로그) 피아노의 어쿠스틱이 매우 뛰어나고 충분
한 질량감을 지니고 있다. 투명성도 뛰어난 발군의 녹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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