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타이틀 / Beethoven Murray Perahia Piano Concertos 1, 2
수록곡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1, 2번
지휘 :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Bernard Haitink)
독주 : 머레이 페라이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제작 : Sony Classical, DDD
녹음 : 1983년(2번), 1985년(1번)
연주시간 : 69분 56초
◈ 유튜브 듣기
Piano Concerto No.1 in C Majo, Op.15
제I악장 Allegro con brio
지휘 : Bernard Haitink
피아노 : Murray Perahia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http://youtu.be/4DNtOLfb-CE?si=6MS2WKm0IE0okTbK
굉장한 맞수들끼리 붙은 한 판 연주는 역시 강렬하고 시원시원하다. 어디 하나 망설임이나
막힘이 없다.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그런 느낌을 주는 연주다. 베토벤의 초기
협주곡들을 들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어디 예사로운 일인가!
협주곡 제2번은 1983년 10월, 제1번은 1985년 12월에 암스테르담에서 있었던 로열 콘세르
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실황녹음이다. 지휘는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맡고 있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당당한 스케일과 투명의 극치점을 들려주는 톤, 하이팅크의 철저한 통제
력, 로열 콘세르트헤보우의 탄탄한 앙상블이 어우러져 문자 그대로 거장적 음악을 만들고 있
다.
알려져 있듯 페라이어의 연주는 강렬한 힘을 바탕으로 삼는 당당함에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
도 그의 연주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티끌 하나 없는 맑고 청량한 음감으로 유명하다. 그의 또
다른 앨범들인 멘델스존의 협주곡 제1,2번이나 쇼팽의 콘체르토에서 그가 들려주고 있는 농
밀한 로맨티시즘과 투명한 음감을 상기한다면 이 연주자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탄도 사실은
부질없는 짓이 아닐까 싶다.
이 음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베토벤 협주곡 제1번 제3악장의 카덴차가 작
곡자 자신에 의한 것. 이 카덴차는 암스테르담의 윌리엄 드레스만(William Dreesmann)이
발견한 것으로 피아노 소나타 작품 22와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23에 관한 스케치와 함께 찾
았다(이 스케치는 1800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덴차의 오른 손 부분은 완벽했지만 왼손 부분이 부실해서 드레스만이 페라이어를 위해 문
제의 왼손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라이어는 이 카덴차에 대해서 “아주 놀라우
며, 갑작스러운 단조 음계로의 전환, 그리고 악장 서두의 모티브를 재치 있게 다룬다”고 했
다.
베토벤의 협주곡 제1번과 2번이 수록되어 있지만 특히 소개하고 싶은 악곡은 제1번이다. 페
라이어의 연주가 들려주는 각별한 감동 때문이다. 이 피아니스트는 베토벤 음악의 핵심을 충
분하게 파악하고 연주하고 있다. 알려져 있듯 이 작품은 여전히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고전
주의적 미학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전의 협주곡들(이
작품은 그의 세 번째 피아노 협주곡이다)에 비해서 악기 편성도 확대되고 전반적인 악곡의
스케일도 호방하고 세련되고, 그래서 대단한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원천적으로는 고전주의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악곡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
연한 개성의 돋보임이나 지나친 루바토는 작품의 진수를 오히려 흐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
페라이어의 연주는 설계도를 직접 그린 설계사의 공사감리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그의
연주는 아주 담백하다. 제2악장 라르고에서 들려주는 감정이입에서조차 페라이어는 극도의
절제를 들려준다. 지나침이 없다. 노래할 곳에서 담담하게 노래하고 사색할 부분에서 고즈넉
하게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표현하는데 그 질감이 유니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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