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DVD, CD)
말러 : 교향곡 제3번 라단조
지휘 :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독창 : 카롤린 와트킨슨(Carolyn Watkinson, 메조소프라노)
북 네덜란드 소년 합창단
네덜란드방송 여성합창단,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제작 : Althaus Musik, 2015년
컬러/ 스테레오, 수록시간 : 97분
1971년, 당시 42세의 나이로 말러의 교향곡 전곡 녹음을 완성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1927-2021)의 업적은 실로 빛났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녹음도 완성시켜서 그
가 얼마나 끈질기게 말러의 교향곡 세계를 탐미하고 있는가를 알게 했다. 그에게 붙여진
<말러 스페셜리스트>라는 칭호는 그래서 아주 당연하다.
1929년생이다.
32세의 젊은 나이로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Concertgebow orchestra) 상임지휘자
를 맡은 이래 1987년에 이르기까지 26년간 부동의 포스트(Post)로 활약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의 음악적 역량을 충분히 알게 한다.
하이팅크가 말러의 작품과 최초로 만난 것은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에 열린 종전 기념연주
회였다. 당시 17세의 소년이었던 하이팅크는 에드아르트 판 베이눔이 지휘하는 콘세르트
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처음으로 들었는데, 여기서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때의 충격이 후일 그로 하여금 말러의 스페셜리스트의
길을 걷게 했다.
하이팅크는 1961년에 갑작스럽게 타계한 베이눔의 후임으로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가 된다.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에 집요하게 천착했고 1963년에 이 오케스,트라
창립 75주년 기념연주회를 기점으로 말러의 교향곡 전곡 연주를 마무리하는 위업을 이룩
했다. 이로써 하이팅크는 지휘자로서의 부동의 위치를 차지함은 물론 그에게 <말러 스페셜
리스트>라는 영예가 주어졌다.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활동에서 찾을 수 있는 두드러진 사실은 이 악단이 말러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 악단 초창기에 큰 힘이 되었던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빌
헬름 멘겔베르크(Wilhelm Mengelberg, 1871–1951)는 말러와 절친한 사이였다. 때문에
그는 말러 작품을 소개하는데 아주 적극적이었고, 때때로 말러를 객원지휘자로 초빙해서
자신의 작품을 지휘하도록 배려했다. 1903년 10월에 교향곡 제3번을 말러가 지휘했고,
1909년까지 10여회나 지휘대에 서게 된 것도 멘겔베르크의 우정 어린 배려였다. 이러한
것이 어느덧 악단의 전통으로 굳혀져서 말러의 작품에 관한 한 독보적인 악단으로 평가
받게 되었다.
1934년, 브루노 발터(B. Walter)가 제1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이런 전통에 세련미가 추가된
다. 2차 대전 후에 취임한 에두아르트 반 베이눔(Eduard van Beinum, 1901-1957)도
말러 작품에 열성이었고, 그 전통이 현대의 하이팅크에게 전수되었다.
말러는 지휘자의 두 가지 타입에 관해서 "자신은 매우 격하고 열정적으로 지휘하지만 청중
은 오히려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타입, 자신은 지극히 냉철한 지휘를 하지만 청중의 가슴
에 불을 지르는 지휘자"로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이팅크는 후자에 속
하는 지휘자가 틀림없겠다. 그가 발표한 말러의 교향곡 제3번과 4번에서 그런 확증을 갖
게된다. 특히 이 앨범에서 만나는 하이팅크의 모습은 결코 과장하지 않는 표정과 몸짓이
다. 그저 이따금 빙그레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악장에서 감상자
는 그의 음악에 압도당하고, 그리고 감동한다.
하이팅크는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공부했고, 졸업 후 방송관현악단의
지휘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56년, 갑작스러운 병으로 지휘를 할 수 없게 된 마리아
줄리니의 대타로 케루비니의 <레퀴엠>을 지휘한 것이 크게 성공했고 이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61년,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의 수석지휘자,
1964년엔 음악감독이 되었다.
1987년, 이 오케스트라를 떠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코번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음악감독, 드레스덴 국립 교향악단 예술감독을 지내고 은퇴했다.
한편, 독창을 맡은 와트킨슨은 1949년 3월 19일, 브레스톤 태생의 알토 가수로 맨체스터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주로 바로크 부문 연주에서 발군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밝고 서정적인 소리로 노래하는 매력적인 알토이며, 오페라 부문에서는 <세비야의 이발사>
등에 특화되어 있다.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모두 10곡의 교향곡을 썼다. 그중 제3번은 1895년
여름(35세), 잘츠부르크 아터 호반에 있는 슈타인바흐에서 썼다(8월 6일 완성).
2번에서 4번까지 교향곡은 성악을 채용한 교향곡이라는 구성상의 특징과 그의 가곡 <어린
이의 마법의 뿔피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제3번을 흔히 <교향
적 칸타타>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합창의 역할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부활>이라는 표제를 갖고 있는 제2번이 죽음과 부활에 관한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비해 제3번은 말러의 자연관을 노래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 직
전인 1895년 7월, 브루노 발터가 말러를 방문했을 때 "당신도 자연에 취해 볼 필요가 있
겠구먼"이라고 말해 이 작품을 통해서 그가 자연을 강조하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했
던 일도 있었다. 따라서 전체적인 톤은 밝고 선율에서는 소박한 민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때 말러는 이 작품에다 <牧神>이라는 표제를 달아 볼 생각을 했을 정도니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이 이 작품의 메시지인 셈이다.
구성상의 특징으로는 악장이 6개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되어야 하겠고, 내용이
지극히 표제악적 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말러는 제2, 4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에도 <아킴 폰 아르님>과 <클레맨스 브렌타노>가 공동으로 편찬한 독일 민요시집 <어린이
의 마법의 뿔피리>에서 가사를 취하고 있다. 제5악장의 알토 독창과 여성합창, 소년 합창
단이 이 가사를 노래한다.
이 곡에 착수한 초기에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4부 마지막 부분
<쾌락의 과학>을 표제로 삼을 계획을 가졌던 일이 있어서 지금도 제4악장의 주제를 <차라
투스트라의 론도>라고 부른다.
6악장 구성이긴 하지만 전체는 2부로 구분된다.
제1악장이 1부, 나머지가 제 2부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말러는 처음에 <목신>이라는 표제를 생각하고 제1악장에 "목신이
눈을 뜬다. 여름이 다가 온다"는 표제를 붙인 적이 있었다. 이후의 악장에 붙여진 표제는
다음과 같다.
제2악장 '목장에서 꽃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
제3악장 '숲의 짐승들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
제4악장 '사람들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
제5악장 '천사가 내게 이야기하는 것'
제6악장 '사랑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
제7악장 '어린이가 내게 이야기하는 것'
그러나 작품을 다듬는 과정에서 제7악장은 제4번 교향곡으로 넘어가고 제3번은 6악장의
형태로 확정됐다.
초연 : 1902년 6월 12일, 클레페르트 음악제
지휘 : 말러
제1악장 힘차고 결연하게
8개(여기에선 9개)의 호른으로 힘차고 확신에 찬 주제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이어서 느
릿한 행진곡풍의 리듬이 금관과 타악기가 중심이 되어 연주되면 여기에 트럼펫이 마치 신
호나팔 같은 동기를 갖고 등장하고 현이 이를 받아서 되풀이한다. 여름이 가까이 오는 상
황이다.
제2주제 역시 8개 호른이 연주하는데 제1주제와 흡사하다. 이것을 트럼펫이 이어받고 다
시 호른이 되받으면서 점차 분위기가 고조된다.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현의 트레몰로 위에
서 오보에가 제3주제를 낸다. 목신이 눈을 뜨는 것이다. 오보에가 낸 주제를 독주 바이올
린이 받고 클라리넷이 일거에 등장하여 새와 동물의 울음소리를 모방한다. 다시 느릿한 행
진곡풍의 리듬이 무겁게 등장하면 트럼본이 제2주제를 자유롭게 변형해서 연주하고 그 뒤
에 제3주제가 오보에와 저음 현으로 되풀이 된다. 목신은 눈을 완전히 떴고 여름이 찾아
온 것이다. 제4주제는 클라리넷이 내고 이것을 바이올린이 받아서 조용히 되풀이 한다.
전개부는 호른의 제2주제로 시작되고 여기에 트럼펫의 신호나팔 스타일의 동기가 더해지
고 다채롭고도 압도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이어서 4개의 주제가 여러 악기로 다채롭게 등
장한 뒤에 놀라운 클라이맥스를 형성하고 서서히 안정을 찾으면 악기들이 하나하나 소리
를 멈추고 마지막엔 작은북만 남는다.
여기에 다시 호른이 제1주제를 갖고 등장하면서 재현부가 시작된다. 순서대로 각 주제가
재현되고 마지막에 호른으로 제1주제가 등장하여 코데타를 이룬다. 여기서 엄청난 클라이
맥스가 형성되고 하프의 글리산도가 코다로 들어가면 최고조의 격정에서 곡이 끝난다.
제2악장 메뉴에트 템포, 3/4박자
“꽃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로코코 풍의 우아한 악장이다. 그러나 역시 색
채적이고 강렬한 부분도 있다. 오보에가 평온한 주제를 내고 여러 악기가 이 주제를 다룬
다. 트리오는 두 번 등장하는데, 제1 트리오는 플루트와 비올라, 제2 트리오는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중심 역할을 한다. 다시 처음의 주제가 되풀이되고 끝난다.
제3악장 기분 좋은 스케르잔도
<어린이의 마법의 뿔피리>에서 가사를 딴 말러의 가곡집 <청년 시대로부터의 노래> 중에
서 11번째 곡 <여름의 끝>에 바탕을 둔 악장이다. "뻐꾸기는 버드나무 구멍에 떨어져 죽
었다. 꾀꼬리는 푸른 가지에서 지저귀면서 이제야 우리를 즐겁게 하리라"는 가사 내용이
다.
먼저, 피콜로가 사랑스런 주제를 내고 다른 목관들이 새의 지저귐을 묘사한다. 이것은 '숲
의 짐승들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이 앨범에서는 트럼펫 솔로를 무대 밖
회랑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4악장 극히 느리게, 신비적으로
극히 고요한 서주 뒤에 알토 독창이 등장한다. 가사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제4부 <취가> 끝에 있는 차라투스트라의 론도 "오, 인간이여, 주의하여라. 한 밤중에 무
엇을 말했는가? 나는 잠들고 있었다. 그리고 깊은 잠에서 깨었다. 세계는 대낮에 생각한
것 보다 깊다. 오, 인간이여, 깊다. 그 괴로움은 깊다. 쾌락은 상심보다도 깊다. 괴로움은
멸망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쾌락은 깊은 영원함을 바란다."
제1악장의 제1주제, 제2주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음악은 쉬지 않고 제5악장으로
연결된다.
제5악장 활발한 속도로, 표출은 대담하게
먼저 아동합창이 무대 높은 곳에서 종소리 울림을 흉내내어 "빔, 밤"을 되풀이한다. 여기에
여성합창이 더해지고 알토 독창도 추가된다. 가사는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마법의 뿔피
리> 중 제11곡 <세 천사가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에서 가져 왔다.
"세 천사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천상에서는 그것이 즐겁고 행복하게 들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베드로는 무죄라고!
주 예수가 식탁에 앉고 12 젊은이들과 성찬을 잡수실 때에"
이 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을 사용하지 않는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악장이다. “천사가 나
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최후에 모든 합창이 "빔, 밤"을 노래하면서 이 악장을
맺고, 역시 음악은 쉬지 않고 제6악장에 들어간다.
제6악장 느릿하게, 평정하게, 감정을 갖고
현악기만으로 고요하고 느린 주제가 연주된다. 곧 목관이 더해져서 부주제가 연주된다. 제
1악장의 제1 주제와 제1악장 코데타의 동기가 활용된다. 이윽고 전곡은 힘차고 밝게 끝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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