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럴드 무어 은퇴 공연 실황.
EMI CDC 7492382 (CD)
◈ 유튜브 감상
제럴드 무어 은퇴음악회에서 청중들에게 간단하게 인사하고 고병의 의미를 담아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
침 An die Musik>을 연주했다.
http://youtu.be/QhV0_1hltU0?si=ZLHlZpo-592vTCuT
세상 사람 누구든 주역이 되고 싶어하지 조역을 자청할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오히려 조역에 머물기를 원하고 놀랍게도 어떤 주역들도 이루지 못하는 위대한 인간승리를 거두는 인물
들도 가끔은 있게 마련이다. 피아니스트 제럴드 무어(1899∼1987)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무어는 1899년 7월 30일 영국의 하트퍼드셔주(州) 워터퍼드에서 태어났다. 고향의 음악학교에서 피아
노를 배우던 중 14세 때 가족이 캐나다로 이주하게 되어 마이클 햄버그에게 사사했고, 20세 때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피아노를 연마했다. 이 무렵부터 독주자와 반주자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랜든
로널드라는 사람의 진지한 권고를 받아들여 반주자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음악사상 최초의 결심
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최초로 택한 주역은 테너 존 고스였다(1925년). 이후 1967년에 무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40여년
의 긴 세월을 오로지 반주자로서의 외길을 걸었다.
무어가 반주자로서 데뷔할 당시만 해도 레코드 레이블에조차 반주자의 이름이 인쇄되지 않을 만큼 그
지위는 형편없었다. 1930년대 초, 당시 무어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베이스가수 알렉산더 키프니스
의 반주자로 활동히고 있었다. 물론 레코딩도 함께 했다.
그러던 가운데 어느 한 음반에 제럴드 무어의 이름이 최초로 인쇄됐다. 이 사실을 레코드가 출반된 이
후에 알게 된 키프니스가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듯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곧 무어에게 용
서를 빌고 향후 반주자의 이름을 인쇄해도 좋다는 양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음반 역사상 성악 반주자의
이름이 이렇게 해서 인쇄되기 시작했고, 이로써 반주자의 음악적 비중도 높아지게 됐다.
대체로 1930년대 이전에 제작된 음반의 레이블을 살펴보면 독창자의 이름은 또렷하게 인쇄되어 있지
만, 반주자의 이름은 찾을 수 없고 단순히 with pianist라는 표기만 발견되니 그간의 사정을 알만하다.
반주자로 나선 제럴드 무어가 겪은 고충은 엄청났다. 때문에 그는 반주자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마치
십자군 기사처럼 잘못된 관행과 싸워야 했고, 그러기 위해 모든 수치심을 버리고 애써 당당하게 무대와
스튜디오에 나서야 했다.
그 결과 제럴드 무어라는 이름은 그 어떤 솔리스트에 못지않은 당당함을 얻게 됐고, 오히려 수많은 독
주자들이 그와 공연하는 영광을 얻기 위해 기꺼이 그의 발에 입맞춤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연주자
들이 기쁨과 존경으로 그와 무대에 섰다.
유디 메뉴인,
파블로 카잘스,
알프레드 꼬르도,
자크린느뒤 프레,
한스 호터,
게르하르트 피쉬,
데니스 브레인,
엘리자베스 슈만,
엠마뉴엘 포이어만,
존 멕코맥,
클라이슬러,
피셔 디스카우,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빅토리아 데 로스엥헬레스 등 명연주가의 거의 전부가 무어의 예술 동반자로서 무대와 스튜디오에 섰
다.
이 음반은 1967년 2월 20일,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Royal Festival Hall)에서 열린 무어의 고별연
주회 실황을 담은 역사적인 명반이다. 이 연주회는 그와 더불어 오랜 세월 많은 무대, 많은 레코딩 작
업을 해 왔던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빅토리아 데 로스엥헬레스,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가
우정 출연해서 독창과 중창을 열창한 감동의 음악회였다.
이 음악회가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은 제일 마지막 무대에 무어가 홀로 걸어 나와서 그의 커리어 최초
이자 최후로 독주를 했다는 사실이다. 곡목도 역시 그답게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 부침An die
Musik>을 스스로 편곡한 것이었다. 철저한 외길 정신을 고별무대에서 다시 한번 확인시켰던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작품은 모차르트, 슈베르트, 로시니, 브람스, 슈만, 볼프, 멘델스존, 하이든의 가곡과
중창곡들이다. 무어는 이 음악회를 끝으로 무대에선 은퇴했으나 레코딩은 그후에도 계속하다 1987년 3
월 13일 88세로 생애를 닫았다. 참으로 고결하고 용기 있게 생애를 운영한 조연자였다.
◈ 이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
Mozart : La Partenza (출발) K.436, Più non si trovano (더 이상 찾을 수 업네) K.549
Schubert :
Der Einsame (고독) D.800,
Nachtviolen(밤 제비꽃) D.752,
Abschied(고별, 백조의 노래 중, D957 No.7),
Im Abendrot (일몰 속에서) D.799
Rossini : La regatta veneziana (음악의 밤, No.9), La pesca (음악의 밤 No.10),
고양이 이중창
Brahms :
Sapphische Ode (사포식 송가) Op.94 No.4
Der Gang zum Liebchen(연인을 위한 산책) Op.48 No.1,
Vergeblisches Ständchen(부질없는 세레나데) Op.84 No.4
Schumann :
In der Nacht (밤에) Op.74 No. 4,
Ich denke dein (단신을 생각해요) Op.78 No.3,
Tanzlied (춤노래) Op.78 No.1,
Er und Sie (그와 그녀) Op.78 No.2
Hugo Wolf :
Kennst du das Land (rmeosms 그대는 아는가 그 나라를),
Sonne der Schlummerlosen (잠들지 않는 태양),
Das verlassene Mägdlein (버려진 여자),
Die Zigeunererin (집시 여인)
Mendelssohn :
Ich wollt meine Lieb (내 사랑을 원했다) Op.63 No.1,
Gruss (안녕) Op.63 No.3,
Lied aus Buy Blas (루이 브라스의 노래) Op.77 No.3,
Abendlied (저녁노래),
Wasserfahrt (물놀이)
Joseph Haydn :
An den Vetter (사촌에게) HobXXVb No.1,
Daphnens einziger Fehler (다프네의 유일한 실수) HobXXVb No.2
Schubert, 편곡 Gerald Moore : An die Musik D.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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