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감상
벨리니 : 정결한 여신이여 Casta Diva, 오페라 <노르마> 중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파리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Orchester de l'Opera National de Paris
지휘 : 조르주 세바스티앙 Georges Sebastian
1958년 12월 19일, 파리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콘서트 실황녹음.
http://youtu.be/s-TwMfgaDC8?si=4rO9QE6eejBYW9jx
▶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산 오페라의 여신(女神)
그간 수많은 오페라 히로인들이 등장했지만, 새로운 기대주가 출현할 때마다 매스컴들이 즐겨 인
용했던 크레딧은 "칼라스의 후계자 등장 ---"이라는 것이었다. 칼라스는 그만큼 오페라의 표준적
존재였다. 칼라스의 음악과 칼라스의 연기는 변치 않는 오페라의 표준이자 교과서였던 셈이다.
또한 칼라스만큼 이토록 오랜 세월에 걸쳐서 회자되는 오페라 가수는 그 누구도 없다.
많은 평론가들은 칼라스로 인해서 오페라 예술은 그것이 최초로 발생되었던 <피렌체 시대>의 정
신과 이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음악과 언어가 근원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의 탐구를 통
해서 오페라에 내재(內在)된 극적인 요소를 풍요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칼라스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가 지니고 있는 인간적 생명력을 이끌어 내어서
그것을 가장 드라마틱한 것으로 만든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칼라스는 실생활과 오페라 무대를 공(共)히 드라마틱하게 살았던 인물이다. 그녀의 실생활에서 빚
어진 사건들(남편과의 이혼, 그리스 선박 왕 오나시스와의 만남, 재클린 케네디와 오나시스의 결
혼으로 인한 이별 등)이 오페라 가수로서의 활동에 영향을 끼쳤던 것도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의 생활이나 오페라 무대가 모두 극적인 것이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칼라스는 1923년 12월 4일(또는 2일), 그리스 계 이민의 딸로 뉴욕에서 태어나 1977년 9월 16
일 파리에서 사망했다. 본명은 마리아 카로게로푸로스. 13세까지 미국에서 성장했는데 그라모폰
레코드와 라디오로 음악 듣기를 좋아했고 성악과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경영하
던 약국이 경영난에 부딪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양친 사이에 불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 각주 : 칼라스의 생일에 대한 자료들이 서로 다르다. 12월 2일에서 4일까지가 모두 망라되
고 있다. 칼라스 홈 페이지(www.geocities.com)는 12월 2일로 표기하고 있다.
결국 마리아의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하고 두 딸을 데리고 1937년에 그리스로 돌아갔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마리아의 부친은 양육비를 그리스로 계속해서 보내주었고 그 덕분에 마리아는 2차
대전 중에 아테네 음악원에서 왕년의 명가수 히달고에게 성악을 사사할 수 있었다. 14살 때 <카
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산투차 역으로 처음 오페라 무대에 서게 된다.
1940년, 그리스는 제2차대전에 휘말리게 되었고 미국 부친으로부터의 송금도 중단되었다. 마리
아는 오페라에 간간이 출연하면서 생활비를 벌었고 때때로 점령군을 위한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최초의 프로페셔널한 데뷔는 1941년, 아테네 오페라에서 상연된 <토스카>의 타이틀 롤이었다.
당초 출연 예정이었던 주역이 병을 얻게 되자 그 대역으로 뽑혀서 토스카 역을 노래했다.
1944년, 영국군에 의해서 그리스가 해방되자 마리아는 통역사로 일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그리
스에 내전이 발발하고 어머니와의 사이도 나빠지자 마리아는 아버지가 있는 뉴욕으로 돌아갈 결
심을 굳힌다.
1945년에 뉴욕에 돌아왔다. 그녀의 생활은 그리스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아테네의 생활에 비하
면 마리아의 뉴욕생활은 호화판이라 할 만 했다. 단지 가수로서의 생활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미국엔 이탈리아에서 건너 온 가수들이 차고 넘치는 형편이었고 따라서 경쟁이 치열했다.
천신만고 끝에 시카고에서 데뷔하게 되었는데 그마저 오페라단이 파산하는 통에 오페라 가수의
꿈도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 무렵 어머니가 뉴욕으로 돌아왔고 마리아는 다시 가정의 불화에
휩싸이게 된다. 고민 끝에 가수가 되기 위한 기회를 확실하게 잡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기로 결심
한다. 그것은 동시에 가정의 불화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미 베로나 오페라 팀과
<라 조콘다>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터여서 주저하지 않고 이탈리아로 갔다.
여기서 마리아는 두 남자를 만난다. 한 사람은 후일 그의 남편이 되는 메네기니이고, 또 한 사람
은 그녀의 음악적 스승이자 후원자인 오페라 지휘의 거장 툴리오 세라핀(Tullio Serafin)이다. 특
히 세라핀의 열정적인 지도를 통해서 대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마리아가 출연한 작품은 바그너의 <발퀴레>와 벨리니의 <청교도>>였고, 두 작품 모두에서 큰 성
공을 거두고 일약 그녀의 이름은 국제적인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동시에 레코딩을 제의를 받고
음반을 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1947년의 일이다. 이를 계기로 이후 십 수 년
간에 걸친 화려한 오페라 가수로서의 활약이 보장되었다. 문자 그대로 영광의 시대를 쌓기 시작
했다.
1949년(26세), 조반니 메네기니(Giovanni Battista Meneghini)와 결혼했다. 메네기니는 10년
뒤 이혼할 때까지 메니자로 칼라스를 충실하게 도왔다.
이때부터 이탈리아의 언론은 끈질기게 마리아의 꽁무니를 따라 다녔고, 그녀의 사생활들이 까발
려졌다. 메네기니와의 이혼, 그리스 선박 왕 오나시스와의 염문도 시시콜콜 전 세계에 알려졌다.
특히 오나시스와의 로맨스는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행복과 비극의 극단을 달리게 했고, 그녀의
음악적 경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
초창기엔 <이졸데>나 <브륀힐데>같은 드라마틱한 역을 주로 맡았다. 이어서 <루치아> <노르마>를
맡게 되는데 역시 툴리오 세라핀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세라핀과 함께 케루비니, 로시니, 도니
체티, 벨리니 등에 의해 19세기 초엽에 작곡됐지만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던 작품들을 차례로
섭렵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작품들이 현대에 다시 부활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위업을
일구어 냈다.
1950년, <아이다>로 데뷔한 라 스칼라 무대는 이후 10년간 그녀의 경력에서 가장 눈부신 것이
었다. 그러나 1962년, <메디아>를 스칼라에서 노래한 것을 끝으로 이탈리아를 떠났고 이때부터
그의 미성(美聲)은 급격하게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이상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처
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오나시스가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하자 상황은 급속도로 악
화되었다.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서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1965년엔 파리와 런던에서 토
스카 역으로 단 두 번 무대에 섰을 뿐이었다.
그러한 공백을 마스터 클라스를 여는 것으로 채웠다. 1971년부터 이듬해까지 열린 그녀의 마스
터 클라스는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었고,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그 가운데는 테너
고 박인수(서울대 교수)도있었다.
1973년, 스테파노와 함께 세계 순회연주를 끝으로 칼라스는 무대를 떠났고, 이때부터 마리아는
거의 완전하게 의욕을 잃어갔다. 그리고 1977년 9월 16일에 파리에서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
났다. 누구도 그녀의 죽음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칼라스는 1970년 어느 날, 주변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전장(戰場)이다. 나는 어떤 것
도 요구하지 않는다. 나에게 그저 사물과 사람들이 다가올 뿐이다. 다만 누구에게도 거절당하는
존재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건 동시에 내 자존심이기도 하다. 사생활에서나 공적인 생활에서
나 난 요구하지 않고, 명령하지도 않고, 명령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도 않다. 어떤 일이 내게 다
가오건 또는 다시 떠나건 난 불평하지 않는다."
오나시스에게서 버림받은 그녀의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를 이 절실한 말에서 짐
작할 수 있다.
앞에서도 설명되었듯 칼라스는 음악 가운데 내재되어 있는 드라마와 감정, 케릭터를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어 그것들을 극대화시키는데 천부적인 재질을 발휘했다.
칼라스가 노래하는 루치아는 과거의 명 콜로라투라들처럼 미성과 초인적 기교를 통해서 마치 프
랑스 인형처럼 장식적인 것이 아니고, 비극적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함으로써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체험하도록 만들만큼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칼라스처럼 인간의 슬픔과
절망과 희망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가수는 이전에 없었다. 음악 속에 깃들어 있는 드라마틱한 요
소를 찾아내는 비범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칼라스의 소리는 콜로라투라와 드라마티코를 합친 것이다. 때문에 그녀의 노래는 섬세함에서 극
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넓다. 거기에 더해 음색의 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감정 표현이 그만큼 다양했다. 이러한 재능에 힘입어서 오페라 <메디아> <몽유병
여인>'등은 오랜 세월 잊혀져 있다가 그녀에 의해서 부활의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그녀의 무대는 언제나 강렬한 열광과 감동으로 넘쳐흘렀고, 풍부한 표정과 세련된 연기는 그녀의
음악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어서 마치 극장을 위해 태어난 인물 같았다. 칼라스가 노래하고 연
기한 오페라 배역(주역)은 무려 46개에 달했다.
◈ 칼라스의 오페라 배역
(註 : 괄호 속 앞의 숫자는 공연 횟수, 뒤의 숫자는 공연 시기)
1. Abigaille 아비가일레 in Nabucco (베르디) (3 in 1949)
2. Aida (베르디) (33 in 1948-1953)
3. Alceste 알체스테 (글루크) (4 in 1954)
4. Amelia 아멜리아 in Un ballo in maschera (베르디) (5 in 1956)
5. Amina in La Sonnambula (벨리니) (22 in 1955-1957)
6. Anna Bolena (도니체티) (12 in 1957-1958)
7. Armida (로시니) (3 in 1952)
8. Beatrice in Boccacio (주페) (c. 10 in 1940-1941)
9. Brünhilde in Die Walküre (바그너) (6 in 1949)
10. Carmen (비제) (studio recording only)
11. Cio Cio San in Madama Butterfly (푸치니) (3 in 1955)
12. Constanze in Die Entörung aus dem Serail (모차르트) (4 in 1952)
13. Elena in I Vespri Siciliani (베르디) (11 in 1951-1952)
14. Elisabetta in Don Carlo (베르디) (5 in 1954)
15. Elvira in I Puritani (벨리니) (16 in 1949-1955)
16. Euridice in Orfeo ed Euridice (하이든) (2 in 1951)
17. Fedora (움베르토 조르다노) (6 in 1956)
18. Fiorilla in Il Turco in Italia (로시니) (9 in 1950, 1955)
19. Gilda in Rigoletto (베르디) (2 in 1952)
20. La Gioconda (폰키엘리) (13 in 1947-1953)
21. Giulia in La Vestale (가스파레 스폰티니) (5 in 1954)
22. Imogene in Il Pirata (벨리니) (7 in 1958-1959)
23. Iphigüie en Tauride (글루크) (4 in 1957)
24. Isolde in Tristan und Isolde (바그너) (12 in 1947-1950)
25. Kundry in Parsifal (바그너) (5 in 1949-1950)
26. Lady Macbeth in Macbeth (베르디) (5 in 1952)
27. Laura in Der Bettelstudent (Carl Millöcker) (4 in 1945)
28. Leonore in Fidelio (베토벤) (9 in 1944)
29. Leonora in La forza del destino (베르디) (6 in 1948, 1954)
30. Leonora in Il trovatore (베르디) (20 in 1950-1955)
31. Lucia di Lammermoor (도니체티) (46 in 1952-1956)
32. Maddalena in Andrea Chenier (움베르토 조르다노) (6 in 1955)
33. Manon Lescaut (푸치니) (studio recording only)
34. Margherita in Mefistofele (아리고 보이토) (3 in 1954)
35. Marta in Tiefland (외젠 달베르) (10 in 1944-1945)
36. Medea (케루비니) (31 in 1953-1962)
37. Mimi in La Boheme (푸치니) (studio recording only)
38. Nedda in I Pagliacci (레온카발로) (studio recording only)
39. Norma (벨리니) (89 in 1948-1965)
40. Paolina in Poliuto (도니체티) (5 in 1960)
41. Rosina in Il barbiere di Siviglia (로시니) (5 in 1956)
42. Santuzza in Cavalleria rusticana (마스카니) ( (13 in 1939, 1944)
43. Suor Angelica (푸치니) (1 in 1940)
44. Tosca (푸치니) (51 in 1942-1965)
45. Turandot (푸치니) (24 in 1948-1949)
46. Violetta in La Traviata (베르디) (63 in 1951-1958)
칼라스는 20대 후반(1953년 2월)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12년간에 걸쳐 20여종의 오페라 전
곡을 녹음하는 위업을 이룩했다(EMI). 그 가운데 6종의 전곡 음반을 소개한다.
1) 벨리니 : 청교도(I puritani)
EMI CDS 7 47308-8
지휘 : 툴리오 세라핀(Tullio Serafin)
조안 서덜랜드와 몽세라 카바예의 음반이 널리 사랑을 받았지만, 적어도 벨리니의 드라마틱한 개
성이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음반은 칼라스의 것이다. 1953년에 녹음된 이 음반은 칼라
스의 고음이 꽤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받게는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결점이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커버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 아름다움의 극치를 들려주는 벨칸토 창법은 그야말로 절창의
경지를 보여준다.
2) 벨리니 : 노르마(Norma)
EMI CMS 7 63000-2
지휘 : 툴리오 세라핀(Tullio Serafin), 1960년 녹음
칼라스의 생애에 걸쳐 무려 80회나 공연한 역이 노르마다. 말하자면 그녀가 최고의 장기로 삼았
던 역할이었다. 다른 노르마역의 소프라노들과 확연하게 차별되는 사실은 칼라스는 이 역을 연인
으로, 친구로, 어머니로, 성직자로, 그리고 피해자로서 다양한 성격 표출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
에 이 역은 칼라스 자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녀 자신이 연인으로서 치열하게 살다가
어느 날 버림받은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벨리니의 노르마가 과연 어떤 모습인가를 체험하려
면 칼라스의 노래를 듣기를 권한다. 1948년에 처음 이 역을 노래했고 1965년에 마지막으로 노
래했다.
칼라스는 두 번이나 이 오페라 전곡을 녹음했는데 신반(新盤)에 담긴 연주가 보다 충실하다. 이
음반은 칼라스 예술의 진수를 담은 역사적 명반이다. 칼라스와 세라핀이 함께 연주한 마지막 오
페라 전곡 녹음인 동시에 두 번째로 만든 상업적 음반이기도 하다. 1960년도 녹음인데도 스테레
오 효과가 탁월하고 칼라스의 공연자인 프랑코 코렐리와 크리스타 루트비히의 가창도 매우 화려
하다. 물론 칼라스의 노래는 노르마의 정체성을 최적의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칼라스의 노래는
내면적이며 부드럽고, 무섭고도 마술적이다. 그 어떤 소프라노도 벨리니의 음악을 이렇게 해석해
서 노래하지 못했다. 이 음반이야말로 극적인 통찰력과 성악적인 안정성의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들려주는 음반이다.
3)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EMI CMS 7 63631-2
지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1955년 실황.
유난히 우아한 저녁을 연상케 하는 실황 음반이다. 칼라스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게다가 카라얀
의 스마트한 리드에 의해서 칼라스 주변의 모든 배역들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노래한다. 칼라스와
카라얀이 표현하는 루치아는 숭고한 모습이 아니고 오히려 뜨거운 인상으로 다가선다. 그야말로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드라마틱 소프라노 전통이 부활하는 가창이다. 칼라스의 발성은 놀라
운 것이다. 맑고 자유로운 발성이다. 만일 칼라스의 음반들 가운데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 음반을 권한다.
스튜디오 녹음이 2종이고, 실황 녹음 1종이 있다. 소리와 테크닉에서 구반(舊盤, 1952년 녹음)이
충실하다. 신반은 1959년 3월, 런던 킹스웨이 홀에서 있었던 스튜디오 녹음으로 칼라스의 베스
트 셀링 디스크로 유명하다. 상대역인 에드가르도는 탈리아비니가 노래한다. 칼라스의 음악에서
소리의 쇠퇴가 역력하게 보이긴 하지만 극적인 맛은 구반에 비해 월등하다.
구반은 1955년, 베를린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휘로 열린 공연 실황을 녹음한 음반(EMI,
CMS7 63631-2)인데 칼라스의 실황 녹음 가운데 최고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참고 : 칼라스는 1952년에 처음으로 루치아를 노래했고(로마), 1959년에 댈러스에서 마지막으
로 노래했다.
4) 푸치니 : 토스카(Tosca)
EMI CDS 7 47175-8
지휘 : 빅토르 데 사바타(Victor de Sabata)
1941년, 아테네에서 처음 토스카 역을 노래했으니 칼라스로서는 가장 초기의 레퍼토리인 셈이
다. 적어도 50회 이상 이 배역을 노래했고 녹음도 2번이나 했다. 또한 토스카 역은 그녀의 마지
막 무대에서 불려진 작품이기도해서 특별한 인연이 있다. 칼라스가 노래하는 토스카는 완연한
19세기의 여인상을 표현한다. 칼라스가 표현하는 토스카는 완벽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이전의 녹
음에서 이토록 강렬한 토스카상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이 음반은 두 번째
토스카인데 칼라스가 발표한 오페라 전곡 녹음가운데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음반으로 기록
되고 있다.
5) 베르디 :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
EMI DS 7 47498-8
지휘 : 자난드레아 가바체니(Gianandrea Gavazzeni), 1957년 녹음.
실황 녹음이다. 이 무렵의 칼라스는 <베르디 해석자>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만큼 베르디 오페라에
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공연자는 스테파노와 줄리에타 시묘나토, 바스티안니니 등 쟁쟁한
스타들이었다. 루치아를 노래할 때의 그 우아함과 비련미를 상기한다면 이 작품에서 엄청난 극적
에너지를 내뿜는 칼라스의 노래에 기가 질린다. 참으로 놀라운 변신의 재능이다. 아멜리아 역이
베르디의 작품 가운데 가장 무거운 배역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칼라스의 이러한 표현에서 역시
악보 속의 주인공에게 참으로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칼라스의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재
간이 없다. 꼭 권하고 싶은 음반이다.
6)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EMI CMS 7 63628-2
칼라스는 1950년대 초부터 비올레타를 노래했다. 그러나 전곡 녹음은 단 한 차례로 1953년,
Cetra에서 녹음했을 뿐이다. 초기의 비올레타는 지나치게 강한 해석을 붙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
았지만 1955년의 스칼라 공연과 1958년의 런던 코번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연은 해석을
달리해서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공연들에서 칼라스는 사랑하는 연인이 나타낼 수 있는
최상의 이상형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코번트 가든 공연에 대해서 평론가들은 "마술적
이다"(헤롤드 로젠탈), "완벽한 승리"(댈러스 모닝 뉴스의 롤 애스큐)등의 최상의 언어로 찬사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비올레타 역은 칼라스가 장기로 삼는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자리를 굳혔다.
비올레타 역은 1951년에 피렌체에서 처음 노래했고 1958년 9월에 댈러스에서 마지막으로 노래
했다.
◈ 영상물
Maria Callas Beautiful Arias volume 1 Trace 0401122
Maria Callas Beautiful Arias volume 2 Trace 0401132
Maria Callas Beautiful Arias volume 3 Trace 0401142
연출 : 토니 팔머(Tony Palmer)
제작 : Reiner Moritz Associates, 1987년
제원 : PILC-1006, 컬러 & 흑백, LD
이 한편의 영상물만으로 그녀가 이룩한 오페라 예술의 금자탑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
도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은 <한 위대한 성악가>의 삶과 예술의 부분적 족적을 알려주는 귀
한 자료들이라고 여겨진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상물은 토니 팔머(Tony Palmer)의 뛰어난 연출에
의한 것이다. 생전의 칼라스 무대 실황을 기본으로 삽입하고 사이사이에 칼라스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던 많은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수록했다.
칼라스의 가창 기록은 1959년과 1962년, 함부르크와 런던에서 열렸던 연주 실황들이다. 벨리니
의 오페라 <해적> 마지막 무대에서 노래되는 장대한 아리아의 서주와 간주로 시작되는 이 영상
물은 칼라스의 삶과 사랑, 예술이 테마다.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는 "오페라의 역사는 2개의 시대로 나누어진다. 칼라스 이
전(B.C.)과 칼라스 이후(A.D.), 즉 Before Callas와 After Diva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하면서 오
페라 역사에서 칼라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소 과장되게 설명했지만, 그의 말에서 거품만 조금
거둬낸다면, 가장 짧은 문장으로 칼라스를 설명한 아주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1977년, 칼라스가 파리에서 사망하자 그녀에 대한 전기(傳記), 회고록, 사진집, 연구서, 생전의
연주실황 음반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 영상물도 그런 것들 가운데 하나
로 1987년에 제작되어 유럽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이다. 따라서 그녀에 관한 것
으로는 비교적 최신의 것인 셈이다.
오페라 <해적>의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되어 푸치니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로 마감되는 이
한편의 영상 다큐멘터리는 칼라스의 삶과 사랑과 예술을 일목요연하게 압축시킨 일종의 파일
(File)과 같은 것이다. 그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사람에게도 아주 쉽고 흥미로운 방법을
통해서 그녀에 대한 많은 지식을, 그리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가창(歌唱) 기록은 흑백이고,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게다가 칼라스의 소리가 현저하게 쇠
퇴하기 시작했던 무렵의 연주 실황이다. 연출자가 구태여 이런 실황을 주요 자료로 채택한 이유
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전편(全篇)의 행간(行間)에 숨어있다. 연출자가 이 한편
의 다큐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했던 주제는 '연속적인 사랑의 실패로 연결되는 칼라스의 삶이 어떻
게 예술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끝부분에서 감상자들은
마음 한 켠이 어두워지는 경험을 갖게 된다. 예술에서는 최상· 최고의 경지에 올라 영광의 관(冠)
을 썼지만, 삶과 사랑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겪는 그녀의 상황 때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