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타이틀 / Pablo Casals : Schubert
지휘 : 파블로 카잘스
연주 : 아이작 스턴, 알랙산더 슈나이더, 밀튼 카팀스, 파블로 카잘스, 폴 토르텔리어
프라도 음악제 관현악단
제작 / Sony Claasical, 1952년 7월 녹음, 프라도 음악제 실황 녹음
음반제원 : CD, AAD(High Difintion Remastering),
연주시간 : 76분 2초
◈ 유튜브로 오디오 듣기
Schubert : String Quintet in C Major op.163, D.956 (1828년 완성)
바이올린 : Isaac Stern, Alexander Schneider
삐올라 : Milton Katims
첼로 : Paul Tortelier, Pablo Casals (1953년 연주실황 발매)
http://youtu.be/Ih5ABvXqAKA?si=fNRE_uAkTF_yj3ul
오페라 공연이 진행되다가 마지막 막을 앞두고 상연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다. 비
교적 최근에 국내에서 있었던 사건이었다.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에게 지급될 출연
료 때문이다. 그게 다 돈 때문인데, 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종종 화제에 오른
다. 첼로계의 전설적 명인인 동시에 지휘자로서도 명성을 떨쳤던 파블로 카잘스도
돈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심각한 문제에 부딪친 일이 있었다.
1953년 7월 4일, 프랑스의 프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날 카잘스는 <프라도 음
악제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기 위해 포디엄에 섰다. 프라도에 정착 후 최초로
갖는 오케스트라 지휘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회였고, 콜롬비아 레코드는 이 역사
적 실황을 담기 위해서 녹음 장비를 배치했다. 곡목 가운데 하나는 카잘스가 특별한
애착을 보였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5번이었다. 연주와 녹음은 끝까지 잘 진행되었
다.
남은 일은 플레이백(play back)을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수정 작업이었다. 그런
데 오케스트라 단원들 가운데 몇몇 미국인 주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녹음에 대한
연주료를 받지 않았으니 음반으로 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카잘스가 직접 레코드
회사로부터 녹음료를 받아주어야 음반 발매를 동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이
런 문제에 민감했던 미국인들로서는 당연한 요구였다.
결국 이 연주실황은 음반으로 발표되지 못했다. 카잘스가 단원들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았고 즉각 음반 작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카잘스가 왜 그런 대응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든 츌연료를 둘러싼 분쟁 때문에 음반이 만들어지지 않은 희귀한 기
록이 만들어진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때 녹음됐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5번은 이런
사연 때문에 레코드 회사의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랬던 그 녹음이 40년만인 1993년에 CD로 햇빛을 보게 되었다. 망실됐다고 여겼
던 녹음 자료가 뒤늦게 발견되어서 음반화 되는 경우하고는 또 다른 상황이고, 그래
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컸다.
Sony Classics 레이블로 발표된 이 음반은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곡과 교향곡 제5번
을 담고 있다. 1952년 7월 1일부터 4일 사이에 <프라도 음악제>에서 연주된 두 작
품의 연주실황이다. 두 곡 모두 매우 소중한 카잘스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희소가치
가 크다.
카잘스는 슈베르트의 실내악곡과 교향곡에 대해서 특별한 애착을 가졌던 인물이었
다. 그에 관한 많은 문헌들이 한결 같이 이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알프레도 코르도,
작 티보와 피아노 트리오를 조직하고 최초로 녹음했던 작품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
리오 제1번이었고, 1910년대 초기엔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를 즐겨 연주했다.
지휘자로서 그가 즐겨했던 레퍼토리로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그레이트 심
포니> <대미사> <로자문테>등을 자주 연주했다. 이렇게 카잘스는 실내악에서나 지휘
에서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였다.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를 연주한 면면은 문자 그대로 20세기 명인들이 망라되어 있
다.
바이올린에 당시 30대의 아이작 스턴과 러시아 출신으로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의
멤버와 독주자, 지휘자, 음악제의 주관자로 폭넓은 활동을 했던 알렉산더 슈나이더,
비올라에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 비올리스트와 뉴욕4중주단의 단원으로, 또한 카잘
스의 협력자로서 활동한 밀튼 카팀스(Milton Katims),
첼로엔 파블로 카잘스와 프랑스의 거장 폴 토르텔리어(Paul Tortelier)이다.
1952년 7월 1일과 2일에 걸쳐서 녹음된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곡은 앙상블의 밀도,
정서적 통일감, 조형적 구축력에서 놀라운 연주라고 여겨진다.
제1악장은 다섯 연주자가 들려주는 긴장과 이완의 조절은 가히 장인의 경지가 아니
고서는 만들 수 없는 최고의 미학(美學)이었다.
제2악장 아다지오에서 연출되는 서정과 환상은 그 어떤 연주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이어서 놀랍다.
스케르조의 제 3악장은 뜨거운 열정의 덩어리이고, 빈틈없는 앙상블 기교의 극치미
를 들려주는 명연이다.
제4악장에서 감정의 인터메조를 설정하는 대신 여백이 충분히 느껴지는 로맨티시즘
을 노래한다.
녹음의 질에 있어서도 오히려 교향곡 제5번보다 뛰어나고, 제법 풍요로움도 느껴진
다. 1950년대 초반의 녹음으로서는 우수한 편이다.
제5번 교향곡의 경우는 녹음의 질에서는 상당한 결점이 눈에 띤다. 전반적으로 풍요
롭지 못한 음향이 1950년대 초 녹음 기술력의 한계라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악기간
의 균형이나 현악기군의 거친 질감은 아무래도 귀에 거슬린다.
그러나 음악적 표현에 있어서 이 음반은 일종의 표준적 해석의 기준을 들려준다. 제
1악장의 유명한 제1주제에서 카잘스는 중용의 템포를 설정해서 세련미를 부여하고
있고, 제2악장과 3악장에서는 슈베르트다운 상냥함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고, 제4
악장에서는 쾌청한 하늘을 보듯 맑고 상쾌한 정서가 군더더기 없이 멋지게 펼쳐진
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20세기의 명인 카잘스, 그러나 이 음반을 통해서 그
가 영원히 팬들의 마음에 살아 있다는 강렬한 확인을 해 주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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