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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타이틀 /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Die Fledermaus>
지휘 : 안드레 프레빈 (André Previn, 1929-2019)
케스트 : 키리 테 카나와, 볼프강 브렌델, 톰 크라우스, 브리기트 파스벤더, 리처드 리치,
오라프 베르, 에디타 그루베로바, 카린 게틀링,
빈 필하모니커
뷘 국립 오페라 합창단
제작 : Philips, CD, Digital, 1991년 제작,
◈ 유튜브 듣기
J. Strauss II : Die Fledermaus Overture
Wiener Philharmoniker
지휘 : André Previn
http://youtu.be/OsNYVHqigiU?si=_O1ZXpwtmJ0CwfLP
출판사 펭귄(Penguin)에서 펴내는 <오페라 컴팩트 디스크 가이드>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 전곡을 수록한 모두 10매의 CD를 소개하면서 각각 평가 점수를 매겼다.
지휘자 카라얀(3종의 음반, 그 중의 하나는 모노), 카를로스 클라이버, 앙드레 프레빈, 클레멘스 클
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등 10종인데, 최고점은 카라얀의 모노 에디션, 클레멘스 클라스, 앙드레 프
레빈에게 주었다.
앙드레 프레빈이 필립스 레이블로 발표한 앨범은 펭귄 평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연
뛰어난 연주라는 걸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된다. 그만큼 이 앨범은 어디 하나 나무랄 곳 없는 높은
예술적 완성도와 기술적 우월성을 들려주고 있다.
지휘자이며 작곡자이고 뛰어난 피아니스트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은 1929년 4월 6일 베를
린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이름은 안드레아스 루드비히 프레빈 이었다. 미국으로 이주 후에 앙드
레 조지 프레빈으로 개명했다. 혈통은 유대계 러시아인로 아버지 직업은 변호사였다.
프레빈은 베를린 고등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졸업 후엔 파리음악원에 진학해서 계속 피
아노를 공부했다. 나치가 정권을 잡자 1939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가족이 처음 정착한 곳
은 로스앤젤레스였는데 프레빈은 여기서 테데스코(Tedesco)로부터 작곡법을 배웠다.
1943년에 시민권을 획득했고 당시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으면서 재즈 피아니시트로 활약하기 시
작했다. MGM 영화사의 편곡자로도 일했다. 이 때 수많은 영화음악과 뮤지컬을 써서 네 번이나 오
스카상을 받았다. 거기에 더해 그가 녹음한 재즈 피아노 앨범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19세 나이에
백만장자가 됐다.
1951년, 군 복무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피에르 몽토를 알게 되어 그에게서 지휘를 공부했다. 12년
뒤, 세인트루이스 교향악단 지휘자로 데뷔했고, 1965년엔 런던 교향악단과 녹음을 시작했다. 이
때 본 윌리엄스의 교향곡 전곡(9곡)을 녹음하는 성과를 일구어 냈고 그 음반들은 상당한 호평을 얻
었다.
1967년, 휴스턴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고 이 자리에 1970년까지 있으면서 활동했다.
1969년엔 런던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결정됐는데 단원들 대부분이 프레빈의 지휘능력에 대해 불
안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프레빈의 지휘를 받아 본 단원들은 그의 지휘 능력에 대
단한 신뢰를 갖게 되었고, 그가 지휘하는 날 연주 홀엔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현상도 만들어
냈다.
1975년, 일부 단원들이 오이겐 요쿰(Eugen Jochum)을 새로운 지휘자로 옹립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자 프레빈은 끝까지 인내로 대처해서 그들 스스로가 악단을 떠나도록 만드는 놀라운 행정력
을 보였다. 1979년, 런던 교향악단 창립 75주년 기념공연을 끝으로 프레빈은 스스로 물러났고 악
단은 그에게 창립 이래 최초의 <명예지휘자> 칭호를 바쳤다.
1976년 가을 시즌부터 피츠버그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겸임했는데 그가 취임하면서 이 악단은 새
로운 활기를 보였고, 고정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가 하면 필립스(Philips)와 녹음 계약을 맺고 많
은 음반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는 EMI와 계약해서 빈 필, 드레스덴 국립교향악단 등과 상당한 분
량의 녹음을 했다.
바로 이 무렵부터 프레빈과 빈 필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되는데, 특히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가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받은 것도 그런 특별한 관계가 낳은 귀중한 소산으로 보아진다.
이 앨범에 담긴 연주는 1990년 11월, 빈 무직페라인 무대에서 상연된 공연이고, 음반으로 발표된
것은 1993년이다. 프레빈이 지휘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가 최고의 연주로 평가되고 있는 요
인은 3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지휘자의 역량,
둘은 성악가들의 몫,
셋은 필립스 기술진의 뛰어난 기술력이다.
프레빈의 지휘는 중용적 해석에 기초한다. 악보에 표기된 <a tempo>(본래의 빠르기로 연주하라는
용어) 부분에서 프레빈은 결코 처지거나 서두름 없이 놀랄 만큼 충실한 템포 설정으로 지휘한다.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이 같은 음악적 통제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어서 더
욱 인상적이다. 이러한 통제력은 결과적으로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충분하
고도 일관되게 듣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본 윌리엄스의 교향곡에서 그가 장기로 삼았던 a tempo의 미학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체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해학을 표현할 때
지휘자의 몫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기 때문에 더욱 프레빈의 중용적 템포감각이 돋보인다.
이 앨범에서 노래하고 있는 성악가들은 그야말로 황금의 진용이다.
로잘린데 역의 키리 테 카나와(Kiri Te Kanawa)는 찬란한 발성과 유연한 소리 연기를 통해서 완
벽하게 로잘린데의 아이덴티티를 들려주고 있다. 독일어 발음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서 로잘린데가
독일인에서 앵그로 색슨(Anglo-Saxon)으로 혈통을 바꾸고 있다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그것이 결코
흠이 되지 않는 것은 그녀의 가창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를로프스키공(公) 역의 브리기트 파스벤더(Brigitte Fassbaender)의 역할도 뛰어나다. 풍요롭고
당당한 파스벤더의 가창력은 특히 파티 장면에서 위력을 보인다. 물론 그녀의 독일어 발음은 빼어
나다. 그것이 카나와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아델레 역의 에디타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의 가창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제3막에서 교도소
장 프랑크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들려주는 그녀의 노래는 절창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남성 가수들의 가창도 황금 빛깔이다.
아이젠시타인 역의 볼프강 브렌델(Wolfgang Brendel)과
팔케 박사 역의 오라프 베르(Olaf Bär)의 노래는 그들이 연기하는 배역의 성격 표현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들려준다. 흠이라면 두 사람 소리가 너무 닮은 것인데 이 역시 흥미로운 만남으로 생각될
정도로 친밀감을 준다.
알프레드 역의 리처드 리치(Richard Leech)는 제1막과 3막에서 강렬한 톤과 해학적인 발성 기교
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프랑크 역의 톰 크라우스(Tom Krause)는 개성적인 가창으로 허둥거리는 교도소장의 성격 묘사에
서 발군의 솜씨를 들려준다.
합창은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 맡고 있다. 눈부신 합창을 들려주어 음악에 광채를 더하고 있다.
이 음반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신선한 메뉴는 제2막의 파티 장면에 삽입된 군중들의 소음이다. 파
티의 흥청거림을 나타내는 기발한 배경인 셈인데, 이로써 감상자는 생생한 임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음질은 화사하고 빛나다. 악기 군과 성악, 합창의 균형도 나무랄 곳이 없다. 세련되고 풍요로운 느
낌이 실제의 감촉처럼 감상자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오페라 음반에서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19세기 유럽, 서로 자기의 짝 보다는 남의 짝에 군침을 흘리다 망신을 당하지만 그 얽히고설킨 관
능을 한낱 객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하고 모두들 허허 웃는 것으로 처리하고 마는 한 마당의 해프
닝, 그것이 <박쥐>의 스토리다. 헤피 앤딩이니 듣는 마음도 즐겁다. 게다가 최고의 배역과 최고의
오케스트라․합창단, 훌륭한 지휘가 멋진 파티를 펼쳐 놓았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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