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 필립 헤레베헤
콜레기움 보칼레 오케스트라
독창 : 안드레아스 숄
Harmonia Mundi France
HMC 901644, 1998년 발매
연주시간 : 59분 19초
1995년에 발매된 '독일 바로크 노래(HMC 901505)'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던 숄
이 3년 후 이 음반의 발표로 비약적인 음악적 진보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
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여기에 담긴 그의 음악은 매혹 그 자체이다. 더 이
상의 찬사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대체로 아무리 출중한 카운터
테너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발성의 부자연스러운 대목이 발견되기 마련인
데도 이 음반에서 들려오는 숄의 발성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여유롭고 편안하
다.
알토 독창을 위해서 쓴 바흐의 칸타타는 모두 4곡인데 아마도 당시 가창력이
뛰어난 보이 소프라노를 위해서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텍스트의 내
용은 죄로 인한 파멸로부터 인간을 구원해 달라고 성령에게 간구하는 것인데
음악적 분위기는 오히려 현란하고 극적인 요소가 강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창자의 효과적인 표현이 그리 녹녹치 않은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숄은 이러
한 측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연주에 임하고 있다. 텍스트와 음악을 아
주 적절하게 조회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칸타타 제170번의 오프닝 아리아 'Vergn gte Ruh!'에서 아주 편안한 템포를 유
지하면서 지극히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현력을 발휘함으로써 이 아리아가 지니
고 있는 자장가적인 속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든지, 화려한 코
로라튜라 아리아 'Mir ekelt mehr zu leben'에서 구사하는 놀라운 기교는 숄
이 얼마나 고도의 가창력과 작품에 대한 지극한 이해를 갖고 있는가를 들려주
는 대목이다. 단지 결점이 있다면 바하가 요구하는 열정과 시정(詩情)의 표현
에서 다소 미흡해서 1950년대에 발표되었던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의 음
반과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숄의 음악은 아름답고 편안해
서 왕년의 명 카운터 테너 보우만(Bowman)이나 에스우드(Esswood)의 노래
에서 때때로 느껴야했던 부자연스러움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 음반에 앞서 발매된 숄의 음반들도 최상의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어떤 의
미에서 그 모든 음반들은 이 솔로 앨범을 위한 일종의 예비라고 보아도 좋을
상 싶다. 그만큼 숄이 여기에서 들려주는 음악들은 매혹적이고 환상적이며 아
주 따뜻해서 듣는 이들을 잔잔한 감동의 세계로 이끄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바흐의 알토 독창을 위한 칸타타 음반들 가운데 숄의 음악과 발성을 능
가할만한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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