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범
타이틀 : 모스크바의 블라디미르 아슈나지
지휘, 독주 /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로열 필하모닉 관현악단
제작 / TOEMI TOLW-3528
1989년 11월 11, 12일 모스크바 음악원 볼쇼이 홀 실황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Vladimir Ashkenazy, 1937- ).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명지휘자 가운데는 피아니스트 출
신이 많은데 지휘자로서의 입신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엔 거의 피아노를 떠나는 것이 관례처럼 되
어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오케스트라 세계에도 복고풍 바람이 몰아닥친 탓인지 스스로 피아노 독
주를 맡으면서 동시에 지휘를 하는 마에스트로가 새삼 증가하고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과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그 대표적 지휘자인데, 그 중에서도 아슈케나지는 독주
자로서의 영역에도 끈질긴 집념을 보여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등 대단한 음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지휘자로서도 이미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여 명실상부 세계 정상급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쇼팽 콩쿠르 2위,
엘리자베스 왕비 국제 콩쿠르 우승,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등
유례가 드문 화려한 콩쿠르 경력을 갖고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피아니스트 아슈케나지, 그러나
소련인의 신분으로 있는 한 그의 활동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해서 그는 1963년에 서방세계로 망
명했다. 망명과 더불어 그의 눈부신 피아니즘의 지평을 열어가기 시작했고 독주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데 성공했다.
1974년, 부인의 국적을 따라 아이슬란드의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러나 부모가 그대로 살고 있는 조
국 러시아에 대한 연민은 늘 그의 가슴에 머물러 있었다. 1979년엔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
해졌다. 홀로 계신 아버지 곁으로 그의 마음은 달려갔지만 조국으로의 일시 귀국은 소망처럼 쉽게 성
취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고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실시될 조짐이 보이자 아슈케나지는 일시 귀
국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9년 11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악단과 함께 소련을 방문했다.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금의환향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게다가 조국을
떠난 후 26년만의 감격적인 귀국이었다.
모국 연주회는 11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서 유서 깊은 모스크바 음악원 볼쇼이 홀에서 행해졌
다. 아슈케나지가 신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던 소년 시절에 바로 이 연주홀에서 연주를 갖곤 했었
기에 그로서는 더욱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
이제 그는 26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서 천재 소년이 아닌 세계 정상급의 지휘자로 조국의 청중
들 앞에 나섰다. "그건 정말 꿈같았다"고 아슈케나지는 그 당시의 기분을 회고했다.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아슈케나지는 어머니 묘소를 참배하고, 아버지와 누이를 매일 만나서 쌓인
회포를 푸는 등 26년간의 망향의 한을 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푸는 데 정성을 다했다. 금쪽같은 이
시간을 보내면서 페레스트로이카의 소련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도 받았
다.
아슈케나지의 모스크바 공연은 당시 소련 퍼스트 레디 라이사 여사의 후원과 소련 문화기금의 초빙
으로 실현되었다. 첫날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과 영국의 중견 작곡가 누센의 교향곡 제3번
을 지휘했고(독주 겸), 다음 날엔 베토벤의 협주곡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을 연주했다. 아슈케
나지는 물론 로열 필의 단원들도 최선을 다한 열연으로 청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지휘자(독주자)와 단원들도 더할 나위없는 완벽한 호흡의 일치를 통해
신선하고 숭고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서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에서 그가 들려준
지휘는 명연이라는 단어로도 너무 부족할 만큼 눈부신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선율들, 극적이
면서도 정감 어린 치밀한 구성력, 슬라브적 취향으로 채색된 감정의 표출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
번이 갖고 있는 본질을 꿰뚫고 있는 아슈케나지의 음악적 체질 바로 그것이었다. 최고, 최상의 연주
였다.
26년만의 귀향 연주회를 통해서 그 자신에게는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청중들에게 있어서 다함
께 잊지 못할 기념비적인 명연주를 실현 시켰다.
▶ 수록된 작품 및 영상 내용
제1면
1. 아슈케나지 인터뷰
2. 모스크바 공항 도착 장면
3. 아슈케나지 인터뷰
4. 올리버 누센 (Oliver Knussen, 1952-2018 )의 교향곡 제3번 작품 18
5. 아슈케나지 인터뷰
6. 베토벤 작품에 대한 해설 (마이클 버클리)
7.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다단조 작품 37
제2면
1. 아슈케나지 부친과의 인터뷰 / 부친 아파트 방문 장면
2. 차이콥스키 해설 (마이클 버클리)
3. 차이콥스키 / 교향곡 제4번 바단조 작품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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