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지휘 : 줄리언 레이놀즈
연주 : 유럽 실내악단 Per Musica
녹음 : 1986년 8월 이탈리아 론세뇨
연주시간 : 53분 31초
제작 : Globe, 1992년. GLO 6014, DDD.
일찍이 문호 스탕달은 로시니를 <음악계의 나폴레옹>이라고 격찬했다. 음악계의 나폴레옹이라
는 표현은 그가 과거의 음악에 대해서 획기적인 변화를 부여하고 또한 이러한 변화에서 그가
위대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오페라 음악의 황금기로 지목되고 있는 19세기를 통해서 가장 뛰어난 오페라 부파(희가극) 작
곡가로 존경받고 있는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는 1792년에 이탈리아의 소도
시 페자로에서 태어나 1868년 파리에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볼로냐 음악학교에서 공부하고
1810년(18세)에 발표한 1막짜리 희가극 <약혼 어음 La Cambiaale Di Matrimonio> <비단
사닥다리 La Scala Di Seta>등이 잇달아 히트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오페라를
무려 39곡이나 썼다. 대부분은 타고난 뛰어난 재능과 극장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우수한 작품들로 역사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페라로 성공해서 명성과 부를 동시에 획득했고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에 또 하나의 위대한
금자탑을 세웠다. 그의 오페라 부파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선율로 장식되어 있고, 인물 묘사력
도 대단히 뛰어났다.
반면에 오페라를 제외한 부문에서는 작품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질적 평가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로시니의 학습시절과 그의
후반기 창작기에서 발견되는 기악곡들과 종교음악들도 오페라 못지않은 높은 예술적 향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음반에 담겨진 로시니의 기악곡
들은 새삼 눈 여겨 살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로시니의
학습시대인 1806년부터 1810년 사이와
그의 전성기인 1828년에 작곡된 기악곡들,
그리고 오랜 세월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한 오페라 서곡들이다.
◈ 수록곡
1. 오페라 신데렐라 서곡, 뇌우(雷雨)의 음악
2.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을 위한 변주곡 다 장조
3. 오페라 세비야의의 이발사 중에서 뇌우(雷雨)의 음악
4. 큰 팡파르(Grand Fanfare)
5. 5개의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 바장조
6. 오페라 세미라미데 서곡
1809년에 완성된 클라리넷 변주곡은 오페라 <라고의 아가씨>와 <세미라미데>에서 각각 테마
를 빌려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고>는 서주부인 안단테(andante)에 <세미>는 주부인 알
레그로에 차용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주제는 어디에든 활용한다는 로시니의 신념이 반영된
작품이다.
<5개의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 역시 비슷한 시기에 쓴 곡인데, 그 아름다운 곡상
은 비길 데가 없을 지경이다. 이 작품은 오페라와 관련이 없다.
<큰 팡파르>는 4개의 혼(horn)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1828년에 작곡된 작품이다. 이
무렵 로시니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매력적인 화
려한 음 빛깔과 로맨틱한 분위기는 한 폭의 프레스코 그림을 보는 느낌이다. 프랑스 체재의
영향이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주제는 오페라 <빌헬름 텔>과 관련이 있다.
이 음반은 이미 우리들 귀에 익숙한 오페라 <신데렐라>와 <세미라미데> 서곡을 보너스로 들려
준다. 이 2개의 서곡은 오페라에서 떼어서 독립된 관현악 작품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발전부를 생략한 소나타 형식을 채택한 것도 이채롭지만 목관과 금관으로 지극히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하도록 하는 그의 재주가 참으로 경탄스럽다.
1983년에 유럽 청소년 관현악단 단원들이 중심이 되어서 창단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
는 <유럽 실내악단>의 연주는 신선한 감각으로 로시니의 작품을 연주하고 있다. 더군다나 CD
를 위한 어떠한 카탈로그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로시니의 실내악곡들을 그들이 연주하고 있으
니 이 음반과의 만남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러시아, 독일, 영국의 혼혈 지휘자 레이놀즈(Julian Reynolds)는 1962년, 런던에서 태어나
라흐마니노프의 제자 알버트 퍼버(Albert Ferber)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빈 음악대학으로 유
학 갔다. 귀국 후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디플로마를 받았고, 19살 때 데뷔했다. 18살에 유럽
청소년 관현악단의 솔리스트로 협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부지휘자를 거쳐 대망의 지휘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 지휘법을 가르친 스승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였다. 1986년엔 네덜란드 오페라 음악감독
으로, 1991년 이후부터는 종신객원지휘자가 되었다. 30대의 젊은 지휘자 중에서도 가장 착실
하게 자신의 경력을 쌓아 가는 유망주다.
이 음반에 수록된 연주는 이 악단이 창단한 직후 이탈리아 순회연주를 준비하기 위해서 1986
년 8월에 이탈리아 론세뇨 테르메(Roncegno Terme)의 한 호텔에서 연습을 시작했을 무렵
에 녹음한 것이다. 그 녹음은 오랜 세월 음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음반 제작을 위해서 녹
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원본 녹음테이프를 분실한 상태였다. 그리고 6년 후
글로브(Globe)사의 제안으로 복사본 테이프를 지휘자와 악단의 리더가 다시 모니터 한 다음
비로소 음반 제작에 동의하여 햇빛을 보게 된 음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의 녹음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편집과 디지털 기술의 덕분일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