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
대본 및 연출 : 크리스토퍼 뉴펜(Christopher Nupen)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
제작 : Teldec, 1987년, AAD, LD, Mono & Stereo
플레잉 타임 : 87분45초
◈ 영상 보기
http://youtu.be/gkOM0o4KJS0?si=h-nxXi-Ubhs690YS
◉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이야기 / 잊을 수 없는 일화들
자그마한 키(168Cm), 다부진 얼굴 모습, 유별나게 빛나는 안광(眼光)으로 인상 지어
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 1937- ).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명지휘자 가운데 피아니스트 출신이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
들은 활동의 토대가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엔 거의 피아노를 떠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세계에도 복고풍의 바람이 몰아닥친 탓일까? 피아노
독주와 지휘를 동시에 하는 마에스트로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과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그 대표적 지휘자인데, 특히 아쉬케나
지는 독주자로서의 영역에도 끈질긴 집념을 보여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
음하는 등 대단한 음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지휘자로서도 이미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여 명실상부 세계 정상급의 위치를 일찌감치 확보한 인물이다.
쇼팽 콩쿠르 2위,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우승,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등 유례가 드문 화려한 콩쿠르 경력을 갖고 그야말로 혜성
처럼 등장한 피아니스트 아슈케나지. 그러나 소련인으로 있는 한 그의 활동은 제한
될 수밖에 없었다. 1963년에 서방세계로 망명했다. 망명 이후 그의 활동은 눈부신
피아니즘의 지평을 열어가기 시작했고 독주자로서 최상의 세계적 명성을 얻는데 성
공했다.
그러나 조국이 싫어서 서방으로 떠나긴 했지만 역시 고향만한 곳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떠돌며 사는 방랑자 신세가 된다. 한때는(1974년) 부인의 국적을 따
라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하고 아이슬란드에서 살다가(5년간) 런던으로 거처를 옮
겼다. 그러나 런던은 도무지 정이 들지 않았다. 다시 옮겼다. 이번엔 네덜란드의 항
구 도시 로테르담이다. 바닷가 바로 곁에 새집을 마련하고,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
피아니스트로서 독자적인 지평을 열어가던 젊은 시절로부터, 지휘자로 변신하면서
보다 넓은 음악세계를 열어 가는 아슈케나지의 음악인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
으면서 사이사이에 그의 연주 모습을 삽입시키고 있는 이 영상은 음악에서나 인생에
서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 더 낳은 세계를 추구해 나아가는
한 예술가의 족적을 담담한 톤으로 보여주고 들려준다. 여기에 보고되는 그의 족적
은 음악과 관련된 다수의 일화를 연결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재킷 타이틀을 <방황하
는 음악가의 생애로부터의 일화들>이라고 지었다.
젊은 시절의 아슈케나지와 바렌보임이 만나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
곡 K.365>를 연습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나레이터는 아슈케나지가 1962년
에 아이슬란드 태생의 소른양을 만나서 모스크바에서 결혼하고 이듬해에 서방으로
망명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런던에서 로테르담으로 거처를 옮긴 아슈케나지가 가구 하나 없이 덩그렇게 비어있
는 집안 구경을 시키며 이 고장에 대한 아내와 자신의 기대를 설명한다. 해변에 세
워진 그의 집이 원경(遠景)으로 처리되면서 그 집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의 음악 동료 중 이차크 펄만과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하고 녹
음 상태를 모니터하는 모습, 4손용으로 편곡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바렌
보임과 연습하는 모습, 197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독주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남편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부인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베토벤과 더불어 아슈케나지 음악의 원천인 쇼팽의 <연습곡 작품10의1>을 연주하는
무대가 뒤를 잇는다. 강렬한 힘과 섬세한 표현이 절묘한 균형을 보여주는 참으로 아
름다운 쇼팽이 그의 손에서 울려 퍼진다.
이번엔 신문에 게재된 자기 연주에 대한 음악평을 읽는 모습이다. 평론가들이 지적
해주는 충고에 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그의 생각도 여기서 피력된다. 음악 앞
에서 진지하고 겸손한 그의 인격이 보인다.
아슈케나지는 청중을 찾아가서 연주하는 스타일이다. 에스콕스(Escox)대학에서 행한
베토벤 리사이틀 실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의 베토벤은 영웅적인 스케일과 다정다감
한 감정의 발로로 엄청난 감동의 회오리를 일으킨다.
아슈케나지는 뛰어난 실내악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차크 펄만, 린 하렐과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 70의 2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그의 피아노가 바이올린, 첼로와
더불어서 만들어 내는 순도 높은 예술성을 보게 된다. 실내악에 대한 그의 집념 또
한 강해서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전곡(全曲)을 레코딩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지휘자로서 겸업에 나선 것은 1975년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녹
음하면서 지휘를 시작했다. 콘서트에서 정식으로 지휘대에 선 것은 1977년으로 런
던이다.
이 음반은 1980년에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면서 피아노 독주를 겸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레스피기의 서정 어린 <토카타>와 <로마의 소나무>다.
아슈케나지는 베토벤과 쇼팽을 전문으로 탐구하는 한편 러시아 작곡가들의 피아노
음악 탐구에서도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1981년,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열린 리사이
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 그의 완벽한 테크닉과 다이내믹한 연주를 만
난다. "예술은 힘을 바탕으로 삼는다"는 원리가 철저하게 공감되는 무대이다.
지휘자로서 그가 관심을 갖는 작곡가는 시벨리우스이다. 도이치 그라마폰 레이블로
발매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이야말로 베토벤 소나타 전집, 쇼팽 피아노 전집과
더불어 그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음악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1981년, 런
던의 로열 필하모닉 관현악단 음악감독으로 초빙됨으로써 지휘자로서 그에 대한 국
제적 평가가 내려진 셈이다.
다큐멘터리 연출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이고 있는 뉴펜(C.Nupen)의 영상미학과 더불
어서 과장 없이 담담한 톤으로 엮어진 이 영상을 통해서 조국을 떠나 영원한 에트랑
제로 어느 곳에서나 객(客)일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확고한 자
신의 세계를 구축한 한 거인의 모습을 만나는 기쁨을 갖는다.
◈ 아슈케나지의 필모그래피 Filmography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피아노 판과 관현악 판이 함께 수록됨.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
제작 : 파이오니어, 1983년 녹음, 1991년 발매
모스크바의 아쉬케나지 1
나센 : 교향곡 제3번, 차이콥스키 : 교향곡 제4번,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로열 필하모닉
제작 : EMI, 1989년 녹음, 1990년 발매
모스크바의 아쉬케나지 2
호반치나 : 교향곡 제2번,
무소윽스키 : 모스크바강의 밤빛,
월튼 : 교향곡 제 2번
라벨 : 다프니스와 클로에 제2 모음곡,
차이콥스키 : 호두까기 인형,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1번(독주/가브릴로프)
로열 필하모닉
제작 : EMI, 1989년 녹음, 1990년 발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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