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
타이틀 / Paganini for Two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콘체르타토(sonata concertato),
3개의 소나타(nos.1,4,6),
그랜드 소나타(grand sonata),
모아 엮은 소나타(centone di sonata, nos.2,4),
칸타빌레,
소나타 <기도 sonata preghiera>,
무궁동(無窮動) <알레그로 비바체>
바이올린 : 질 샤함(Gil Shaham),
기타 : 괴란 죌셔(Sollscher)
제작 : 도이치 그라마폰,
4D audio recording, 1992년 11월 베를린 녹음, 61분 15초
◈ 이 앨범을 유튜브 오디오로 듣기
http://youtu.be/_3PBCq06brE?si=iI6KAxKLMFL1wizc
◉ 정중동(靜中動)의 미학(美學)
사람들은 때때로 까닭 없는 거짓말을 해서 주변을 웃긴다. 그런 걸 “새빨간 거짓말
이라고 하던가!” 파가니니도 종종 새빨간 거짓말을 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는 기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생각할
뿐이다. 나는 작곡할 때 가끔씩 이 악기를 집어든다.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환상
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그런 일을 바이올린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보
기에 기타는 그런 일에 쓰이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100곡이 넘는 기타 독주곡과 80여곡에 이르는 기타를 수반하는 여러 종류
의 실내악곡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4개의 카프리스>와 수많은 소품
들과 바이올린 협주곡들에서 발견되는 하모닉스, 더블 스톱핑(double stopping), 왼
손으로 퉁기는 피치카토 같은 기타 주법(奏法)으로부터 왔음직한 기교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반론은 그가 매우 뛰어난 기타 연주
자였다는 많은 증언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음반엔 파가니니가 쓴 수많은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2중주곡들 중에서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그랜드 소나타>와 <소나타 콘체르타토>(註: 두개 이상의 악기
가 대립적으로 연주하는 소나타)는 기타의 음악적 비중이 바이올린보다 비교적 높은
것이고 나머지 8곡은 기타가 바이올린의 반주를 맡는 모습을 보인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음악들은 그의 바이올린 소품들과 마찬가지로
일련의 오페라 아리아들이라고 여겨질 만큼 뛰어난 선율성을 지니고 있고 또한 뛰어
나게 아름답다. 게다가 바이올린 특유의 칸틸레나와 기타 특유의 멜랑콜리가 서로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정서는 듣는 이의 심금을 흔들어 놓기 십상이다. 이 음반에
실린 작품들이 대부분 소나타들인데도 실제로는 그 하나하나가 너무도 매력 넘치는
서정으로 채색된 오페라 아리아로 들려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Gil Shaham)은 1971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이스라엘인을 양친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과학자여서 미국
연구기관에 체류하는 동안 태어났다. 두 살 때인 1973년에 가족이 본국으로 돌아가
게 되어 샤함의 어린 시절 교육은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졌다. 루빈 음악원에서 바이
올린의 기초를 배웠고, 1980년에 현악연주자 양성 음악원에 입학해서 하임 다우브
를 사사했다.
이 해에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 나탄 밀스타인, 헨릭 셰링 등이 샤함의 연주를
듣고 크게 칭송했다. 그 해 여름 샤함의 부모는 아들을 미국 콜로라도의 아스펜 하
기 음악학교에 보냈다. 이곳에서 후일 그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도로시 딜레이 교수
의 지도를 처음으로 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샤함은 줄리어드 음악학교에 입학했다.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교에도 공부했다.
10살 때, 이스라엘 교향악단과 협연했고, 이듬해엔 주빈 메타(Zubin Metha)가 지휘
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니의 정기 연주회에서 협연했다. 1987년엔 런던에서 독주회를
갖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이 성공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연주활동과 레코딩에
나섰다.
데뷔 앨범은 1988년에 발표된 브루흐(Bruch)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멘델스존
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로 협연은 주세페 시노폴리(G.Sinopoli)가 지휘한 필하모
니아 오케스트라였다.
두 번째 앨범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역시 지휘는 시노폴리였다.
길 샤함은 타고난 노래꾼인 듯 싶다. 이 음반에서 그가 들려주는 노래가 생래적이고
체질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설정된 루바토와 아티큘레이션
은 그것만으로도 체감적 결과로 여겨질 정도다. 특히 느린 악곡에서 들려주는 서정
은 가슴이 시리다.
◉ 샤함과 공연(共演)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괴란 죌셔는 스웨덴 출신으로 이미 기타
명곡집을 출반해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의 기타는 정갈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샤함의 현과 매우 밀착된 파트너십을 들려준다. 특히 <그랜드 소나타>에서 들려주는
그의 음악은 부질없는 감정 이입을 배제하는 깔끔한 서정이어서 그 여백의 아름다움
이 돋보인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명곡과 명연주를 담은 음반이다. 녹음의 완벽함도 듣는 이를 기
분 좋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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