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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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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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초를 풍미했던 명가수들의 노래를 한 자리에

  

1877년 12월 6일, 에디슨에 의해서 석박(錫薄)용 축음기(蓄音機, 포노그래프)
가 발명되고, 1887년, 베를리너에 의해서 둥그런 음반(音盤)이 발명됨으로서
인류의 문화사는 전혀 새로운 지경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한번 떠나간 소리는
다시는 재생할 수 없는 것으로만 치부되었던 사람들에게 이 새로운 발명은 마
치 기적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1902년까지도 축음기와 디스크는 일부 호사가
들의 장난감으로 이용될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1902년,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는 밀라노에서 10곡의 노래를 취입했
다. 몬테 카를로에서 당시 최고의 프리마 돈나 멜바와 푸치니의 [라 보엠]에
출연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같은 해, 런던에서 역시 멜바와 [리
골레토]에 출연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굳히게된 카루소에게 녹음 의뢰가 들어
갔고, 카루소는 이 새로운 매체가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는 신념을 갖고 기꺼이 응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상업적 녹음
은 이렇게 해서 이루어 졌다. 그 무렵 카루소의 나아는 29세였고, 그의 데뷔
첫 해였다.

카루소의 레코드는 예상 이상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레코드의
대량생산이 불가능했었기 때문에 카루소는 거의 쉴 틈없이 녹음에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의 음반은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이렇게 해서 레코드
는 비로소 상업적인 기반을 닦게 되었고, 당시의 많은 연주가들이 다투어서 녹
음에 뛰어들게 되었다. 카루소는 레코드 산업을 일으킨 최초의 음악인으로 기
록됐다.

1926년, 벨연구소에서 제작한 마이크로폰을 사용한 녹음이 성공하여 500∼
3,000헤르츠에 불과하던 재생 음역(音域)을 100∼5,000헤르츠로 확대하는 진
보가 성취되었다. 전기 녹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로써 레코드 산업은 황
금기를 맞게 되었다.

이 음반에 수록된 16곡의 주옥같은 명연주들은 구(舊)녹음 시대에서 전기 녹
음 시대에 이르는 기간에 활약했던 당대의 명가수들에 의해서 녹음된 역사적
기록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카루소가 1912년에 바리톤 마르셀 주르네
(M.Journet)와 녹음한 포레(Faur )의 [십자가 처형(Crucifix)]이며, 가장 최근
의 것은 1941년에 녹음된 존 맥코맥과 이조벨 베일리의 종교음악이다. 16곡 가
운데 종교음악이 14곡을 차지하여, 하나의 음반에서 20세기 초·중엽 세계를 풍
미했었던 명가수들이 노래하는 종교음악을 들을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
공해 주고있다.

조르주 틸(Georges Thill, 1897∼1984)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 내려진 그에 대한 평가는 그간 다소 낮았던 것이 사
실이다. 그러나, 이 음반에 실린 비제의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에서
확인되다시피 그의 노래는 투명하기 그지없을 뿐더러 유연하게 처리되는 레가
토 등 무리 없는 발성을 통해서 작품이 요구하는 표현에 절묘하게 부응하는 모
습을 보여 주는 뛰어난 가수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녹음했
지만 틸의 표현은 각별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1932년의 녹음이다.

유시 비욜링(Jussi Bj rling, 1911∼1960)
20세기 초엽과 중엽의 테너 가수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도 스마트한 창법을
구사한 명창일 것이다. 거의 완전무결한 레가토를 수반하는 그의 아름다운 발
성은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그를 당대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세웠다. 여기
에 수록된 베르디의 레퀴엠 중 [나는 탄식한다, Ingemisco]는 2차 대전 이전
에 녹음된 그의 연주 중에서도 최고의 명연으로 평가되는 소중한 역사적 유물
이다. 특히 마지막 [Statuens in parte dextra]에서 들려주는 그의 엑스타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것이다. 1938년의 녹음이다.

에찌오 핀짜(Ezio Pinza, 1892∼1957)
베르디의 레퀴엠 중 [판결을 받은 저주받은 자는, Confutatis maledictis], 핀
짜가 가장 즐겨 연주한 곡목의 하나로서 녹음만도 4번이나 했던 작품이다.
1924년부터 1939년 사이에 4번에 걸쳐 이 곡을 녹음했는데, 이 음반에 수록된
연주는 1929년에 녹음한 전곡(全曲)에서 발췌한 것이다. 물론 그밖의 3개의 연
주보다 뛰어나다는 판단에서 여기에 수록된 것이다. 풍부하고도 따뜻한 정감
을 느끼게 하는 그의 발성과 더불어 천부적인 음악성이 생생하게 살아서 우리
에게 다가오는 명연 중의 명연이다.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
1902년부터 1920년 사이에 녹음된 그의 연주들은 문자 그대로 레코드의 역사
와 서양 성악의 역사를 통해서 찬연하게 빛나는 주옥같은 기록들이다. 레코드
를 통해서 일찍이 그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또한 부
(富)를 쌓았다. 그의 노래에 담겨진 충격, 열정, 엄청난 에너지는 레코드의 초
창기를 완전히 석권하는 바탕이 되었고, 또한 그의 인기를 업고 레코드는 산업
으로서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그의 소리는 원숙기로 가면서 어두운 음색으로 변해 갔는데, 그로써 카루소의
후반기 레코드는 바리톤에 가까운 음질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수록
된 롯시니의 [성모애가] 중의 [탄식하고 걱정하고 슬퍼하는 그 영혼은,
Cujus Animam]은 카루소의 가장 뛰어난 연주의 하나로 평가되는 1913년의
녹음이다.

플로렌스 오스트랄(Florence Austral, 1894∼1968)
두 번의 세계대전 기간에 걸쳐서 가장 중요한 영국의 오페라 가수로 활약했
던 인물이다. 영국 국립 오페라에 소속되어 활약한 그녀는 풍부하고 영광에 가
득찬 발성과 똑 떨어지는 기교로 베르디와 바그너의 드라마틱 오페라의 프리
마 돈나로서 명성을 떨쳤다. 여기에 실린 롯시니의 성모애가 중
[Inflammatus]는 1928년에 녹음된 것이지만 음질이 매우 뛰어나서 그녀의 연
주를 보다 세밀하게 만날 수 있다. 이 곡의 마지막 트릴을 참으로 경이롭게 표
현하고 있는데 특히 높은 C음을 시원스레 발성하는 부분에서 찬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베니아미노 질리(Beniamino Gigli, 1890∼1957)
20세기 최고의 릴릭 테너로 불려지는 질리는 참으로 [대중의 가수]였다. 질
리 스스로가 대중의 가수로서 자임하기도 했고, 또한 이를 그의 자긍심으로 여
겼던 가수였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프랑크의 [하늘의 양식]에서는 그의 가
장 사랑스러운 음성과 가장 나쁜 측면을 듣게된다. 나쁜 면은 그가 지나치게
가식음(假飾音)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36년의 녹음이다.

티토 스키파(Tito Schipa, 1888∼1965)
가장 세밀한 기교를 구사하는 가수로서 이름이 높은 스키파의 소리는 질리와
비교했을 때, 음량이 적고, 세련미에서도 다소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러나, 그가 추구하는 미학의 이상이 [절제의 미]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스키
파의 연주를 대하는 자세는 달라진다. 너무도 우리 귀에 익숙한 헨델의 [라르
고]에서 발견되는 절제의 아름다움은 큰소리, 시원한 소리만을 좇는 사람들에
게 색다른 음악의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생각된다. 1926년에 녹음된 연주이다.

마르셀 주르네(Marcel Journet, 1867∼1933)
프랑스 베이스·바리톤 계파의 마지막 거인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프랑콩,
반니 마르코우, 주르네로 이어지는 프랑스의 남성 저음 성악계보에서 공통적
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비해서 훨씬 가벼운 발성을 한다
는 사실이다. 이 음반에서는 카루소와 함께 포레의 [십자가 처형]을 노래한
다. 긴 호흡, 매끈한 레가토, 멋지게 공명하는 음색에서 그의 생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12년의 녹음이다.

존 맥코맥(John McCormack, 1884∼1945)
오페라 가수로서의 활동은 아주 짧았으나 리사이틀 가수로서는 오랜 세월 눈
부신 활약을 했던 인물이다. 무려 54년간에 걸친 무대 활동과 40 여 년에 걸친
레코딩 작업을 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완벽한 기교와 가사에 대한 개
성적 해석으로 일세를 풍미한 맥코맥은 특히 영미(英美)가곡에서 그 특유의 아
일랜드식 액센트를 구사하여 매력을 더했다. 또한 레퍼터리의 폭이 넓은 가수
로도 유명했다. 1941년에 녹음된 바하의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이여]는 은퇴
를 눈앞에 두고 제작된 탓으로 그의 음질(音質)이 썩 만족스러운 것이 되지 못
했다.

프리드리히 쇼르(Friedrich Schorr, 1888∼1953)
따뜻하고 품위있는 음색을 지니고 있었던 이유로 바그너의 바리톤 역(役)을
단골로 맡았던 뛰어난 바리톤이다. 그가 노래하는 바그너의 <보탄>은 더 할
수 없는 분노를, <한스 작스>는 소박한 인간미를 참으로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음색은 벨벳처럼 부드럽고 다정하다. 여기에 실린
멘델스존의 [엘리아]에서 그러한 매력을 만나게 된다. 1931년의 녹음이다.

엘리자베스 슈만(Elisabeth Schumann, 1885∼1952)
화려하게 빛나는 슈만의 소리결은 모차르트의 [알렐루야]에 기가막히게 어울
린다. 그녀의 연주는 언제나 살아서 움직이는 빛나는 생명력을 갖고 있고, 누
구와 어울려 노래해도 완벽한 음색적 조화를 연출해 내는 놀라운 적응력을 갖
는 것으로 유명하다. 1926년, 그녀의 황금기의 녹음이다.

피터 도우슨(Peter Dowson, 1882∼1961)
오랜 세월 수많은 극장에서 발라드를 노래한 특이한 경력의 가수로서 도우슨
의 이름은 기억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녹음하는 것을 퍽
꺼렸던 가수로 알려져 있다. 어차피 발라드 전문 가수는 상업적이지는 못하다
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일까?

헨델의 [메시아] 중에서 [어찌하여 모든 국민은 떠들고 일어나 ---]에서 우리
는 그의 대가적 풍모를 만나게 된다. 1934년의 녹음이다.

이조벨 바일리(Isobel Baillie, 1895∼1983)
플루트와도 비견될만큼 기악적이고 밝고 빛나는 음색을 갖고있는 이조벨은
약 30년에 걸쳐서 영국의 오라토리오 연주에서 없서서는 안될 대단히 소중한
존재였다. 그 맑은 투명성과 막힘없는 스케일, 빛나는 트릴은 그녀의 연주가
아니고서는 만나기 어려운 신선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하이든의 [천지창조]
중에서 [푸르른 숲은 새 옷을 입고]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연주는 참으로 기억
될만한 사랑스러운 음악이다. 1941년의 녹음이다.

폴 로브슨(Paul Robeson, 1898∼1976)
이러저러한 사유들 때문에 오페라 가수로서의 두터운 경력을 쌓지는 못했으
나 그의 따뜻하고 고귀한 음색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평가해도 무난
하다. 그의 발성은 깊은 심연을 보여주듯 영혼을 울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특
히, 흑인 영가에서 그의 진가는 빛난다. [Swing Low Sweet Chariot]에서 들
려오는 그의 음성은 흑인의 절망과 원망(遠望)을 물기 어린 감동으로 전한다.
1933년의 녹음이다.

페오도르 샬리아핀(Feodor Chaliapin, 1873∼1938)
가장 많은 레코딩을 남긴 가수의 한 사람으로서 오페라와 리사이틀 부문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던 인물이다. 그의 음반 중에서도 특별한 사랑을 받고있는
것은 러시아 민요들과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중에서 <죽음의 장면>이다.
여기에 실린 그레차니노프의 [연도(連禱)]에서 우리는 희랍 정교회의 전통적
인 음악을 만나게 된다. 샬리아핀이 아니고서는 이런 분위기의 연출은 거의 불
가능한 것이리라. 1932년 녹음이다.

*** 음반
타이틀 : 세기(世紀)의 위대한 목소리들
가수들 : 비욜링, 핀짜, 카루소, 질리, 맥코맥, 슈만, 베일리, 도우슨, 로브슨,
샬리아핀, 오스트랄, 스키파, 쇼르
수록곡 : 아뉴스 데이 등 16곡
녹음 : 1912년∼1941년
제작 : Memoir Classics, CD , AAD
레코드 번호 : CDMOIR 411

*** 사진은 '샤리아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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