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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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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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K 교향악단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LD



*** 레이저 디스크
브람스 / 교향곡 제 1번 다 단조 작품 68, 교향곡 제 4번 마 단조 작품 98
지휘 / 볼프강 자바라쉬(Wolfgang Sawallisch)
연주 / NHK 교향악단
녹음 / 1987년 4월 30일(제 1번), 1985년 5월 17일(제 4번)
제작 / NHK · Thoshiba
스테레오, 컬러, 90분, TOLW-3582(LD)

음향만을 통해서 음악을 들을 때 감상자는 제각금의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음악
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해간다. 이 경우 감상자의 정서는 연령, 성별, 경험
등 수많은 개인별 삶의 내용에 따른 저마다의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기 마련이
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상을 통한 감상에 비해 오직 음향만을 통한 음악 감상
이 훨씬 유익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확실히, 영상이 수반된 매체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정서의 상태가 제한적
이다. 특히, 콘서트 실황을 담고있는 영상 감상은 뛰어난 카메라 워킹
(Working)과 노련하고 섬세한 프로듀서의 연출역량이 제아무리 반영되어 있
다 할지라도 콘서트 홀이라고 하는 제한된 공간에 감상자의 시선을 묶어두기
마련이어서 음향만의 감상에 오히려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
는 것이다.

그러나 NHK 교향악단의 연주실황을 담고 있는 이 LD는 감상자를 충분히 감동
시키고 있다. 무심한 시각으로 화면을 보는 사람에겐 보통의 일상적 콘서트일
수도 있는 디스크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본인의 연주라고 하면 한 급수 깎아
내리고 싶은 우리네의 편견으로 이 화면을 대하면 결과는 더욱 더 평범해 진
다.

자발리쉬의 지휘가 그렇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PD의 연출
솜씨가 기가 막혀서 멋진 그림을 만들었기 때문에 감동하는 것도 아니다. 브람
스의 교향곡이 그 어떤 악단에 비해서도 너무나 훌륭하게 연주되기 때문에 감
동 받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이 디스크에서 매료당하고 감동을 받는 것은
NHK 교향악단을 구성하고 있는 단원들의 모습 때문이다.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실황 LD 에서도 이처럼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음악에 몰입되어 있는 플레
이어들을 만나기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화면을 지
켜보면 다원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가 솔리스트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온몸
으로 음악의 표정을 만들고, 온몸으로 음악의 박동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
히 인상적인 것은 저 거대한 덩치의 더블베이스를 다루고 있는 멤버들의 혼신
을 다하는 연주 모습이다. 한국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그토록 연주에 몰입
해 있는 단원들을 언제 보았는지 -------

NHK 교향악단은 66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이다. NHK 교향
악단 이름 앞에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븥이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그들의
음악적 위상이 확고한 것이다. 동 악단은 1926년(大正15년) 10월 5일, 일본 교
향악협회 회원 40여명과 지휘자 고노예 히데마로(近衛秀여)씨가 제 1회 예약
연주회를 열면서 창단 되었다. 이때의 이름은 '신교향악단(新交響樂團)'이었
다. 1942년(昭和17년)엔 '일본교향악단'으로 이름을 고쳤고, 1951년(昭和26
년), 오늘의 이름인 NHK 교향악단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축소하기 좋아하
는 일본인들은 이 이름도 길었던지 보통 'N響'이라고 부르는데 '에느 쿄'라고
발음된다.

NHK 교향악단이 오늘과 같이 발전하기까지엔 수많은 명지휘자들의 조련이 있
었다. 이 디스크에 등장하고 있는 자바리쉬를 비롯해서 오트마르 스위트너
(Otmal Suitner), 헤르베르트 브롬슈테트(Herbert Blomstedt), 로브로 폰 마타
치치(Lovro von Matacic), 홀스트 스타인(Holst Stein), 이골 마르케비치(Igol
Markevich), 샤를르 뒤또아(Chales Dutoit), 세르즈 보도(Serge Baudo) 등
명장들의 손을 거쳐오면서 정밀하고 깔끔한 NHK 사운드를 만들어왔던 것이
다.

NHK 교향악단이 LD를 매체로 하여 '마에스트로 시리즈(Maestro Series)'를
발표하고 있는 것도 연주기량에 대한 그들의 자신감을 세계에 알리고자하는
야심에 찬 계획이며, 이런 대목에서 우리들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근래에 와서 NHK 교향악단은 자바리쉬, 스위트너, 스타인, 브롬슈테트 등 명
예지휘자를 중심으로 폭넓은 연주 활동을 펼치는 한편 레코딩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명곡의 고향' 시리즈 등), 이 음반을 비롯한 일련의 마
에스트로 시리즈를 통해서 바야흐로 세계의 악단을 향해서 자신 있게 내보이
는 그들의 음악적 긍지를 발견하게 된다.

현재, NHK 교향악단은 매월 6회의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으며, 년간 약 150회
의 각종 연주회를 갖고 있다. 이러한 연주들의 상당 부분은 {N響 아워(Hour)]
라는 이름으로 위성 중계방송 되고 있으며, 방송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위한
연주도 하고 있다. 해외 연주는 지금까지 20여회에  60개국 120여개 도시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은 브람스의 교향악 세계를 대변하는 제 1번과 제4
번이다. 제 1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을 계승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제10
번 교향곡'으로 불려지는 작품이며, 제4번은 '가을의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질 만큼 인생의 체관(諦觀)이 가득 담겨져 있는 철학적 깊이를 간직한 음
악이다.

제1번의 음악적 메시지는 '암흑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정신적인 투쟁'이라고 표
현되는데 이것이 곧 베토벤의 제9 교향곡이 갖고있는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제4악장의 주제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와 흡사하다
는 점에서도 베토벤의 정신을 계승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러한 베토벤적 요소에다 그의 작품만이 갖고 있는 북구라파적 우수와 그의 깊
은 철학적 명상이 더하여져서 악곡의 품격을 독특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작품
이다. 브람스는 극히 명확하고 정돈된 형식논리 속에서 투쟁과 고뇌와 기쁨을
그리면서 인생을 깊고 깊게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격적이고 가장 심각한 곡으로 알려져 있
는 제 4번은 인생을 얼마만큼 체험한 사람들에겐 특별한 호소력으로 다가서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스승인 슈만으로부터 인정받기는 했으나 누구보다도 험난
한 작곡가로서의 생애를 살았을 뿐 아니라, 스승의 미망인인 클라라 슈만을 마
음 속 깊이 연모하면서도 이를 드러내서 표현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의 세월들
도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제 4 교향곡에 담긴 저 체관의 철
학은 바로 그 자신의 숨김없는 호소인 것이다.

이 한 장의 LD는 NHK 교향악단의 연주사를 통해서 기억될만한 귀중한 유산
이 되리라는 믿음을 주고 있다.

** 이 글을 퍼 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출처를 밝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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