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 : 가에타노 도니체티 초상
아래 : 게르하르트 파클러 (Gerhard Fackler)의 지휘로 발표된 앨범
◈ 유튜브 감상
독창자 : Soprano Cheryl Studer, Contralto Helga Müller-Molinari
Tenor Aldo Baldin, Bass 1 Jan Hendrik Rootering, Bass 2 John-Paul Bogart
지휘 : Miguel Gomez-Martinez
Chor der Bamberger Symphoniker
Bamberger Symphoniker
http://youtu.be/S9CodeK4swI
<사랑의 묘약>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를 들려주는 도니체티
(Gaetano Donizetti, 1797∼1848)는 벨리니와 더불어 19세기 전반기 이탈리아 오페라
음악을 선도했던 거장이었다. 대단한 속필(速筆)이어서 70곡 정도의 오페라를 썼고, 수
많은 오라토리오·칸타타 등 종교음악과 관현악곡·실내악곡·가곡·피아노곡을 썼다.
도니체티는 벨리니 보다 4살 연장자였다. 그 두 사람에게 돌아오는 찬사를 비교하면 늘
도니체티가 벨리니에 뒤쳐지는 형편이었다. 두 사람의 작품 세계도 당시 이탈리아 청중
들이 즐겨했던 유려한 선율과 감동적인 극적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점에서 유사
한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둘은 어쩔 수 없는 라이벌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도니체티는
선천적으로 관대한 사람이었고, 벨리니는 일종의 적의 같은 걸 품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
있을 때마다 도니체티를 헐뜯었다. 이에 대해서 도니체티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835년 9월 23일, 벨리니가 34세의 젊은 나이로 파리 근교에서 사망했다. <람메르무어
의 루치아> 초연 때문에 나폴리에 있었던 도니체티는 이 오페라의 초연이 있고서 사흘
후에 벨리니의 부음(訃音)을 듣고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했다. 그 때 출판업자 리코
르디(Ricordi)에게서 연락이 왔다. 급히 벨리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품 하나를 써 달라
는 부탁이었다. 그 무렵 도니치티는 오페라 <벨리사리오 Berisario>를 서둘러서 완성해
야할 입장이었지만 리코르디의 재촉이 심해서 우선 작은 규모의 애도 음악을 썼다.
<벨리니의 죽음에 바치는 애가>가 바로 그 작품이다. 리코르디는 또 한 번 도니제티에게
벨리니를 위한 작품을 의뢰했다. <레퀴엠>이다. 이 무렵에 쓴 그의 편지 내용이다.
"나폴리 음악원에서 열린 벨리니 추도 미사에서 미사곡을 지휘했었다. 지금 그들도 내게
특별한 미사곡을 써 달라고 의뢰해 왔고 나는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작품을
쓰지 못했다. 나폴리 필하모니와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
음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12월엔 내가 직접 이 미사곡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러나 결과
적으로 이 작품의 지휘를 내가 하지 못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준비했지만 이제 허사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도니체티 생존 시에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다.
1870년, 도니체티가 어린 시절 성가대원으로 노래를 불렀던 베르가모(Bergamo)의 산타
마리아 대성당에서 최초로 이 작품이 연주되었고, 악보도 출판되었다. 이어서 도니체티
탄생 100주년인 1897년과 서거 100주년인 1948년에 이 작품의 악보가 재출판 되었고
1970년대에 와서 그의 오페라가 아닌 작품들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품으로 재조명을
받았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어서 근 10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비로소 바른 대접을 받
기에 이른 것이다.
도니체티에 대한 일반적 평가는 오페라에 거의 국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종교음
악 부문에서 그가 남긴 족적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학생 시절부터
많은 종교음악을 썼고, 1942년엔 오스트리아 황실예배당의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되는 등
이미 그의 생존 시에 종교음악가로 폭넓은 인정을 받았던 사실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
다. 오스트리아 황실에 헌정한 <아베 마리아>의 아름다움이 이를 증거 한다.
도니체티가 쓴 레퀴엠은 세 곡이다.
레퀴엠은 미사곡의 하나인 동시에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 영혼이 평안의 안식
에 이르도록 기원하고, 성서에 기록된 최후 심판 날의 공포를 통해서 살아있는 사람들에
게 선한 삶을 살도록 경고하는 여러 목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작곡가라도 쉽
사리 이 장르에 도전하지는 못한다. 레퀴엠을 쓰는 작곡가는 그야말로 최선의 노력을 쏟
아 붓는 열정으로 작곡에 임한다.
도니체티의 레퀴엠은 역시 극적(劇的)이다. 비교적 초기 시절에 집중적으로 종교음악을
쓰다가 전성기에는 거의 오페라에만 치중하는 작곡 생활을 했던 것이 이유가 될 수 있
겠다. 그가 이 레퀴엠을 쓴 1840년대는 오페라 이외의 작품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
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아주 오래간만에 종교음악 세계에 돌아 온 셈이었다. 때문에 이
레퀴엠에 극적인 요소가 자연스럽게 그토록 강렬하게 들어 선 것이다.
이 작품엔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가 없다. 그래서 미완성이라는 지적을 받는
다. 그리고 서주의 오케스트레이션도 그의 자필 악보를 찾을 수 없다. 때문에 서주가 생
략되는 경우가 많다.
◈ 보컬 및 기악 편성
독창자 : soprano, alto, tenor, 2 basses (또는 baritone and bass)
Chorus: 혼성4부 합창
오케스트라 : 2 flutes, 2 oboes, 2 clarinets, 2 bassoons, 4 French horns,
2 trumpets, 3 trombones, timpani, strings, organ
◈ 악곡의 구성
텍스트는 가톨릭의 레퀴엠 전례문을 사용하고 있다.
I. 입당송
영원한 안식 - 당신에게 어울리는 - 영원한 안식 - Kyrie (자비송)
II. 점진적 영원한 안식 - 영원한 기억 속에
III. 부속가
진노의 날
경이의 나팔소리
그러므로 심판하시다
지엄대왕
나는 신음 합니다
나의 찬양
경멸
나는 당황하여 기도 합니다
눈물 흘립니다.
IV. 봉헌송 : 주 예수 그리스도
V. 성체성사 : 영원한 빛
6. 화답송
주여 나를 구원 하소서
두려움
천국에 있을 때에
진노의 날과 주께서 오실 때에
영원한 안식
주여 나를 구원 하소서
천국에서
첫 합창은 장엄하면서 기념비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 누구의 키리에(Kyrie)
보다도 그의 키리에는 극적인 감동을 느끼게 한다.
부속가 <진노의 날 Dies irae>은 마치 광폭한 폭풍우처럼 듣는 이를 압도한다. <진노의
날>에서 테너가 노래하는 “나는 허물 있는 자로서 한탄한다 ingemisco”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오블리가토와 더불어 형언키 어려운 슬픔을 표현한다. 매우 감동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나의 기도 preces”는 더블베이스 반주를 타고 역시 독창이 인상 깊게
노래한다.
“저주받은 자의 상(像)”은 다시 처음의 진노의 날의 분위기로 돌아가 표현된다.
베이스 독창으로 노래되는 “엎드려 원합니다 oro supplex”가 여기에 경묘한 대조를 보
이며 등장한다. 이 장엄한 음악은 “주여, 내게 평안을 주옵소서”라고 노래한다.
◈ 음반
지휘 : 게르하르트 파클러 (Gerhard Fackler)
독창 : 비오리카 코르텟츠, 루치아노 파바로티, 레나토 브루손, 파올로 워싱턴
베로나의 아레나 엔테 릴리코 합창단 (Coro Ente Lirico Arena di Verona)
제작 : London, 1979년 2월 20일∼22일,
베로나 필하모닉 극장 연주실황
* 이 음반에서도 서주는 생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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