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듣기
Handel : Xerxes HWV 40 중 Ombra mai fu
카운터테너 Andreas Scholl
Akademie Alte Musik Berlin
http://youtu.be/N7XH-58eB8c
Vivaldi : Nisi Dominus
주님께서 집을 지어 주지 않으시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
카운터테어 Andreas Scholl
The Australian Brandenburg Orchestra
http://youtu.be/lIEIDYrPeAg
20세기 막바지 때나 지금이나 클래식 음악 마니아들이 열광할만한 새로운 음원 찾기가 어렵다.
유튜브도 뒤저보고 음원 마켓도 뒤져보지만 번번이 허탕 치기 십상. 그런 상황에서도 몇몇 불티
나게 팔려나가는 음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안드레아스 숄의 신보다.
숄의 출발은 아주 조용했다. 거창한 프로모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음악 전문지에 커버사진이
실린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레코드 샵에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린 일도 없었다. 그 흔한
콩쿠르도 한 번 출전한 경력이 없다.
오로지 음악 마니아들의 귀와 입으로 소문이 번져 나갔고 그래서 그의 음원이 베스트셀러 리스트
에 오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국제적인 연주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말하자면 숄에
게는 세계적 스타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스타 스토리>가 없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된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와서 연주했고, 이 사람 팬들이 제법 많다.
1967년 11월 10일, 비스바덴에서 아주 가까운 독일의 엘트빌(Eltville)에서 태어나 키드리히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다. 7살 때부터 6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독일에서는 두 번째로 오래된) <키드
리히 코르부벤(Kiedrich Chorbuben)소년합창단>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숄의 집안은 오랜 세월 이 합창단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심지어는 그들이 사는 주택
도 합창단 바로 건너편에 위치할 만큼 관련이 깊다. 물론, 숄의 형제와 자매들도 이 합창단에서
노래했고 아버지는 지도자로 활동했다.
13살 무렵, 변성기가 찾아왔고 목소리는 바리톤 음역으로 변했지만 노래는 여전히 소프라노 영
역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보이 소프라노'는 아니었다. 그의 스승은 숄을 카운터 테너
로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이 무렵의 일이다. 숄의 집엔 수시로 군인들이 찾아와서 합창을 부르곤 했는데 어느 날, 리더인
대령에게 상사가 "우리 그룹에 한 단원이 있는데 그의 음역을 알 수 없답니다"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대령이 "그래? 우선 우리를 위해 한 곡을 노래해보면 내가 설명을 해주지"라고 응대했다.
이에 숄은 "제 생각엔 좀 이상한 목소리 같습니다. 영국풍의 음질 같기도 하구요. 제 노래를 듣
고 사람들이 웃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좋아, 이건 내 명령이니 너는 노래하고,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웃어서는 안돼!"라고 대령이 말하
자 비로소 나는 용기를 내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믿지 못할 반응이 일어났다. 누구도 웃
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두들 내 목소리에 감동 받는 표정들이었다.
숄의 10대 시절은 클래식보다는 팝송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실제로 친구들과 독일 로큰롤 콘
테스트에도 나갔고, 2종의 팝 싱글 음반을 발표할 만큼 대중음악에 열광한 시절도 있었다. 그러
나 음반이 별 관심을 끌지 못하자 마음을 바꿨다.
숄은 스위스 바젤로 가서 시대음악 사관학교로 불려지는 스콜라 칸토룸 바젤에 입학하고 성악과
시대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발성법이라든지 음악을 듣는 귀라든
지, 음악이론에 관해서 숄은 그야말로 백면서생이었다. 그러나 아주 빠른 시일에 뛰어난 학업성
과를 거뒀다.
그가 이 학교에 다닌 시기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인데, 그에게 음악의 바른 길을 인도한 스
승들은 테너이자 카운터테너 조련사로 유명한 리처드 레빗(Richard Levitt)과 20세기 최고의 카
운터테너이고 시대연주계의 거장 지휘자 르네 야콥스(Rene Jacobs)였다.
후일 세계 성악계의 큰 별로 성장하는 영국 출신 류티스트 앤토니 룰리(Anthony Rooly), 소프
라노 엠마 커크비(Emma Kirkby), 소프라노 에블린 투브(Evelyn Tubb)가 그와 같이 동문수학
했다.
숄의 데뷔는 1988년에 파리에서 있었던 하인리히 쉬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 스승 르네 야
콥스와 함께 연주하면서 이루어 졌다.
1991년, 야콥스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파리 그레뱅에서 열린 리사이틀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대신 무대에 서는 기회가 찾아왔다. 숄에게 찾아온 최초의 국제무대이자 평론가들 앞에 그가 처
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연주회였다.
이후, 스승과 함께 바흐의 <요한 수난곡> 독창자로 연주여행에 나섰고, 공연실황은 라디오로 중
계되었다. 이 방송을 들은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가 헨델의 <메시아>에 그를 독창자로 초청했
다. 이렇게 해서 그는 국제적인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아 가는 기회를 확실하게 잡았다.
숄은 필립 헤레베헤, 르네 야콥스, 윌리엄 크리스티, 크리스토프 루제트, 존 엘리어트 가디너, 크
리스토프 코인, 키아라 반키니 등 저명한 시대연주 지휘자들과 수많은 작업을 하고 있고,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415 앙상블, 콘체르토 보칼레 겐트, 호주 브
란덴부르크 오케스트라 등 시대연주 앙상블 등과 무대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솔로 앨범들
헨델의 메시아, 솔로몬, 이탈리아 칸타타,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마태오 수난곡, 알토를 위한 독창 칸타타, 나단조 미사,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
몬테베르디의 올페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저녁기도,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
칼다라의 그리스도 옆의 막달레나
숄의 활동영역이 종교음악 등 시대음악 언저리이고 리사이틀이나 콘서트 중심이긴 하지만, 오페
라에도 가끔은 선다. 최초의 오페라 출연은 1998년으로 영국 그라인드본에서 헨델의 오페라 <로
델린다>의 베르타리도 역을 노래했다.
◈ 음악제 참가
베르사이유 축제
암브로네이 축제
액상 프로방스 축제
뮌헨 축제
몬트레이 축제
런던 프롬스
시드니 축제
산티아고 축제
루체른 축제
◈ 수상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로 그라마폰 상 (1996년),
칼다라의 음반으로 <베스트 바로크 보컬> 상(1997년).
<칸느 고전음악 상> (1998년)
<영웅들>이라는 타이틀로 발표한 앨범으로 <베스트 신인 연주가> 상'(1999년)
숄에게 바쳐진 찬사는 모두가 최상급인데,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내가 들어본 카운터 테너들 가운데 가장 충일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숄은 이 시대 음악계에서 가장 밝고 젊은 카운터 테너이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카운터 테너이다."
"남성 가성(假聲)예술에 대한 가장 악랄한 중상자들을 충분히 제압할 만큼 그의 소리와 생생한 감
성은 언제나 음악을 향해 열려있다."
"백 년 만에 새롭게 발견한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의 소리는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바로크 음악의 남성 분야에서 체칠리아 바르톨리이다. 우리가 기다려왔던 헨델의 영웅이다"
"그의 목소리는 크리스탈처럼 순수하다."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카운터 테너일 것이다"
숄의 소리는 황금의 소리이자 천의무봉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의 테크닉은 가공할 만큼 완벽하고
그의 음악성은 천부적 영감에 가득 찬 것이다. 그의 등장 덕분에 Harmonia Mundi France가
돈방석에 올라앉았다는 말이 나돌 만큼 음반 시장에 <숄 신드롬>이 불고 있는 것도 이제는 새삼
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의 음반들을 두고 "너무 서두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숄은 "나는 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것
인가에 대한 수많은 충고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 뛰어난 앙상블 솔리스트나 오페라
스타로서의 욕구를 지니지 않으려 한다"고 답하고 있다.
◈ 음반
☞ 비발디 : 스타바트 마테르
지휘 : 키아라 반키니(Chiara Banchini)
독창 : 안드레아스 숄
앙상블 415
Harmonia Mundi France, HMC 901571
1995년 발매, 연주시간 / 52분 2초
1996년에 <그라마폰 상>을 수상하여 숄에게 최초의 공인된 명예를 안겨준 음반이다.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발매된 스타바트 마테르 음반들 가운데 필자가 가장 선호했던 것이
알토 셜리 베레트의 연주였다. 흑인 특유의 에스프리를 차고 넘치도록 담아 노래한 그녀의 비발
디는 그야말로 절로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그런데, 숄의 것은 또 다른 감성에서 감동의 미학을 들려준다. 표현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에
도 불구하고 그의 소리결엔 비발디가 표현하고 싶었던 성모 마리아의 눈물이 그렁그렁 달려있는
사실감을 전해준다. 남성 고음가수에서 흔히 발견되는 '무리'가 전혀 없다.
오히려 숄의 발성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탄탄해서 어느 알토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숄의 성(性)을 도저히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과연 수염 달린 남
성에게서 저토록 자연스러운 여성의 음역이 발성될 수 있을까?"하는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
다. 누가 이 음악을 두고 남성의 노래라고 짐작인들 하겠는가?
18세기의 카스트라토라 해도 과연 이만큼 노래했을까? 특히 제8곡 'Fac ut ardeat 제 감정을
당신께 동화시키시고'에서 들려주는 그의 표현은 여성 가수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지극히 부드
럽고 너무도 상냥한 것이어서 몇번이고 되풀이 듣고 싶은 대목이다. 게다가 앙상블 415의 연주
는 숄의 노래를 더더욱 동정 어린 색깔로 채색하고 있으니 역시 세계 최고의 음반 상을 받을 만
하다.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알토 독창을 위한 칸타타 BWV170, 54, 35
지휘 : 필립 헤레베헤
콜레기움 보칼레 오케스트라
독창 : 안드레아스 숄
Harmonia Mundi France
HMC 901644, 1998년 발매
연주시간 : 59분 19초
1995년에 발매된 <독일 바로크 노래>(HMC 901505)로 주목 받았던 숄이 3년 후 이 음반의 발
표로 비약적인 음악적 진보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담긴 그의 음악은 매혹 그 자
체이다. 더 이상의 찬사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대체로 아무리 출중한 카운터 테너
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발성의 부자연스러운 대목이 발견되기 마련인데도 이 음반에서 들려오
는 숄의 발성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여유롭고 편안하다.
알토 독창을 위해서 쓴 바흐의 칸타타는 모두 4곡인데 아마도 당시 가창력이 뛰어난 보이 소프
라노를 위해서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텍스트의 내용은 죄로 인한 파멸로부터 인간을
구원해 달라고 성령에게 간구하는 것인데 음악적 분위기는 오히려 현란하고 극적인 요소가 강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창자의 효과적인 표현이 그리 녹녹치 않은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숄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연주에 임하고 있다. 텍스트와 음악을 아주 적절하게 조
회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노래하고 있다.
칸타타 제170번의 오프닝 아리아 'Vergnügte Ruh, beliebte Seelenlust 즐거운 안식이여, 사
랑스런 마음의 기쁨이여'에서 아주 편안한 템포를 유지하면서 지극히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현력
을 발휘함으로써 이 아리아가 지니고 있는 자장가적인 속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든지, 화려한 코로라투라 아리아 'Mir ekelt mehr zu leben 살아있는 것이 더 싫다'에서 구사
하는 놀라운 기교는 숄이 얼마나 고도의 가창력과 작품에 대한 지극한 이해를 갖고 있는가를 들
려주는 대목이다.
단지 결점이 있다면 바흐가 요구하는 열정과 시정(詩情)의 표현에서 다소 미흡해서 1950년대에
발표되었던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의 음반과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숄의 음악은 아름답고 편안해서 왕년의 명 카운터 테너 제임스 보우만이나 폴 에스우드의 노래에
서 때때로 느껴야했던 부자연스러움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 음반에 앞서 발매된 숄의 음반들도 최상의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 모든 음
반들은 이 솔로 앨범을 위한 일종의 예비라고 보아도 좋을 상 싶다. 그만큼 숄이 여기에서 들려
주는 음악들은 매혹적이고 환상적이며 아주 따뜻해서 듣는 이들을 잔잔한 감동의 세계로 이끄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바흐의 알토 독창을 위한 칸타타 음반들 가운데 숄의 음악과 발성을
능가할만한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바로크 칸타타
Concerto di Viole
Basel Consort
독창 : 안드레아스 숄
Harmonia Mundi France, 1998년 발매
연주시간 : 71분 50초
바로크 시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종교적 성격의 아리아들과 칸타타를 편집한 이 음반은 1995년
5월에 발매된 <독일 바로크 노래>HMC 901505)'와 자매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음반은 매우 강렬한 개성을 나타내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종래의 것과는 차별화 되고 있다. 숄의
또 다른 도전이 여기에 실려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슬픔이나 비탄이 과연 어떻
게 발성되어야 하고 표현되어야 하는가"라는 숙제를 풀어 나가는 숄의 모습이 수록되어 있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의 비가(lament) <아, 내 머리에 물이 가득하다니 Ach, daß ich Wassers
gnug hätte>는 인간의 슬픔을 표현한 다 카포 형식의 작품이다.
또 하나는 북스테후데의 <평화롭고 즐거운 여행 Fried-und Greudenreiche Hinfahrt>로 그의
부친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작픔으로 인간의 비탄을 그리고 있다.
숄은 유연한 발성과 루바토의 효과적 배치를 토해서 매우 지혜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것이 텍
스트의 의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여기에다 발성의 음양을 대비시켜서 빛나는
성공을 일구어 냈다. 과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슬픔과 비탄이 가슴을 적신다.
숄의 발성은 맑음의 극치를 들려준다. 그 깨끗함과 맑음은 순수의 극치미에 이르고 있다. 그러면
서도 하나도 힘들이지 않는 아주 편안한 발성이니 기가 막힌다. 발성의 기교와 집중력은 예전의
알프레드 델러를 연상케 한다.
그 밖의 레퍼토리들 가운데, 북스테후데의 <주 안에서 기뻐하라 Jubilate Domino>는 분위기가
일순 되어 밝게 빛나는 인간의 기쁨이 숄의 힘차게 솟구치는 발성에 실려서 하늘에 닿는 느낌이
다. 참으로 신선한 음악 체험이다.
◈ 디스코그라피
http://www.discogs.com/fr/artist/500231-Andreas-Sch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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