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듣기
Allegri : Miserere Mei Deus
http://youtu.be/mh6s71MicgY
영국은 중창과 합창 등 보컬 앙상블 음악 전통이 오래 됐다. 중세(13세기)부터 시작되어서 17세
기 중반기 청교도 혁명 때 잠시 중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이다. 지금도
지역의 큰 성당이나 캠브리지 대학교의 여러 대학(31개)을 중심으로 영국 합창은 면면히 맥을 잇
고 있다.
투명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로 유명한 더 식스틴(The Sixteen)은 1979년, 켄트 태생의 지휘자
해리 크리스토퍼스(Harry Christophers)가 창단한 혼성 보컬 앙상블과 이보다 후에 결성된 시대
악기 오케스트라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4성부를 네 명씩 구성한 단원 숫자와 16세기 음악
에 충실하겠다는 신념을 이들의 이름에 담았지만 때때로 작품에 따라서 16명을 넘겨서 공연하기
도 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비롯해서 전기고전과 20세기 음악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정상 보
컬 앙상블이다.
초기에는 영국과 이베리아 반도의 음악에 주력했지만, 전속 악단을 거느리면서부터 헨델의 합창
음악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면서 헨델 합창음악에 특화된 활동을 하고 있다. 창단 이후 주로 런던
에서 공연했지만 2000년에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1년간 운용한 코랄 필그리미지(Choral
Pilgrimage 영국 내 주요 성당을 순회하는 공연)를 성공시키면서 재정적으로 자립의 기틀을 다
졌을 뿐 아니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앙상블이 되었다. 당시의 상황을 지휘자는 다음과 같
이 설명하고 있다.
2000년을 앞두고 후원자들과 밀레니엄인데 뭔가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당시 노동당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공연으로 유도해보자
는 아이디어를 냈다. 영국 여러 지방에 있는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성당에서 연주한다면 커뮤니티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일 거란 생각이었는데, 대다수 사람들이 런던 밖에서 어떻게 공연이 흥행하
느냐며 웃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때까지 런던에서 공연
을해도 적자였다. 계속 돈을 잃으며 음악을 할 순 없다며, 1년만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하자고 했
는데 얻은 게 무한했다. 음악과 건축이 어떻게 만나는지 시각이 넓어졌고, 현지 공연마다 성공적
인 흥행 성적을 내서 재정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운영과 지속 가능한 모
델을 찾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코랄 필그리미지> 덕분에 다른 단체에 비하면 영국문화예술위원
회에서 받는 보조금의 비중도 운영예산 대비 비율이 작은 편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도 진행형
이다.
1990년대, 콜린스(Collins) 레이블을 통해서 40여종의 음반을 발표하다가 음반사가 어려움에 부
딪치자 더 식스틴은 신보 발매와 동시에 음반홍보 콘서트 투어로 수익을 내고 있는 락 스타 롤
링 스톤스를 벤치마킹해서 고음악 연주단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음반발매와 동시에 홍보 콘서트를
실행에 옮겨 한 장의 음반 당 보통 13개의 정도의 투어를 했다. 이러한 일련의 콘서트를 통해서
영국에서 연평균 2만5000명의 유료 관객을 만났다. 영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젊은 층이 더 식스틴
의 공연 티켓을 샀다. 지금까지 10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 2001년엔 자체 레이블 코로
(Coro)를 만들어서 음반 제작에서도 꽤 성공하고 있다.
지휘자 해리 크리스토퍼(Harry Christophers, 1953년생)스는 어린 시절 캔터베리 성당의 성가
대원으로 음악 경력을 시작했고, 캔터베리 킹스 스쿨(King's School)에서 음악을 배웠다. 더 식
스틴을 조직하기 전까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과 BBC 싱어스, 옥스포드의 합창단 The Clerkes
Of Oxenford에서 가수로 활동하면서 풍부한 합창 경험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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