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노트르담 대성당 (상), 레오냉 (하)
▣ 음악듣기
Leonin: 주님께 노래하라, 새 노래를 (viderunt omnes)
David Munrow and the Early Music Consort of London
http://youtu.be/_p9WQlyVPrA
노트르담 성당에서 교육을 받고 파리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후 노트르담 성당의 행정관이 되었지
만 작곡가로서 더 유명하다. 폴리포니(다성음악) 오르가눔 시대에 등장한 최초의 가장 유명한 작
곡가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 태생이고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음악가로 활약한 노트르담악파
의 초기 멤버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단성부로 노래되었던 그레고리오 성가에 다른 또 하나의 성부가 첨가되는 관습은
원래의 성가에 4도나 5도 또는 8도 간격에 있는 선율을 즉흥적으로 첨가해서 부르기 시작한 데
서 유래했고 이것을 오르가눔(organum)이라고 한다. 오르가눔이 나오기 전에는 한 가지 선율로
만 노래하던 단성음악이었지만 오르가눔이 등장하면서 서양음악에 두 개의 선율이 동시에 연주
되는 다성음악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다성음악이 서양음악을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다른
문화권의 음악과 구별시키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서양음악은 다성음악의 길로 들어서면서 지
금의 특징들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르가눔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 곳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다. 여기서 새로운 오
르가눔을 개발한 사람은 레오냉(Leoninus, 대략 1150년-1201년)과 페로탱(Perotinus, 1200년)
이고, 그래서 이들이 붙인 오르가눔을 <노트르담 오르가눔>이라고 부른다. 레오냉은 가톨릭의 전
례력(典禮歷)에 맞추어 1년 동안 노래될 성가들을 2성부 오르가눔으로 작곡해서 <미사와 성무일
과를 위한 오르가눔 대전 Magnus Liber>이라는 성가집을 만들었다. 그는 성가 전체를 모두 2성
부로 만든 것이 아니고 독창 부분만을 오르가눔으로 작곡하고 합창 부분은 원래의 단성성가 그대
로 두었다. 따라서 하나의 곡 안에 단성성가와 오르가눔이 공존하고 있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
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뿐만 아니라 오르가눔에도 예전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모두 사용했다. 예전의 방식이
란 장식 오르가눔이고, 새로운 방식이란 성가의 모든 성부가 리듬 선법을 타고 진행되는 것이다.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해 예전의 2성부 장식 오르가눔은 오르가눔 두플룸, 새로운 방식의 오르가눔
을 디스칸트 양식(Discant Stlye)이라고 불렀다. 성가에서 디스칸트 양식으로 된 부분을 특별히
클라우줄라(clausula)라고 하는데, 각각의 클라우줄라는 뚜렷한 종지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부
분과 뚜렷이 구분되었기 때문에 후에 이 부분을 성가에서 독립시켜 따로 연주하거나 이 부분을
새로 작곡해서 끼어 넣기도 했다. 한편 레오냉 오르가눔에 포함된 이렇게 다양한 양식 가운데,
어느 부분에 어느 양식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작곡가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 오르가눔
이 기초로 한 성가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예를 들어 성가의 합창 부분은 그대로 단성성가로 남았
고, 독창 부분 가운데 단음절부분(syllabic)은 오르가눔 두플룸, 다음절(melismatic)부분은 디스
칸트 양식으로 다성화 되었다.
그런데 오르가눔 성부가 주성부보다 훨씬 많은 음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연주 속도에 문제가 생겼
다. 만약 주성부를 원래 성가의 속도를 부르려면 오르가눔 성부는 매우 빠르게 불러야 할 것이
고, 오르가눔 성부를 보통의 성가처럼 부르려면 주성부의 기존 단성성가는 길게 늘여 불러야 했
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즉 음의 개수가 많은 오르가눔 성부를
부르는 동안 단성성가의 선율을 노래하는 주성부는 음을 길게 끌면서 기다리는 식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주성부는 단성성가를 끌고 있다고 해서 '붙잡다' '지탱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tenere'
를 빌려와서 테노르tenor라고 불렀다. 이것이 오늘날 남성고음을 담당하는 성부인 테너가 된 것
이다. 그런데 레오냉 오르가눔에는 테노르 성부가 긴 음으로 길게 끌고 있는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르가눔 성부보다는 느리지만 비교적 빠르게 그것도 일정한 리듬 선법에 의존하는 부분
도 있다. 즉 규칙적인 리듬을 지닌 오르가눔이 길게 늘여진 테너 위에서 노래된다.
음악학자 라이트(Craig Wright)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파리에서 활약했던 유명한 시인 레오니우
스(Leonius)도 작곡가 레오냉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 오르가눔 약사
악보에 기록된 최초의 다성음악은 9세기 말에 쓰여진 <Musica Enchiriadis 음악입문서>에 등장
한다. 이 책에는 단성의 그레고리안 성가를 다성으로 만드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고, 병행 오르가
눔과 변형된 병행 오르가눔의 2가지 형태가 적혀있다. 초기에는 주선율인 그레고리오 성가를 윗
선율에 놓았는데 이 성부를 주성부(vox principle)라 불렀고 아래에 놓인 또 하나의 성부를 오
르가눔 성부(vox organalis)라고 불렀다. 병행 오르가눔은 오르가눔 성부가 주선율인 그레고리안
성가와 완전 4도, 완전 5도 또는 완전 8도와 같은 음정간격을 유지하면서 주선율과 똑같은 박
자, 리듬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점차 이와 같은 엄격한 방법에서 벗어나 변형된 병행 오르가눔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4도
간격으로 병행으로 진행하다보면 트라이톤(Tritone)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이다.
트라이톤이란 두 음정간의 거리가 증4도인 화음이다. 예를 들면 '도-파'는 두 음정간의 거리가
완전4도이다. 그런데 파에 #이 붙게 되면 반음이 더 벌어져 증4도가 된다. 이 화음을 트라이톤
이라고 부르는데 중세시대에는 이 소리를 <악마의 소리>라고 해서 기피했다. 실제로도 증4도는
듣기에 매우 불편한 불협화음이다. 그래서 트라이톤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반음을 내려서 오
르가눔 성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트라이톤을 피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주성부와 오르가눔
성부가 엄격한 병진행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결국 11세기에 다양하게 변형된
오르가눔이 생기게 되고 두 성부가 교차하는 일도 생기게 됐다.
11세기에는 병행 오르가눔에서 좀 더 발전된 오르가눔이 나타난다. 엄격한 병진행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심지어 밑에 있던 오르가눔 성부가 주성부와 교차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르가눔 성
부가 주성부보다 높게 올라가기도 한다.
12세기에 이르러서는 오르가눔 성부가 더욱더 독립성을 갖게 된다. 주성부가 밑으로 내려가고
오르가눔 성부는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주 성부의 한 음에 대해 여러 음이 붙은 형식의 오르가
눔이 나타나는데 이 같은 오르가눔 양식을 주도하던 곳은 프랑스의 생 마르샬 수도원과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 수도원이었다. 하성부인 주성부는 한 음을 계속 지속시킨다는 의미로 테
노르(tenor)라고 부르고 상성부로 올라간 오르가눔 성부는 두풀룸(duplum)이라고 불렀다. 이 새
로운 오르가눔은 한 음에 대해 장식적으로 여러 음이 붙는다는 의미에서 장식적 오르가눔, 다음
적 오르가눔멜리스마적 오르가눔)이라고 부르고 이런 오르가눔을 주도하던 수도원의 이름을 따서
<생 마르샬 오르가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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