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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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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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 (Tchaikovsky, Piano Trio in A minor, Op.50)


◈ 음악듣기
Joshua Bell, Misha Maisky, Evgeny Kissin
https://youtu.be/ycxzCh5HqKg

차이콥스키는 실내악곡을 5곡 밖에 쓰지 않았다. <피렌체의 추억>이라는 표제가 붙은 현악 6
중주 Op.70,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가 포함된 현악4중주제1번 Op.11과 제2번 Op.22, 제3
번 Op.30, 피아노 3중주 a단조 Op.50이다.

특히 a단조 3중주곡 외에 차이콥스키가 피아노 3중주곡을 더 이상 작곡하지 않은 것은 그가
이 형식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형식에 대한 그의 거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그
의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과의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자기 집에 개인 3중주단을 두고 있었
던 부인은 차이콥스키에게 이 3중주단을 위해 피아노 3중주곡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평소와는 달리 이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당시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

“당신은 어째서 내가 3중주를 쓰지 않는지 물었지요. 나는 당신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
든 하려고 합니다만 이것만은 내 능력 밖의 일입니다. 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
결합되는 소리를 참을 수 없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악기들의 소리는 서로 어울리는 것 같
지 않습니다. 현악기를 위한 3중주나 소나타를 듣는 일이 나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
다.”

그랬던 차이콥스키가 피아노 3중주 a조는 왜 썼을까? 이 작품에는 <한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
하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여기서 가리키는 위대한 예술가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모스크바 음악원 원장인 니콜라이 루빈스테인이다. 차이콥스키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평소
선후배 사이로 허물없이 지내면서 존경했던 루빈스테인에게 헌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루빈스
타인은 피아노 대가인 자기와 상의 없이 곡을 만든 데 기분이 상했는지 여기저기 고치지 않으
면 초연을 맡지 않겠노라면서 작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에 발끈해서 차이콥스키
는 단 한 군데도 고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훗날 루빈스테인은 차이콥스키에게 사과했
고, 이 작품을 자신의 주요 연주 레퍼토리로 삼으면서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이처럼 차이콥스키와는 여러 모로 인연을 맺었던 루빈스테인이 파리에서 숨을 거둔 것은
1881년 3월 23일. 그의 후임으로 차이콥스키가 모스크바 음악원 원장 물망에 올랐으나, 그는
이를 사양하고 그 해 11월 로마로 떠난다. 그곳에서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에게 이런 편
지를 보냈다. “부인께서 언젠가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3중주곡을 써보라고 하셨
죠. 그리고 제가 그런 악기의 조합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도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는 그런 종류의 음악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1882년 1월 차이콥스키는 피아노 3중주곡의 스케치를 끝냈다.
그리고는 완성된 원고 위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그렇게 해
서 탄생한 것이 바로 피아노 3중주 a단조 Op.50이다. 루빈스테인의 죽음은 감정 기복이 컸던
차이콥스키에게 대단한 상실감을 주었을 것이다.

존경하는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여 작곡된 만큼 더더욱 구슬픈 정서로 가득 찬 작품이다. 그러
면서도 치밀한 구성을 취한 점에서 이 곡은 그의 실내악 작품 5곡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피아노 파트가 웅장하고 화려한데, 이는 당대의 명 피아니스트를 추모하는 것인
만큼 당연한 귀결일 터이다.

실내악 작법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차이콥스키는 이 작품을 처음부터 오케스트
라 곡처럼 썼고, 피아노 파트는 거의 협주곡에 가까운 모양새로 갖추어 놓았었다. 차이콥스키
는 작품을 다 쓴 다음 주위 사람을 모아 한 번 연주를 시켜본 후에 많은 부분을 수정하여 출
판했다. 그러니까 작품의 현재 모습은 차이콥스키가 여러 번 수정 작업을 하여 연주자의 부담
을 상당히 덜어 놓은 것이다.

곡은 단 2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으나 변주곡인 2악장이 2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3악장 형식으
로 생각할 수도 있다. 즉, 마지막의 변주와 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부분을 이루는 대
규모여서, 악상은 이미 모두 나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3악장 구조로 볼 수 있다.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의 비교적 스케일이 큰 악곡이지만, 슬픔으로 가득한 일종의 엘레지이
다. 고요하게 흐르는 피아노의 분산화음을 타고 첼로가 풍부한 표정으로 1주제를 연주하면서
시작되는데, 피아노와 첼로 사이에 기다란 대화는 시종 부드럽고 슬프고, 그 분위기는 점점
더 깊은 슬픔의 감정으로 고조되어 간다.

제2악장은 두 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주제와 11개의 변주’로, 2부는 ‘변주, 피날레
와 코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피아노가 폭넓고 유려한 20마디의 주제를 제시하며 시작한
다. 이 주제는 루빈스타인을 포함한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들과 함께 교외에서 농부들의 춤과
노래를 들었을 때의 추억에서 얻어낸 것이라고 하는데, 그 행복감은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제3
변주 스케르초의 앞부분까지 이어진다. 제6변주는 작곡가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으며, 제10변주는 마주르카 형식으로 된 매혹적인 곡이다.

2부의 ‘변주, 피날레와 코다’는 상당한 활력을 갖고 시작된다. 제1악장의 제1주제와 제2주제를
연결하는 경과부의 악상 편린으로 격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원래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감정의 여운만큼이나 상당히 길었다. 너무 장황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차이콥스키는
초연 후 앞부분 100여 마디를 삭제하고 뒷부분만 남긴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비창 교향곡>에서처럼 피날레의 감정은 슬픔의 심연으로까지 이끌려간다. 상실감으로 괴로워
하는 모습을 담았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슬픔과 체념의 심정을 담아 장송 행진곡으로 조용
히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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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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