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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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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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음악역사는 성악의 역사


이탈리아 음악역사를 살펴보면 유럽의 다른 나라와 판이하게 구분되는 한 가지 현상을 발견
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성악의 놀라운 발전과 번영이다.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세워진 음악학교가 6세기 말 교황 실베스텔1세(재위 314∼335)가 설립한 성가(聖歌)학교
인 스콜라 칸토룸(Schola Cantorum)이다. 같은 이름의 음악교육 기관이 댕디(d'Indy)에 의
해서 프랑스에 세워진 것이 1894년이며, 이보다 빠르다고 하는 독일에서도 16세기 무렵에
이러한 교육기관이 설립되었으니 이탈리아 음악사에서 스콜라 칸토룸의 설립 의미는 각별
한 것이다. 이 학교는 6세기말(末)에 교황 그레고리우스1세에 의해 한층 정비되어 그레고리
우스 성가를 보급하는 큰 역할을 맡았다. 이탈리아 최초의 예술음악이랄 수 있는 그레고리
우스 성가(Gregorian Chant)가 성악곡이며, 이를 전문적으로 연주할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가 스콜라 칸토룸이니 이탈리아 음악사는 성악의 역사로 출발한 셈이다.

종교음악이 절대적 우위(優位)를 확보하고 있었던 이 시대에 세속음악도 불려졌다고는 하지
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악보에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9세기로 보여진다. 11세기엔 프랑스
에서 발생한 유랑시인(혹은, 吟遊詩人)의 영향을 받아서 이탈리아에도 트로바토레가 등장하
여 자유롭고 서민적인 대중의 노래들이 널리 불려졌다. 13세기에 이르자 아시시의 성자(聖
者) 聖 프란체스코는 일반 대중도 부를 수 있는 찬가(讚歌)인 라우다(Lauda)를 만들어 이
를 보급 시켰다. 14세기엔 다양하고 풍부한 표정들을 지니고 있는 마드리갈(Madrigal)과 발
라타(Balatta)가 새롭게 등장하고, 15세기엔 세속적 가곡 프로톨라(Frottola)가 크게 유행하
였고, 16세기 중엽엔 이와 흡사한 빌라넬라(Villanella, '시골의 노래' 라는 의미를 갖는다)가
나타나게 된다. 이 무렵 칸초넷타(Canzonetta, '작은 가곡' 이라는 뜻)와 극과 관련된 음악
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오페라의 발달과 더불어서 가창법(歌唱法)도 눈부신 발전을 보이게 되는데, 벨 칸토(bel
canto)가 창안된 것은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친 시기였다. 벨 칸토가 정착되자 19세기 이
탈리아 음악은 성악, 특히 오페라로 뒤덮여진다. 기악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으
로 방출되는 기현상마저 이 시기에 벌어졌다. 바이올린의 귀재 파가니니와 밧치니가 국외에
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오스트리아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통치는 강력
한 압제였고, 설상가상 이탈리아의 경제상황도 최악의 형편이었으니 국민의 사기는 말이 아
니었다. 그야말로 이탈리아는 파멸의 일보직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다양
한 음악들을 애호했던 이탈리아 국민들이 19세기에 들어와서 병적일만큼 오페라 등 성악곡
에 열광하게된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모르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체로 사람의 목소리는 그 어떤 훌륭한 악기보다도 직접적인 감동을 주기 마련이며, 특히
인간의 열정을 연소시키는 매체로서 인성(人聲)을 능가하는 악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탈
리아 국민들은 아주 옛날부터 극적인 수단을 통해서 인간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것
을 좋아했는데 그들의 조국이 이민족에 의해 지배당하는 극한상황에 놓이게 되자 극음악이
라는 형식을 통해서 실생활의 욕구불만을 해소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렸던 것이다. 베
르디가 '나부코' 등의 일련의 오페라를 통해서 국민적 영웅이 되었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
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 나폴리
의 싼 카를로 극장이 이탈리아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오페라 극장이 오스트리
아의 압제와 경제적 궁핍이라는 현실적 불만을 해소시켜주는 유일한 장소였다는 사실도 눈
여겨 두어야 할 대목이다.

벨 칸토(bel canto)는 '아름다운 가창법' 이라는 뜻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18∼19세기의
창법을 이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7세기 중엽의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도 역시 벨 칸토
라 지칭한다. 롯시니는 1858년에 벨 칸토 가수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전체 성역(聲域)에 걸쳐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닐 것.
2. 노력 없이도 화려하게 부를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을 것.
3. 이탈리아 명가수의 노래를 듣고 거기서 배운 뛰어난 가창법을 몸으로 익히고 있을 것.

벨 칸토가 발달된 고장인 만큼 이탈리아 가곡과 오페라 음악은 정돈되어 있고, 자연스럽고,
따뜻한 인간의 체온이 있다. 우리가 이탈리아의 성악곡을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의 그
것보다 선호하고 사랑하는 소위(所謂)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즐기는 기악곡들조
차 선율적이고 화성적인 이탈리아적 취향을 갖고 있으니 실은 우리의 음악사도 성악사(聲樂
史)라 감히 말할 수 있으리라.

** 사진은 Renee Fleming의 음반 bel canto
** 퍼 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출처를 밝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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