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 출생인 타르티니는 파도바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한 뒤 1713
년 자기 제자 엘리자베타 프레마초네와 결혼하였으나 그녀의 보호자이던 추기
경(樞機卿)의 노여움을 사 한 때 아시시의 수도원으로 옮겨 살았다. 거기서 그
는 작곡과 바이올린 연주법의 연구에 몰두하고, 유명한 바이올린소나타 "악마
의 트릴" 등을 작곡하였다.
타르티니는 거의 독학으로 바이올린을 몸에 익혔다. 그 결과 자신만의 새로운
주법을 구사하여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였으며 생전에 100여 곡 이상의 작
품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Sonata
per violine e continuo "Il trilo del diavolo")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더욱 유명해졌다.
1713년 어느 날 밤,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타르티니가 잠시 잠에 빠
졌는데, 꿈속에서 악마가 나타나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제안을 했다. 즉,
타르티니의 영혼을 가져가는 댓가로 악상을 주겠다는 것. 타르티니가 이에 응
하자 악마는 초인적인 기교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것은 인간세계에서는 도저히 들어볼 수 없는 황홀한 곡이었으며, 타르티니는
그 곡을 듣고 있다가 그대로 그 묘기에 매혹되어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바
로 그 순간에 꿈에서 깨어났다. 타르티니는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금 꿈속
에서 들은 '악마의 곡'을 되살리며 악보에 적기 시작했으나 악마가 연주한 놀
라운 음악은 그대로 살려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때 타르티니가 정신 없이
작곡한 G 단조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명곡의 하나가
되었다. 타르티니 자신이 "악마의 트릴"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그 꿈 때문이
었다. 곡은 3악장으로 되어있으며 제 3악장에 놀라운 기교로 연주하는 "악마
의 트릴"이 들어있다. 전곡에 걸쳐 악마의 야릇한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다.
타르티니가 죽은 뒤 프랑스의 베요(1771～1842)에 의해 수기가 발견되었는
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다. "악마의 트릴은 아주 잘 된 것이다. 그
러나 꿈속에서 듣던 음악에 비하면 너무나도 형편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주 다양한 버전으로 연주되고 있다. 피아노 반주로 연주되는 경우
가 가장 흔한 버전이고, 오케스트라 반주, 오르간 반주 등의 버전도 있다. 안
느 소피 무터(Anne-Sophie Mutter)의 음반은 오케스트라 반주이고, 바네사
메이(Vanessa Mae)는 오르간 반주와 재즈식의 실내악 반주 등 2가지 버전으
로 음반을 발표했다.
한편, 영국 출신의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뮤직의 부지휘자 겸 악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앤드루
맨즈(Andrew Manze)는 이 작품의 이름을 아예 “악마의 소나타(La Sonata
del Diavolo)”라고 다시 짓고 아주 독창적인 스타일로 연주했다. 게다가 아예
반주를 빼고 바이올린 독주만으로 연주하고 있다.
*** Trill은 음을 떨어 연주하는 것.
*** 사진은 안느 소피 무터의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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