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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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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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제31번 내림 가장조 작품 110

    

◈ 유투브 감상
Rudolf Serkin(사진)
http://youtu.be/HJ3MmwmvTrs

베토벤은 만년에 그의 인생을 정리하면서 아름답고 간결한 3곡의 피아노 소나
타를 썼다. 이른바 ‘최후의 3부작’이라고 전해지는 제30번, 31번, 32번이다.
이 중 제31번은 장엄미사곡을 썻던 해에 작곡됐다. 베토벤은 후기로 갈수록 고
전주의형식에서의 변화를 시도했으며, 피아노 소나타 역시 그러한 흐름으로부
터 예외는 아니었다. 전통적 고전주의 형식인 3악장 소나타 형식을 벗어나, 4
악장, 2악장 형식을 취하기도 했고 단순히 악장의 수만 바뀐 것이 아니라, 확
장 기법이나 푸가 등의 형식이 나타나며, 연주 기법에서도 낭만주의를 예고하
는 점 등이 보인다.

이 소나타의 처음 착상은 1820년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여름날에 얻었다고 하
는데, 완성된 날짜는 베토벤 자필로 1820년 12월 25일이라 씌어 있다. 이 소나
타는 누구에게도 헌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날짜는 알 수 없지만 베토벤
이 신틀러에게 부친 편지에 의하면, 이 작품과 다음의 다단조 소나타를 브렌타
노 부인에게 헌정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완성된 작품에
는 헌사(獻辭)가 없다.

천재의 창작 과정에서는 늘 크나큰 흥미로움과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특
히 이 소나타와 같이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고상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흘
러넘치는 제1악장이나, 또 그의 생애의 고뇌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감동적
인 아리오소와 푸가 등의 작품에서는, 그 창조적인 과정을 스케치 단계부터 상
세히 짚어 볼 때 이런 느낌이 한층 강하게 든다.

제1악장, Moderato cantabile molto espressivo
‘con amabilita’라고 쓰여진 주제에 의해 구름 한 점 없이 활짝 갠 날씨의 화창
함과 그 다음 악절에 이어지는 사랑의 노래, 이와 같이 아름다운 악상으로 시
작되는 작품은 베토벤의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베토벤의 스
케치 노트에 의하면, 이 아름다운 주제의 골격과 그 변화를 처음부터 단번에
써내려 갔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30의 3번, 사 장조의 주제와 유사한 데
에서 지난날의 행복한 추억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상상한다. 제2주
제는 음계의 하행 동기이며, 제1악장 전체의 행복한 기분 속에서 경과적인 의
미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전개부에서는 제1주제의 ‘사랑의 주제’가 단조에 의해 제시되고, 그 후 여덟
번에 걸쳐 주제 반복이 이루어진 채 그대로 재현부에서 주제의 복귀가 이루어
지는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스케치에 의하면, 베토벤은 주제의 착상과
더불어 단조에 의한 전개부의 시작을 생각하고는 거침없이 단번에 재현부까
지 써 내려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왼손 반주 부분의 음형에 대해서는 하나
하나마다 변화를 주어, 이 부분에 대해 매우 고심하고 숙고하였음을 몇 번이
나 다시 쓰여진 자필 원고를 통해 알 수 있다.

주제 반복 후 재현부는 제시부와 거의 같은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주목할
곳은 코다 부분이다. 이 몇 마디 되지 않는 선율에 대한 베토벤의 집착은 단순
히 넘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잊기 안타까운 이 행복한 기분을 어떻게 하면 마
음을 끌 만한 선율로 나타낼 것인가에 대해 베토벤은 몇 번이나 고민을 거듭하
며 다시 고치고 고쳤다.

그럼에도 그것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마음을 매료시키는 최선의 작품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행복했던 기분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 평범한 악절은 몇 번
이나 지워졌다가 다시 쓰이면서 보다 간결해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베토벤은
한번 쓴 악보를 고쳐 쓰는 데 있어서도 비범한 재주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제2악장, Allegro Molto
이것은 독립된 2박자의 스케르초이며, 불안한 기분과 당돌하고 제멋대로인 감
정이 착잡하게 어우러진 삽입적인 악장이다. 이 주제의 착상은 제1악장의 제2
주제 동기를 검토함으로써 추측할 수 있다. 또, 마르크스에 의해 그 당시 유행
했던 풍자적 민요 `난 쓸모 없는 놈이야’라는 노래의 반복 구절을 베토벤이 의
식하여 거기에 짜 맞춘 것인지 어떤지도 확실하지 않다. 트리오는 한번 보면
전혀 다른 동기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잘 분석해
보면 스케르초 동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제1악장 제1주제 종결부의
발전 선율에서, 또 제시부의 마지막에서도 그 동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제3악장, Adagio ma non troppo
아다지오는 레시타티브에 의한 서주부와 2중의 아리오소 도렌테와 푸가라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베토벤이 제1악장의 착상을 얻었을 때에는 이 작품에
개인적인 감상의 고백──즉, 그 자신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담아 둔 생애
의 고뇌에 대해서 호소한다는 점 등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그즈음 5년에 걸쳐서 가다듬고 있었던 ‘장엄 미사’의 영향도 받은 베토벤
은, 이 악장에서 신과의 직접적인 대화, 죽음의 고뇌와 그것에 대한 영원한 안
식을 감지하고, 늙어버린 자신이 갈망하는 정신적 평화, 그러한 내면세계의 관
조가 실로 심각하게 가슴을 조이듯 슬픔에 넘치게 되면서 아리오소의 음악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곡은 가슴속의 가장 깊숙한 문을 열듯이 전개된다. 또, 레시타티보가 갖는 무
언의 호소력에 이끌려 베토벤은 고뇌하고, 자신의 비운을 탄식하고, 나아가
그 속에서 빛을 구하며 용기를 갖고 투쟁에 뛰어든 인생, 그것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등을 생각하며 체념에 잠긴 채 조용히 떠올리고 있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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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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