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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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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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흐마니노프(Rachmaninov) 합창 교향곡 <종(Bells)>



◈ 아래 사진 / 에드거 엘런 포
◈ 유투브 감상
독창 : Janna Baty(sop), Yeghishe Manncharyan(ten), Anton Belov(bar)
Boston University symphony orchestra & chorus
지휘 : David Hoose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Xtoi92JEYCU

1912년 여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첼로를 전공하던 마리야 다닐로바(Mariya Danilova)는 러
시아의 시인 콘스탄틴 발몬트(Konstantin Balmont)가 에드가 앨런 포의 시 <종 The Bells>
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것을 읽고 나서, 거기에 음악을 붙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곡가로 라흐마니노프를 떠올리고 즉시 그 시를 타이핑해서 라흐마니노프
에게 익명으로 보냈다.

라흐마니노프는 “그 시를 읽고 4악장으로 구성된 합창교향곡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가족과 함께 로마에 머물고 있었는데, 작곡을 위해서 스페인 광장 근처에 조용한
방 몇 개를 빌릴 수 있었다. 차이콥스키 형제가 1880년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바로 그 집이었
다. 라흐마니노프는 수년 후 "열정을 갖고 이 작품을 썼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자기가 쓴 모
든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콘스탄틴 발몬트의 번역은 다분히 자의적인 부분이 많았다. 상징파 시인인 발몬트는 에드가
엘런 포의 시의 의미를 러시아인의 정서에 맞도록 변형시켜서 번역했다. 그 결과 발몬트 번역
의 종은 뚜렷하게 러시아적인 소리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고, 바로 이런 부분이 라흐마니
노프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다고도 해석되는 이유다.

교회의 종소리는 러시아인들에겐 일상의 소리였다. 라흐마니노프는 "교회 종소리가 내가 알고
있던 러시아의 모든 도시들, 모스크바, 키예프, 노브고로드를 지배했다"고 설명했다. "종소리는
태어나서부터 무덤까지 모든 러시아인들과 동행했고, 어떤 작곡가도 그 소리의 영향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종에 대한 사랑은 모든 러시아인에게 내재되어 있다. 만일 내가 작품 속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종을 울리는 데 조금이라도 성공했다면, 그것은 대부분 내 인생의 대부분이
모스크바의 종들의 울림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로마 오후의 나른하고 조용한 가운데 엘
런 포의 시구를 통해 종소리가 들렸고, 나는 인간 경험의 다양한 음영을 종소리로 표현하면서
그들의 사랑스러운 음색을 악보에 적으려고 했다."

1913년 11월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 작품이 초연됐을 때 대부분의 청중들은 이 작품
이 어둡고 슬픈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우울한 기질이 이 작품에도 강하게 표현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당시의 암울했
던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1905년의 민주주의 혁명이 제국 전체에 걸쳐 증대되고 있었던 사회적 불안을 평화적으로 해
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지만, 황제 니콜라스 2세에 의해 혁명이 실패로 돌아 갔
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노프 왕조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징조가 보였던 것이 당시
시대 상황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 비참한 정치 상황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무
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는 것에 절망했다. 그 답답하고 암울한
마음이 이 작품에도 반영됐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때문에 1917년 혁명 당시 러시아에 닥칠
격변적인 사건들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매우 예언적으로 보인다.  

1905년 1월 22일, 러시아 정교회 사제 가폰의 주도로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상트페테
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평화와 굶주림을 달랠 빵을 달라고 했고, 노동
조합의 설립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황제에게 요구했지만 황제는 무력 진압으로 답했다. 비무장
한 시위대를 상대로 군대가 발포했고, 달아나는 군중들을 기마대가 추격하여 학살해서 이날
하루에만 3천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황제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고
러시아 제국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자본가의 착취와 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열악
한 근무환경에 맞선 온갖 파업 투쟁이 끊이지 않았고 1905년 5월 흑해의 러시아 전함 타우리
스 공작 포툠킨의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루마니아 정부에 항복하기도 했다. 1906년 한
해 동안 100만 명이 파업을 일으켰고 농민 반란이 2,600건이나 일어났다. 이에 러시아 제국
정부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두마>라 불리는 의회를 설치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지만 농민
들과 노동자들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 예술가들은 이런 환경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종말론과 상징주의가 러시아
예술계의 화두였고, 스크랴빈의 음악이 보여주는 신비주의적 경향도 당시의 시대정신에서 받
은 영향의 결과였을 것이다. 어떤 작곡가는 영감을 얻기 위해 러시아 선사시대를 반영시킨 원
시주의적 소음으로 시대의 담론을 담았는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그 대표적인 작품
이었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는 추억, 심리적 통찰력, 개인의 내면에 중점을 두고 낭만주의의
전통을 견지했다. 아울러 이 작품 <종>은 평화를 갈망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합창곡으로 쓰여진 그의 다른 작품 <성요한 크리소스톰의 전례>와 <저녁기도>에 비교하면 이
작품은 다소 세속적인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는 종소리를 세월의 흐
름, 즉 유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인생에 대비시키고 있는데 라흐마니노프 역시 인간의 탄생과
결혼, 공포와 죽음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었다. 작곡자는 이 작품에서 오케스트라로 각각의 종
소리를 그려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이 작품이 초연될 때 누군가 흰색 백합 꽃다발을 보냈다
고 한다. 그리고 한번은 더 특별한 꽃이 배달되었다. 흰색 라일락 꽃으로 만든 꽃다발이었다.  

제1악장은 추운 겨울밤을 헤치며 즐겁게 썰매를 탔던 유쾌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음악으로 시
작된다. 썰매를 타며 즐겁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은빛 슬레이 벨로 묘사된다. 라흐마니노프
는 대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아주 컬러풀하게 사용하면서 종소리 뿐 아니라 눈꽃, 반짝이는 별
들 같은 다양한 겨울의 풍광을 묘사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죽음의 예감이 있다. 테너 솔로는 마지막 심판 날에 "죽은 이들이 썩지 않는
몸으로 되살아나고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라고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도들에게 보낸 첫
째 서한에서 말한 부활의 예언을 전한다. 라흐마니노프는 허밍 코러스로 즐거운 추억에 잠긴
영혼들에게 부활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환기시켜준다.

금혼식의 종소리를 들려주는 느린 제2악장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관능적인 시편
이고,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암시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중세로부터 전통적으로 불려진 전례
음악 <진노의 날> 네 개의 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진노의 날 모티브에 교회 종소리가 겹쳐
울리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크기가 다른 종들이 한꺼번에 울리는데, 낮은 음 종들은
더 천천히, 높은 음 종들은 더 빠르게 울린다.

제3악장은 기억의 세계에서 예언의 세계로 이행한다. 이 악장의 종은 무시무시한 불길이 지구
를 집어삼킬 듯이 위협한다면서 울고, 신음하고, 외치는 경고의 구리 종이다. 이 악장은 하나
의 불씨처럼 조용히 시작되지만, 곧 강렬한 오케스트라가 뿜어대는 큰불로 폭발한다. 초반엔
러시아 정교회의 종소리가 선명하게 울린다. 이후 점차 발전해서 비감어린 감성의 절정을 이
룬다. 1917년에 닥칠 공산혁명과 그 후의 내전 동안에 러시아를 덮칠 폭력을 예언하는 것 같
다.  

마지막 악장에서 울리는 자명종은 장례식 종소리를 연상케 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차이콥스키
의 비창 교향곡의 느린 죽음의 피날레를 생각하면서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바리톤 솔
로와 합창단이 "눈을 감을수록 흐느껴 울기 때문에, 마음은 고요하다"라고 노래하는 부분은 비
창 교향곡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중 하나는 성당에 있는 커다란 종들이 울리는 네 개의
음이었다.“면서 자기 할머니와 함께 갔던 노브고로드의 소피아 성당을 떠올렸다. "종치기들은
예술가였다. 네 개의 음이 반복적으로 울렸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과 종소리를 결부시
켰다”고 말했다. 바로 그 추억을 표현하고 있고, 마지막엔 “한탄하고 신음하는 종소리”라는
가사로 끝난다.

다시 한번 악장의 구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악장 - 은종, 썰매 종
제2악장 - 부드러운 금종
제3악장 - 큰 알람 벨, 동종(銅鐘)
제4악장 – 슬픈 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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