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음악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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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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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음악이 대안(代案)이다


** 사진 / 고음악 연주단체 <무지카글로리피카>를 이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
트 김진씨

구미 음악계와 일본을 맹타하고 있는 고음악 연주, 우리나라엔 1990년 무렵부
터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새로운 음악이었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의
음악가들이 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 중반부터이고, 일
본에 고음악 연주단체가 결성된 것이 1989년 무렵이니, 결과적으로 우리는 10
수년 늦게 이 "새로움"에 눈을 뜨게 된 셈이다. 설립 시기로 보아서 비교적 늦
은 단체라 할 수 있는 <18세기 관현악단>을 비롯하여 근래에 새롭게 등장하
고 있는 실내악단은 대체로 고음악 연주를 표방하고 있다. 분명, 이것은 20세
기와 21세기의 가장 두드러진 연주의 트렌드이다.

고음악 또는 시대음악은 무엇인가? 음악 예술이 다른 예술과 현저하게 다른
점은 "연주"라는 매개에 의해서 비로소 표현되는 예술이라는 사실이다. 때문
에 "음악은 재현 예술"이라고 정의된다. 작곡가에 의해서 창조된 음악 작품은
연주자에 의해 해석되고 연주된다. 따라서 음악은 연주의 예술이며 재현의 예
술이고, 해석의 예술인 셈이다. 동일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연주자가 결정하는
프레이징(分節法)이나 템포, 감정, 강약 등의 연주 해석에 따라서 재현의 내용
은 현저하게 달라지며, 악기의 종류나 주법(奏法)에 따라서도 연주의 결과는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이것이 음악 예술만이 갖는 무한한 매력이다. 만일,
음악 작품을 기계적인 틀에 넣어 한결같이 연주하게 된다면 음악은 그 고유한
영역을 벌써 오래 전에 잃고 말았을 것이다.

바로크 시대에 이미 악기들은 현재의 기능에 육박할 만큼 개량이 큰 진전을
보여 왔지만, 그것은 현악기에 거의 국한된 것이었고 관악기, 타악기, 건반 악
기 등은 그 후로도 계속 개량과 발명이 거듭되어 19세기 중엽에 비로소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현악기의 경우, 19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현(絃)은 양(羊)의
내장을 가공한 거트(gut)를 사용했으나 19세기 후반엔 제1현에 강선(鋼線)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주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점차 대형화되면서 현악기의
음량도 증대되어야 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
니라 현악기의 톤과 음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인 활도 18세기 말엽까지는
활대가 반월형인데다 굽이가 없고 길이도 일정하지 않은 것이 사용됐는데, 프
랑스의 악기 장인(匠人) 투르트(Frncois Tourte, 1747-1835)에 의해서 비로소
현재의 활이 완성되어 바이올린 연주에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진다.

피아노의 경우, 클라비코드와 챔발로의 발전 과정을 거쳐서 1709년 이탈리아
의 챔발로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meo Cristofori, 1655-
1731)가 피아노를 발명하였고, 꾸준한 개량 끝에 1794년에 거의 현재의 피아노
가 완성되었다.

클라리넷은 프랑스의 관악기 살뤼모를 모체로 개량된 것인데, 현재의 모습으
로 완성된 것은 1720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부드럽고 우아한 음색을 자랑하
는 플루트(Flute)도 현재의 모습으로 개량된 것은 1832년 무렵이었다.

이렇듯, 대부분의 서양 악기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된 시기가 18세기 후반
에서 19세기 전반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현재와
같은 악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다. 고음악 연주는 바
로 이러한 상황에서 태어났다. 17세기의 음악은 17세기의 악기로, 18세기의 음
악은 18세기의 악기로 연주한다는 것이 고음악 연주의 이상(理想)인 것이다.

예술 작품이 한 시대의 미학적 상황이나 사회상의 반영이라고 한다면 연주 해
석도 여기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고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비
록 동일한 작품에 대한 해석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공감대가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연주 해석의 필수적 요건으로서 그 작품이 창조된 시간적, 시대적 제
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음악 연주자들은 이러한 이상
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옛 악기들을 복원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원전 연구를 통
하여 확인된 옛 주법을 재현시켜 이를 연주에 도입함으로써 작품의 오리지널
리티 복원에 충실을 다하고 있다.

고음악 연주의 효과는 상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충격으로 감상자에게 다가오
게 되며, 이러한 연주법, 악기, 해석은 현대 연주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
고 있다. 때문에 고음악 연주의 출현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요청일 수도 있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만큼 현대의 연주 내용이 몰개성화 되어 왔던 것
이 그간의 사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새로운 스타일이 음반을 통해서 등
장하자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게 되었고, 그것은 새로운 고음악 그룹들을 탄생
시키는 촉매가 되었고, 나아가서는 클래식 음반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
하게 되었다.

고음악의 세계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
우, 고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단체나 개인은 여전히 한자리 숫자에 머물
고 있으며, 그나마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름 앞에 세
계적이라는 수식이 붙어 다니는 연주자들조차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힘겹게 명
맥을 유지하는 달라진 세상에서 고음악 연주는 분명 클래식 음악이 살아남을 수 있
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우리 대학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
로 대처하기를 권한다. 고음악 전공을 우리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어렵
게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전문인력들을 활용하는 길이 트일 뿐 아니라 우리 연
주계가 새로운 음악시장을 본격적으로 여는 계기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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