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음악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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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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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소리의 조성

  

음악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조성(調性) 입니다. 서양음악에
있어서 장조(長調)의 음악은 밝고 명랑하고 기쁜 정서와 남성다운 개성을 나타
내게 되고, 단조(短調)로 된 음악은 어둡고 우수어린 정서와 여성적 개성을 갖
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판소리에 있어서도 가락의 짜임새나 꾸밈새에 따라서
음악적인 개성이나 특징이 결정되기 마련인데 이것을'조'라고 일컫습니다. 서
양음악의 조성은 장조와 단조, 두개 뿐이지만 판소리의 조는 '우조' '계면
조' '경드름' '설렁제' '추천목' 같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계면조'의 소리는 슬픈 노래(悲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슬픈 대
목에서 계면조가 주로 쓰이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다분히 여성적인 정서를
지닌 조여서 여자의 거동을 표현하는 대목에서도 계면조가 많이 쓰입니다. 춘
향가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하는 '이별가', 수청을 거부한 벌로 매를 맞을
때 부르는 '십장가(十杖歌)', 춘향이 옥중에서 부르는 '옥중가', 심청가 중에서
곽씨 부인이 유언하는 대목, 심청이 죽으러 가는 대목, 적벽가 중에서 '새타
령', 흥보가에서 흥보 마누라의 '가난 타령', 수궁가에서 병든 용왕이 탄식하
는 대목 따위가 계면조를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리들 입니다.

명창들이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제각기 특색있는 바디를 짜
기도 합니다만 조를 바꾸어 가면서까지 바디를 짜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합니
다. 따라서 판소리의 조는 가장 전통적이고 세습적(世習的)인 것으로 여겨 집
니다. 단지, 명창들의 바디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각기 다른 장단을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형적인 계면조의 하나인 춘향가의 '이별가'를 예로 든다면, 박봉술의 바디
는 중몰이 장단이고, 조상현의 바디는 느린 진양 장단과 중몰이 장단이며, 김
여란의 바디는 진양·잦은몰이·중몰이 등 세가지 장단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바
디에 따라서 사설이나 소리의 가사도 서로 다릅니다만 조는 전통을 따르고 다
만 장단을 통해서 바디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조상현
이 노래하는 이별가 대목의 한 부분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와락 뛰여 일어서며 발길에 밟히는 초마자락도 쫙쫙 찢어서 도련님 앞에다 내
던지고 명경 체경도 두루 번뜻 안어다가 문밖 사우 다 와당땅 때려서 와그르르
르르르르 탕탕 부둧치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이제 허신 그 말씀이 재담이
요, 농담이요, 실담이요, 패담이요? 사람 죽는 구경을 도련님이 허시랴오? 우
리 당초 만날 적에 전년 오월단오 야으 방자를 앞 세우고 나으 집을 나오겨서,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저는 여기 앉어 무엇이라 말하였소? 산해 맹세허고
일월로 증인들을 삼어, 상전이 벽해가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자
마잤더니, 주일 이 다 못 되여 이별 말이 왠 말이요? 나의 손길 부여잡고 창전
으 멀리 나가, 경경 맑은 하늘을 천번이나 가르치고, 만번이나 맹세허였지요.
맹세 구름이 저기 떴소. 말을 허오, 말을 허여, 공연한 사람을 살자 살자 조르
더니 평생 신세를 망치네그려. 향단아, 건넌방 건너가서 마나님 여쭈어라. 도
령님이 떠나가신단다. 사생결단을 헌다고 죽는 줄이나 아시래라."

* 주석은 [판소리 학회]의 것을 따름

판소리의 성격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조(調)로 우조(羽調)가 있습니다. 일반적
으로 꿋꿋한 성격의 조라고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서양음악의 장조(長調)와 흡
사한 조성(調性)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성격으로 보아서 우조 판소리는 시
조(時調)나 가곡(歌曲)의 가락을 판소리로 짠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조
의 음악은 화평스럽고 웅장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화평스러운 장면, 장엄한 장
면, 남성다운 장면, 유유자적한 장면에 주로 쓰입니다. 우조를 쓰고 있는 유명
한 대목으로는, 춘향가의 '사랑가' 가운데 느린 진양 부분인 '긴 사랑가'와 변
학도가 남원으로 내려오는 대목, 심청가에서 심청이 배를 타고 인당수로 떠나
는 대목, 흥부가에서 도사가 흥부의 집터를 잡는 대목, 수궁가에서 자라가 어
전 회의에 참석하는 대목, 적벽가에서 유비가 제갈 양을 찾아가는 대목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판소리에 우조가 부쩍 늘어나게
된 것은 서민대중의 음악이었던 판소리가 양반의 방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였
다고 합니다. 그들의 취향이 애잔한 계면조보다는 품격 있는 우조를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기서 수궁가 가운데서 자라가 어전 회의에 참석하는 대목을 담은 명창
임방울의 SP 음반을 추천해 드립니다.

(진양조)
영덕전(靈德殿) 뒤로 한 신하 들어온다. 은목단(隱目短足) 이요 장경 훼 (長頸
烏喙) 로구나. 홍배등에다 방패를 지고 앙금앙금 기어들어와 국궁재(鞠躬再
拜)를 하더니마는(아니리) 왕에게 상소를 가만히 올리거날, 왕이 상소를 받아
보니 별주부 자래였다. 상소 보신 후 왕이 칭찬 왈 "네 충성은 지극하나 네가
세상에 나가면 인간의 진미(珍味)가 된다허니, 가서 죽으면 그 아니 원통하냐"
별주부가 여짜오되, "소신(小臣)의 수족이 너이라, 강상(江上)에 둥실 높이 떠
망보기를 잘하와, 인간봉(人間逢斃)는 없사오되 해중지소생(海中之所生)으로
퇴끼 얼굴을 몰라오니 화상(畵像)을 그려주면 내 잡아다 바치리이다." "얘, 기
특고 고맙다. 글랑은 그리하여라."

(중중몰이)
화사자(畵師者) 불러라. 화사자 불러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동정유청홍연
(洞庭瑜璃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硯滴) 오징어로 먹 갈려, 양
두화(兩頭畵筆) 덥벅 풀어 단청채색을 두루 묻혀 이리 저리 그린다. 천지명산
(天地名山) 승지강산(勝地江山) 경개(景槪) 보던 눈 그리고, 난초지초(蘭草地
草) 왼갖 향초(香草)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짖어울 제 소리 듣던 귀
그리고, 봉래(蓬萊) 방장(方丈) 운무중(雲霧中)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만화
방창(萬花方暢) 화림중(花林中) 펄펄 뛰던 발 그리고, 백설 강산 치운날 설한
풍에 어한(御寒) 하던 털리고, 두 귀는 쫑끗,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댕
이 묘뜩, 좌편 청산(靑山)이요 우편은 녹순(綠水)디, 녹수청산에 에굽은 장송
(長松) 휘느러진 양류(楊柳) 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금주춤 기는 토끼, 화중
토(畵中兎) 얼풋 그려, 아미산월(蛾眉山月) 반륜퇸(半輪兎)들 이에서 더할소
냐. 아나 옛다 별주부야 이걸 갖고 나가거라.
* 註釋은 유영대 교수에 따름.

판소리의 조성 가운데 또 하나는 평조입니다. 이 역시 서양음악의 장조(長調)
와 비슷한 성격의 조성으로서 명랑하고 밝고 즐거운 느낌을 나타내는 것이어
서 우조와 마찬가지로 가곡 나 시조의 노래 가락을 판소리로 짠것으로 보아지
는 것입니다. 평조가 쓰이는 곳은 흥겨운 장면과 즐겁고 기쁜 장면인데, 춘향
가에서 노래되는 이 몽룡의 '천자풀이', 심청가에서 황극전의 '꽃타령', 흥부가
에서 '제비 노정기', 수궁가에서 노래되는 토끼가 꾀를 부려 세상으로 다시 나
오는 대목 등이 평조로 불려지는 곳입니다. 창자에 따라서 계면조를 능하게 부
르는 사람이 있듯이 우조나 평조를 잘 하는 명창이 있습니다. 대체로 동편제
소리에 능한 명창들이 역시 평조에도 능하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
나 오늘날에 와서는 편제의 구분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계면조
와 우조라는 양 극단의 중간에 위치한 평조는 누구라도 숙달시켜야 하는 필수
적인 조 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흥부가의 유명한 대목인 '제비 노정기(路程記)'를 소개해 드
리겠습니다. 많은 명창들이 이 대목을 짜고 음반으로도 발표했습니다만 여기
에선 대구 출신의 명창 김 초향(1900∼1980)이 1936년, 일본의 빅터 레코드에
녹음한 SP 음반을 소개합니다.

유색금눈 꾀꼬리난 노래허고, 이화백설향은 나부는 앉어 춤춘다. 유작소 얽힌
재주 내 집 보담은 단단, 산양치 우난 소래 너난 때를 얻었도다. 집은 방장쇠란
디 소로기는 비웃비웃, 솟적다. 포곡 운다마는 논이 있어야 농사하지 대성 나
지를 말어라 누에가 있어야 뽕을 따지, 배가 이리 고팠으니 이걸 먹소. 쑥국쑥
국, 먹을 것이 없었으니 계견 그리나, 삼월동풍 방초시, 삼월동풍 방초시 비금
주수가 길길이, 강남서 나온 제비가 흥보 움막을 돌아드니, 흥보가 보고서 좋
아라,

반갑다 반갑다 반갑다 내 제비야, 어디를 갔다 예 왔느냐? 얼씨구나 반갑네. 무
얼 갖다 이러느냐. 소박한 세상 인심 부귀를 추세허고, 험악한 산중으 찾어 오
리가 만문디, 연불인가. 주란화각을 다 버리고 만만 이 산중으 니가 오니 반갑
구나. 얼씨구나 내 제비야, 어디를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내 제비

판소리의 조에는 계면조·우조·평조 이외에 '경드름'과 '설렁제'라는 것이 있습
니다. 경드름이라는 조는 서울과 경기지방에서 널리 불려지던 민요 가락을 판
소리로 짠것인데 대체로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질탕한 욕설이나 왈패들
의 왁자지껄한 짓거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쓰여집니다. 때문에 춘향가에서
이 몽룡이 춘향을 달래는 장면, 춘향에게 심한 매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남원
의 한량들이 변 사또를 욕하는 장면에서 경드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십
명이 구경을 하다가 오입쟁이 하나가 나서면서 제기를 붙고 발기를 갈 녀석,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하는 대목이 경드름의 좋은 예가 되는 것입니다.

설렁제라는 것은 전라북도 익산 지방의 양반 출신인 권삼득 명창이 개발한 것
인데, '덜렁제' '권마성제' '드렁조'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권마성
이라는 것은 가마꾼이 가마를 몰면서 하는 소리를 이르는 것인데, 바로 그 소
리를 권삼득이 판소리에 도입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설렁제 소리는
경쾌하고 씩씩하고 호탕한 느낌을 줍니다. 주로, 경박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요
란을 떨 때 이 조가 쓰이는데, 춘향가에서 사령들이 춘향을 잡으로 가는 대목,
심청가에서 뱃사람들이 처녀를 사러 외치고 다니는 대목, 흥부가에서 놀부가
제비를 잡으러 나가는 대목, 수궁가에서 방게가 어전회의에 등장하는 대목 등
이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춘향이를 잡으러 사령들이 나서는 대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잦은 중중몰이
군로 사령이 나간다. 사령 군로가 나간다. 산수 벙거지 남일단 안려 날랠 '용용
자를 떡 붙이고 거덜거리고 나간다. "이 애, 김 번수야!" "왜야!" "이 애, 박 번수
야!" "왜 부르느냐" "걸렸다, 걸리어!" "게, 누구가 걸리어!" "춘향이가 걸렸
다!" "옳다! 그 제기 붙고 발기 갈 년이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우리를 보면 초
리를 보고 댕혀만 잘잘 끌고 교만이 너머 많더니, 잘 되고 잘 되였다. 니나 내
나 일분사정 두난 놈, 너도 제기 붙고 나도 제기를 붙나니라." 두 사령이 분부
듣고 안올 벙치를 젲혀 쓰고, 소소리 광풍 걸음제를 잃고 어칠 비칠 툭툭거려
녹림 숲속을 들어가 "이, 애, 춘향아 나오너라!" 부르는 소리 원근 산천이 떵그
렇그 들린다. "사또 분부가 지엄허니 지체말고 나오너라!"

판소리의 조(調)에는 앞에서 소개한 계면조·우조·평조·경드름·설렁제 이외
에 '추천목'과 '석화제'가 있습니다. 추천목은 헌종·철종 때의 명창으로 조선
조 8대 명창의 한 분인 염계달이 만든 것인데, '반 경드름'이라는 이름으로 불
려지기도 합니다(학자에 따라서는 아예 '반 경드름'으로 거명하고 추천목은 異
名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민요 가락을 판소리로 짰기 때문에 경드름
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따라서 조성
의 성격은 경쾌하고, 경박한 장면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천목을 쓰
고 있는 대목을 살펴보면, 춘향가에서 방자가 춘향이 그른 까닭을 따지는 대
목, 사랑가의 중중몰이 부분인 '잦은 사랑가', 수궁가에서 용왕이 토끼에게 수
궁 풍류를 베푸는 대목, 세상에 다시 살아 나온 토끼가 자라를 욕하는 대목 등
이 유명합니다. 특히, 토끼가 자라를 욕하는 대목은 염계달의 더늠으로 유명하
고 언제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흥겨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석화제는 가야금 병창제와 가락이 흡사한데, 성격은 평조와 비슷해서 명랑하
고 화창한 느낌을 줍니다. 수궁가에서 토끼가 세상으로 돌아오는 중중몰이 대
목인 '소지노화'가 석화제로 불려지는 유명한 대목입니다. 1938년에 김연수가
녹음한 SP 음반을 통해서 수궁가 중에서 토끼가 자라를 욕하는 대목을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북에는 한성준 입니다.

(아니리)
가든 퇴끼 돌아서며 별주부를 보고 욕을 하는디, 이런 가관이 없든 것이었다.

(중몰이)
"에기 시러배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고 들인단 말이냐? 병
든 용왕을 살리랴 헌들 성한 토끼 내가 죽을 소냐? 미련 허드라 미련 허드라.
너의 용왕이 미련 허드라. 너그 용왕 실겁기 날같고, 내 미련키 너그 용왕 같거
드면 영락없이 죽을 것을, 내 밑궁기 서이 아니드면 내 목심이 어이 살아오리.
내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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