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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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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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조윤환 독창회,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가곡집 ‘아름다운 물레방아간의 아가씨 Die schone Mullerin’ Op.25

슈베르트 3대 가곡집의 하나로, 이 가곡집은 물레방앗간에서 일하는 한 젊은이의 비련을 노
래한다. 서양음악사상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 연가곡집은 슈베르트가 26살 때인 1823년의  
작품이다. 가사는 빌헬름 뮐러의 시 22편 중에서 골라 20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차 성공한 제분업자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은 한 젊은이가 보다 전문적인 제분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방앗간을 찾아 이리저리 구직의 방랑길에 나섰다. 젊은이는 시냇물에게 "나
어디로 가야 되니?"하고 묻는다. 그 때 눈앞에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이 보이고, 거기에 아리
따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그곳에 일자리를 얻은 젊은이는 곧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청년은 시냇물에게 자기 마음을 이야기한다. “저 아가씨도 나를 좋아하고 있을까?” 이윽고
청년의 마음이 아가씨에게도 통해 첫 데이트를 했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어느 날 사냥꾼이 나타나고 아가씨의 마음이 어이없게도 사냥꾼의 늠름한
모습에 끌린다. 실연에 가슴 아파하던 젊은이는 마침내 늘 자기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던 시
냇물에 몸을 던진다. 시냇물은 불행한 이 젊은이에게 아름답고 영원한 자장가를 불러준다.

나는 최근에 슈베르트가 지은 연가곡집을 강의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 노래집
을 100 여 번 이상 듣고 또 들었다. 여러 종의 번역도 비교하면서 새로운 번역도 시도해
보고 유투브에 올려진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경험을 지나오면서 새삼 뮐
러의 소박하고 신선한 시어와 슈베르트가 지닌 천의무봉의 감수성에 놀라서 때로는 눈물짓
고 때로는 한숨짓거나 미소를 띠우는 등 특별한 세계를 여행하는 귀중한 체험을 했다. 그러
고보니 과거 문화방송에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들었던 슈베르트를 더하면 이 노
래집만해도 족히 수백번은 들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들을 때 마다 내가 느끼는 내용은 늘
달랐다. 그게 이 노래집이 지닌 마력이다.

4월 21일, 금정문화회관에서 테너 조윤환이 이 노래집 전곡을 연주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게다가 기타 반주(기타리스트 고충진)로 이 노래집을 노래한다고 해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부산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을 기타 반주로 연주하는 경우는 매우 이
례적이고 드문 일이다. 부산에서는 이번 연주회가 기타 반주로 열리는 최초의 사건일 것으
로 여겨진다.(만약 이전에도 이런 형식의 연주회가 있었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기록을 보니 19세기 초, 슈베르트가 살았던 빈(Wien)은 기타 음악의 황금기를 누렸다고 한
다. 6번째 현이 추가된 기타가 대중들, 특히 부르주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노래 반주에 기타가 많이 사용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슈베르트의 많은 가곡들
이 출판사들에 의해서 기타 반주로 편곡되는 일이 많았다. 슈베르트 자신도 기타를 반주악
기로 삼은 작품을 썼는데, 대표적인 것이 16살 때인 1813년에 쓴 ‘3명의 남성 3중창을 위
한 Terzetto’ D 80이다. 이듬해엔 벤젤(Wenzel Thomas Matiegka)의 ‘플루트, 비올라, 기타
를 위한 녹턴’ op.21을 편곡하면서 첼로를 추가한 기록이 있는데 이 역시 당시 가정음악회
에서 인기 있었던 기타가 포함된 앙상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반영시킨 것으로 여겨진
다. 슈베르트는 자기가 편곡한 이 곡을 가족들과 연주했다고 한다. 당시의 대중들이 좋아했
던 악기에 대한 작곡가로서의 당연한 관심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의 작품 캐털로그엔 4중주
곡 D 96으로 올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의 가곡들 가운데 20여 곡 이상이 악보출
판업자이면서 기타리스트였던 안톤 디아벨리에 의해서 피아노 반주가 기타 반주로 편곡되어
슈베르트 생존시에 출판되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도 슈베르트의 가곡 반주를 기타로 편곡해
서 연주하는 공연을 유럽에서는 자주 만날 수 있고, 특히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다
양한 기타 반주 버전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도제시대에 일터를 찾아 여행하는 젊은
방앗간 일꾼들이 류트를 갖고 다니면서 노래하기를 즐겼다고 하니 기타 반주가 이 곡이 지
니고 있는 이미지를 실감있게 표현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다.    

나는 테너 조윤환의 소리가 이 노래집에 매우 특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의 소리결은 맑고 푸른 하늘을 닮았다. 게다가 그의 소리엔 짙은 물기가 배어있다. 그래
서 이 노래집에 특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이 노래집을 노래하는 가수
는 시인 뮐러의 소박함과 작곡가 슈베르트의 섬세한 감수성을 표현해야 한다. 어떠한 과장
도, 감정과다도 안된다. 19세기 독일 로맨티시즘의 본질에 대한 연구와 슈베르트의 리트
(lied)가 품고있는 서정과 민요의 캐릭터를 알고 노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윤환
이 오랜 시간 연구와 연습을 통해서 이 리사이틀을 준비했을 것으로 믿는다. 게다가 이 연
주회에서 기타리스트 고충진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집의 전곡연주에 나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그에게 마음을 다한
응원을 보낸다. 슈베르트의 연가곡에서 반주자는 반주자가 아니다. 보컬리스트와 동등한 음
악적 책임과 열매를 나누는 관계다. 정확히 말한다면, 이 노래집은 테너와 기타를 위한 이
중주이다.

부산에서 이 작품을 처음으로 기타와 함께 연주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건 단순
히 부산음악사의 한 줄로 남는 것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연주의 완성도와 감동의 질
감에 있다. 때문에 무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창의적이고 철처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객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독일어로 노래되는 만큼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한국어 가사를 어떤 수단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인지 이 분
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이다. 무대의 조명은 어떻게 하고, 기타 연주자를 위한
마이크의 종류와 음량의 크기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공연 전 리허설
에서 충분하게 검증하기를 바란다.

나는 참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공연이 성공하면 많은 보컬
리스트들에게 대단한 자극이 될 것이다. 청중도 기뻐할 것이다. 그래서 조윤환과 고충진의
예술가적 위상은 물론, 그들의 음악적 성과는 두고두고 이 땅에서 회자될 것이 틀림없다.
많은 청중들이 돈 주고 이 음악회에 왔으면 좋겠다. 이런 대담한 도전에 나서는 두 예술가
를 공짜표 요구로 힘 빼게 하지 말자.  2017년 4월 21일(금정문화회관)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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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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