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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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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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래툰(Platoon)'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 Samuel Barber (Platoon OST) - Adagio For Strings
    http://youtu.be/yhUPnkWAc_w

월남전을 표현한 대다수의 영화들은 편향적이다. 미군은 선이고 베트콩은 악
이라는 식의 편가르기, 게다가 성조기가 휘날리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즉 '미국의 힘에 의한 세계평화'라는 결말로 엔딩 시퀀스가 흐르
는 것이 저간의 베트남 영화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쟁터에서 망가
져가는 미군 병사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들어내 보임으로써 월남전에 대한 새
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틈만 나면 마리화나를 피워대고, 아군끼리 서로 쏘아 죽이고, 죄 없는 양민을
죽이는 등 파격적인 장면에서 관객은 충격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전장 속의
인간들이 비인간화되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함으로써, 이른바 ‘람보 스타일’
이 넘쳐나던 월남전 영화의 유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는 평가를 받
았다. 그 자신이 월남전에 참전했던 올리버 스톤은 이 영화 한편으로 일약 정
상급의 감독으로 올라섰다.

실제로 이 영화는 1987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 ·편집·음향 등 4개 부문과 골든
글로브 작품·감독·남우조연 등 3개 부문, 1987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등 수
많은 영화상을 휩쓰는 성과를 올렸다.

음악감독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조르쥬 드리류(Georges Delerue)다. 올리버
스톤의 처녀작 ‘살바도르(Salvador, 1986년)’와 두 번째 작품 ‘플래툰’의 음악
을 잇달아서 맡았다. 그가 사용한 음악은 세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다.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테로 크레센도 되면서 절제된 비창감
과 서정이 현악기의 밀도 높은 앙상블에 의해서 농도 짙게 표현되는 이 작품
을 영화의 극적인 장면에서 적절하게 쓰는 재주가 비상하다. 자신의 오리지널
보다 오히려 바버의 음악에 대부분의 역할을 넘기고 있는데 그것 역시 드리류
의 절묘한 감각이라 하겠다.

희뿌연 먼지가 어지러운 활주로. 수송기의 헤치가 열리고 크리스(찰리 쉰)를
비롯한 신병들이 하나 둘 내리는데, 바로 그들 앞으로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들
이 들려와서 자기들이 타고 온 비행기를 향하는 장면, 한 분대원이 적에게 잔
인하게 살해당한사건이 일어나자 촌락을 급습해서 수색하던 중 번스 중사(톰
베린저)가 말이 많다며 촌장의 부인을 사살하는 장면, 일라이어스 분대장(윌리
암 데포)과 번스 중사의 편으로 양분되는 분대원들의 모습을 걱정하는 크리스
의 독백의 장면, 후퇴하는 헬기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오지만 끝내 베트
콩의 추격으로 일라이어스가 죽는 장면, 치열한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헬기로
후송되는 크리스가 “우린 적군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싸우
고 있었다. 적은 우리들 내부에 있었다. 이제 나에게 전쟁은 끝났으나 평생 동
안 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독백하는 라스트 신, 이 모든 장면에서 바버
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의 그 비감 어린 울림은 절절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후
빈다. 이 음악은 놀랍게도 전쟁의 그 참담한 속에서 찰라적으로 갈라지는 삶과
죽음의 간극을 너무도 선명하게 채색하는 효과를 들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드
리류의 선택은 참으로 탁월했다. 바버의 음악은 이 영화에서 너무도 강렬한
“삶과 죽음의 간주곡”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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