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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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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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향 제600회 정기연주회, 말러 교향곡 제9번



◈ 사진
부산시향 제600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최수열 감독, 1979 -

◈ 유튜브 듣기
제4악장 아다지오
지휘 : 레너드 번스타인,
빈 필하모니커
http://youtu.be/lTK9Y9TLdFw

제4악장 아다지오
지휘 : 카라얀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youtu.be/KnjnwVS53ko


말러는 <대지의 노래> 제6악장 끝에 스스로 다음과 같은 시를 쓰고, 이걸 가사로 삼았다.
내 마음  고요히 그 때를 기다리네
사랑스러운 대지 어디에나 ​
봄에는 꽃피고 다시 푸르게 자라리
어디에나 영원히  
하늘은 푸르게 빛나리
영원히, 영원히 ​

그리고 마지막 연
“영원히, 영원히 Ewig, ewig”를
무려 일곱 번이나 외치고 읊조리고 되 뇌이면서 곡을 마감했다.

그 “영원 Ewig”이라는 모티브와 멜로디를 제9번 교향곡 1악장을 열면서 또 되새김질 한다.

말러가 사용한 “영원”이라는 단어는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맞게 되는 “세상과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한다.

당시 말러가 얼마나 심각하게 죽음을 생각하고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증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대지의 노래>와 교향곡 9번을 삶에 대한 이별을 준비한 일련의 작품 군
으로 해석한다.​

▶ 사실은 <대지의 노래>가 말러의 아홉 번째 교향곡인데, 베토벤 이후 꽤 많은 유명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 이상을 쓰지 못하고 사망한 것에 공포를 느껴 교향곡 9번이라는 제목을 달지 못하고
<대지의 노래>라는 표제를 달았다.

카라얀은 이 교향곡을
“다른 세상에서 온 음악이다.  
아마도 어떤 영원한 것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을 연주할 때마다 구도자가 되었다고 했다.

최수열 감독과 부산시향이 6월 16일,
부산문화회관서 이 음악을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
눈부신 완성도로
말러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세상에 대한 미련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메시지를
그가 느꼈을 그것 이상으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단한 카리스마로 객석을 쥐락펴락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에너지로 제압당한 객석은 숨소리조차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1971년부터 부산시향 연주를 들어왔다. 13년간 정기연주회 해설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같은
특별한 체험에 대한 기억은 그리 흔하지 않다.

1989년,
한국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구소련) 수석지휘자로
부산시향에 취임한
마크 고렌슈타인(Mark Gorenstein, 1946- , 전임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그의 첫 콘서트에서 들려 주었던 그 놀라웠던 스트링 앙상블을 지금도 가끔씩 추억한다.

다만 지휘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스트링 앙상블 사운드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믿
기 어려운 특별한 체험이었다. ​​

아무튼 고렌슈타인 이후 내가 부산시향 연주 듣고 나서 가슴이 이토록 강렬하게 움직인 건 처음
이라고 해도 좋겠다.

최수열 감독이 이 작품에 모든 걸 다 걸었다고 나는 느꼈다. 그 자신을 온전하게 작품에 이입 시
킨 것이 내 눈에 완연하게 보였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연주 결과가 그걸 설명했기 때문
이다.

최 감독은 조심스럽지만 그러나 대단한 자유스러움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플레이어를 통제했다.

견고한 카리스마와 유연하고 넉넉한 컨트롤을 통해 까다롭고 난해한 작곡가의 의도를 영화를 보
여주듯 객석에 풀어 주었다. 40대 초반의 젊은 지휘자에게 분명히 이 작품은 높은 벽이었을 텐
데도.

특히 4악장 adagio에서 그가 만들어 낸 환상적 스트링 앙상블 사운드는 털이 쭈뼛 서고, 숨이
턱턱 막히는 엑스터시의 세계를 열어 재꼈다.

말러 스스로도 이 악장에선 의도적으로 관악기를 소외시키고 오로지 스트링으로만 소멸해 가는
(죽어가는 dying)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럽지만 그러나 엄청 드라마틱하게 그리려고 작정했다.

최 감독은 거기에다 자신의 음악적 결기를 죽기 살기로 투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부신시향이
이런 사운드를 만들다니.

플레이어들의 준비도 충분했다. 혹자는 <교향악축제 효과>라고 비틀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은 열
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결과물을 객석에 선물했다.

끝자리로 갈수록 석고상처럼 따로국밥 먹는 멤버가 이번엔 단 한명도 없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음악의 體化(Integrate)가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지극히 여린 활긋
기에서 조금씩 흔들리거나 대오가 흐트러진 건 이번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내가 대신 변명
한다. 그건 이 악단의 한계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걸로 이 살 떨리는 콘서트 리뷰를 흠집 내고 싶
지 않다.

부산시향이 600회 콘서트를 하면서 그동안 단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던 말러의 9번 교향곡.
이에 앞선 599번의 콘서트 하나하나가 다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었겠지만,
말러의  9번을 택한 제600회 콘서트는 탁월한 선곡이었고, 참으로 특별한 연주였다.

▶ 사족
이 작품의 지휘자와 플레이어들은 제4악장 아다지오를 모두 마치고 나서 통상적으로 20-30초
간 정도 완전한 침묵을 유지하면서 한 생명의 이별(소멸)을 응시한다. 지휘자는 손을 내리지 않고
플레이어들은 악기와 활을 내리지 않은 채.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조명을 모두 끄기도 했다.

최수열 감독은 그 침묵의 시간을 1분 이상 지속시켜 그것이 객석에 던지는 메시지에 대단한 임
팩트를 가했다. 최 감독의 그 연출에 청중들도 숨소리조차 조심하며 참여했다.

참으로 귀한 체험이었을 게다.
멋진 연주,
그리고  더 멋진 청중들이었다.
So Amazing!

◈ 이 글은 부산문화회관이 발간하는 월간지 <예술의 초대> 2023년 7월호
http://www.bscc.or.kr/ebook/?ho=202307 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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