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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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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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식혀줄 산뜻한 선율

                                    
서양음악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묘사한 작품들이 헤일 수 없을 만큼 많
고 많다. 작게는 장미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노래하는 3분 짜리 가곡에서
크게는 2시간이 넘는 하이든의 '사계'에 이르기까지.

언젠가 발표되었된 한국인의 독서성향 조사 연구는 독서의 계절이 가을이 아
니고 여름이라는 다소 의외의 사실을 지적했듯, 올 여름을 음악의 계절로 만들
어 보는 시도를 해보자. 자연을 노래한 음악이 무수히 많기는 하나 우리 주변
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들 중심으로 몇 곡을 소개한다. 이들 작품과 더
불어서 심신에 풍요와 건강을 더하는 여름이 되기를 빈다.

** 그로페(Grof )작 / 대협곡 모음곡(Grand Canyon Suite)

5곡의 개성적 소품으로 구성된 이 모음곡은 미국 남부 애리조나에 있는 대협곡
(Grand Canyon)의 웅대무비한 모습을 보고 난 감상을 옮긴 작품이다. 애리조
나를 관통하고 있는 콜로라도 강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인해 1Km이상의 골짜
기와 350Km의 산맥, 폭 30Km의 층암절벽이 형성됐는데, 이 거대한 협곡이 태
양의 각도에 따라 수시로 그 색조가 변하는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물론 이 협곡은 미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로페가 이 작품을 쓴 시기는 1931년이었으나 별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가 제2차 대전이 끝난 뒤 실제로 그랜드 케년을 본 아르트로 토스카니니
(A. Toscanini)가 이 작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함에 따라 비로소 널리 연주되기
에 이르렀고, 그로써 이 곡은 그로페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다.

제1곡 / 해돋이(Sunrise)
팀파니의 연타와 목관의 아스라한 연주로 서서히 밝아오는 대협곡의 신비스
런 모습을 묘사한다. 피콜로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즐겁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노래하고, 약음기를 부착한 트럼피트는 떠오르는 태양의 장엄한 모습을 경건
하게 바라본다. 이 대목이 제1곡의 주제에 해당된다. 서서히 악기의 수효가 보
태지고 음량이 확대되면서 이윽고 계곡위로 떠오른 태양의 모습과 찬란하게
반사되는 계곡의 색채가 묘사된다. 해 돋는 모습을 이토록 섬세하고 사실적으
로 그리는 작품이 이 곡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제2곡 / 채색된 사막(Painted Desert)
하늘 높이 떠오른 태양은 까마득히 저 아래에 보이는 사막을 마치 그림을 그리
듯 시시각각 수많은 색채로 물들인다. 인간의 솜씨가 어찌 여기에 이를 수 있
으랴! 곡은 마치 꿈의 세계를 헤엄치듯 신비롭게 진행되며 엑조틱한 매력이 전
편에 넘친다. 미국인들은 이를 동양적분위기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동양의 우
리가 느끼는 것은 매양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무튼... 이 곡은 듣는 이의 마음
에 형언할 수 없는 안식과 위로와 평화를 심어준다.

제3곡 / 산길에서(on the trail)
잘생긴 황갈색 말 위에 챙 넓은 모자를 멋지게 눌러 쓴 카우보이. 그는 기분 좋
은 휘파람을 불며 구불구불 한없이 이어진 대협곡의 산길로 말을 몰아 간다.
전(全)5곡 가운데 가장 미국적인 작품이다.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화음 뒤에 독
주 바이얼린이 카덴차를 경묘하게 새길 때 황량하게 엎드러져 있는 대협곡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러나 음악은 일변하여 오보에와 함께 말발굽 소리가 낙천
적인 카우보이를 묘사하고 색소폰이 익살을 부린다.

제4곡 / 일몰(Sunset)
황혼이 계곡을 물들이기 시작하면 금관악기의 팡파르가 일몰을 알리게 되고
이를 신호로 수백, 수천의 계곡에서 메아리가 응답하면 교회의 종소리가 여기
에 끼여든다. 대협곡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빠져들며 이윽고 밤이 시작되고,
검은 능선 아래 크고 작은 계곡들이 고요히 눕는다.

제5곡 / 호우(豪雨,Cloudburst)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것 같은 불길한 정적으로 이 곡은 시작된다. 이윽
고 음악은 극도의 혼란과 카오스에 휩쓸리게 되는데, 그랜드케년에 무서운 폭
풍과 큰비가 덮친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 혼란은 진정되기 시작하고 이윽고
정적이 다시 찾아드는가하면 달빛도 얼굴을 내밀고 카우보이의 노래가 회상된
다. 이 음악을 듣는 장소가 따로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은 없으나, 야영지의 텐
트 속에서 한 권의 책과 더불어 듣는다면 꽤 좋을 것 같다.

사족 : 그로페는 거쉬인의 출세작 '라프소디 인 블루'의 편곡자이기도 하며,
폴 화이트맨과 함께 심포닉 재즈 운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 리하르트 스트라우스(Richard Strauss) / 알프스 교향곡(An Alpine Symphony)작품 64

일생을 교향시에 바쳐온 스트라우스는 표제악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
는 비범한 재능을 보였다. 그의 묘사력은 자연현상으로부터 인간의 심리에 이
르기까지 무소불능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재능의 마지막 결집체가
<알프스 교향곡> 이다. 알프스는 수많은 음악가들의 표현의 대상이었으나 결
과적으로 스트라우스의 묘사력을 능가한 작곡가는 없었다. 형식은 비록 교향
곡의 스타일을 빌리긴 했으나 각 곡에 붙어있는 표제에 충실한 점을 고려한다
면 교향곡이라기 보다는 '교향시적 모음곡' 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
라.

제1악장 / 서주. 밤. 해돋이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그리는 곡으로서 클라리넷과 프렌치 혼으로 밤이 묘사되
고, 이윽고 금관의 장엄한 동기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저 유명한 "산의 동
기"이다. 후반은 오케스트라의 전합주로 강렬한 모습을 들어내는데 이미 태양
은 눈덮힌 알프스의 영봉위로 솟아 오른 것이다.

제2악장 / 제1 주요부. 등산
산을 오르기 시작한 산악인은 과연 어느 등산로를 선택해야 될는지 잠시 망설
이게 된다. 그래서 음악은'방황의 주제'로 시작된다. 이 부분은 첼로를 비롯한
저음 현악기들이 주도권을 잡게 되는데 점차 분위기는 상승하게 된다. 산악인
의 본격적인 산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그의 앞에 험준한 암벽이
등장하는데 음악은 즉각 '암벽의 동기'를 연주한다. 산악인은 악전고투를 하지
만 끝내 정상에 오르게된다.

제3악장 / 제2 주요부. 정상
마침내 정상에 오른 산악인은 산의 위대함에 충격을 받고 경건히 고개 숙인
다. "산을 정복했다"고 경박하게 떠드는 이에겐 좋은 교훈이 되는 대목이다. 산
의 동기가 다시 등장하고 감사의 노래가 여기에 답한다. 이어서 태양의 주제,
환희의 노래, 정상의 주제가 잇달아 나타남으로서 웅대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윽고 음악의 절정이 있은 뒤 해는 떨어지고 날은 어두워진다.

제4악장 / 제3 주요부. 하산
무서운 장면이 묘사된다. 계곡의 어두움은 벼랑으로 물이 떨어지듯 그렇게 갑
자기 찾아든다. 정상의 기쁨과 감사도 잠시 산악인은 서둘러 하산의 발길을 재
촉한다. 폭포도 만나고 계곡의 목장도 지나며 수많은 암벽을 넘다보니 그의 마
음은 산의 무서움으로 전율한다.

제5악장 / 종결
이윽고 공포는 잔잔해지고 쓸쓸한 이별의 선율이 흐른다. 산을 오르던 어려
움, 정상 등정의 기쁨과 자연에의 외경, 하산의 조급함과 공포도 이젠 이별이
다. 1악장의 초두에 노래된 방황의 주제가 다시 한번 회고되고 음악은 밤의 정
적 속으로 고요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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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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