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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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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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음악메모(19)/김희수씨



성현 공자께서 제나라에 계실 때 그곳의 소악에 심취하여 음악을 듣고 배우는
석달 동안 고기 맛마저 잃으실 만큼 열정을 바치신 다음 "음악의 아름다움이
이처럼 극진하다는 사실을 내 일찍이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찬탄해 마지 않으
셨다. 참 삶의 길을 찾고 그것을 널리 알리는데 전념하였던 성현조차 음악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최상급의 표현으로 나타나는데도 실제 오늘날 거개의 사
람들은 오히려 음악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다. 해서 "오늘날의 대중들은 껌을 씹는 것만큼도 예술의 맛을 씹으려 하지 않
는다"는 이어령 교수의 지적에 동의를 하면서, 바로 우리와 가까이 이웃해 살
고 있는 한 집념의 시민에 관한 얘기를 여기에 소개한다.

필자가 쓰고자하는 얘기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의 부산 사람 김희수 씨. 그를
처음 알게된 것은 지금부터 약2년 전이다. 그 무렵 필자는 매일 오전에 방송하
고 있는 '나의 음악실'에서 "클래식 음반 애장가"를 한 분씩 초대해서 디스크
컬렉션의 뒷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귀한 음반을 들어보는 특
별기획 시리즈를 방송하고 있던 차여서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컬렉터를 만나
는 일에 모든 시간을 쏟고 있었다. 그때 필자는 디스크 컬렉터의 자격요건 몇
가지를 정해 놓고 그 요건에 합당한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런 다음 비
로소 마이크 앞으로 초대하곤 했는데, 어느 날 국제시장에서 전파상을 하고 있
는 한 분이 전화를 걸어 "옛날 유성기를 무려 200여대나 소장하고 있는 분이 있
는데 한번 만나 보지 않겠냐?"하는 얘기를 들려줬다. 당장에 호기심이 발동해
그날로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된 분이 바로 김희수씨다.

"아니! 어쩌자고 한, 두 대도 아니고 200대나 되는 축음기를 소장하게 됐습니
까?"  "그게 그러니까...... 10년도 더 넘은 때의 일입니다만, 가만 보자하니 일
본인들이 돈 보따리 싸들고 건너와서 우리 나라에 있는 유성기란 유성기는 싹
쓸이를 하고 있는 판국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네들이 고물장수들을 앞세워
서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돌아다녀 엿 몇 가락하고 유성기를 바꿔 가지곤 불
과 돈 몇 닢 주고 바다 건너가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이건 그대로 둬서는 안되
겠다 싶어 내가 모조리 사 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걸 사다가 음악을 들어야
되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아닌 말로 그걸 사재기해서 나중에 큰돈 벌겠다는 생
각도 없었어요. 단순히 저 귀한 역사적, 문화적 유물들이 싸구려로 일본에 팔
려 간다는 게 싫어서 무작정 가로채길 한 겁니다."

"그러자면 돈이 꽤 많이 들어갔을 텐 데요. 그리고 그런 물건들이 다 온전하게
보존된 상태도 아니었을 테구요." "돈도 꽤 날렸죠. 이래저래 몇억 정도 수월찮
게 썼을 겁니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것이 200대 정도인데 그건 모두 정상적으
로 가동이 되는 것들입니다. 그 200대를 정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보다 훨
씬 많은 유성기들이 부품으로 해체됐고 그런 작업을 위해서 아예 전담으로 이
작업만 하는 전문가를 지금도 월급 주어가며 초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자택에 전시된 축음기들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며 하나 하
나가 신기할 만큼 옛소리를 오늘에 재현시키고 있었다. 김희수 씨는 이에서 그
치지 않고 축음기용 바늘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외국에 금형을 발주하여 바늘
을 대량으로 만들어 본인은 물론 바늘이 없어 옛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
는 축음기 소장가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을 만큼 이 일에 정성을 다하고 있
고, 한편으론 SP음반(Sadndard Play의 약자, 1분간 78회전)수집에도 집념을
보여 약3천여매의 음반을 소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그가 소
장하고 있는 SP음반 중에는 폴란드의 초대 대통령을 지냈으며 뛰어난 피아니
스트였던 파데레브스키(Paderewsky)가 그의 작품 "미뉴에트"를 직접 연주한
음반,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가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직접 연주
한 디스크, '황금의 트리오'로 불려지던 왕년의 명컴비 롱 티보(바이얼린), 알
프레드 코르도(피아노), 파블로 카잘스(첼로)가 녹음한 멘델스존과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음반, 전설적인 名첼리스트 포이어만이 녹음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네덜란드 출신의 릴릭 테너의 거장 유시 비욜링이 녹음한 '오! 낙원이
여' '하늘과 바다'등 우리들이 레코드史를 통해서만 알고 있는 역사적 명반들
이 그의 SP 소장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김희수 씨는 물론 음악가는 아니다. 그는 단지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을 이해하
려고 애쓰고 있는 딜레탕트의 일원일 뿐이다. 다행하게도 그는 자기에게 베풀
어진 물질적 축복을 이렇듯 정신적 풍요로 변환시키는 문화적 식견과 우리 것
을 남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충성의 의지를 가졌기에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가
질 수 있었다. 그가 갖고있는 지금의 꿈은 좀더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음악의
눈을 갖는 것과, 현재 소장하고 있는 1만 여장의 LP, 3천 여장의 클래식 SP, 2
천 여장의 국악, 속악 SP, 1천 여장의 비디오 디스크를 한자리에 모아 음악인
은 물론 애호가들에게 그것들이 소중한 자료로써 활용되는 공간을 갖는 일이
다.

김희수 씨는 언젠가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부끄럽습니다. 만
일 제가 돈푼께나 있다고 해서 밤낮 술이나 마셔댔다면 오늘날의 제 모습이 어
떻게 됐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저는 음악이 저의 신앙이고 구원이라는 생
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1986년 8월 {우리들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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