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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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Subject  
   오래된 음악메모(23) / 부산 음악계의 최근 상황들
  
"외래 연주단체의 부산공연에 몇 가지 문제들 잠복"

1989년, 1년간 부산에서 공연을 가진 국내외 외래 공연단체는 모스크바 필하모
닉 오케스트라를 위시하여 약 30여 개에 이른다. 1980년대의 년평균 음악회 횟
수를 약 3백회로 잡는다면 외래단체의 공연 비중은 약 1할이 되는 셈이다. 선
진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결코 그 비중이 큰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네 음악
시장의 질과 양은 고려한다면 적은 것이라고 치부할 처지는 아닌 듯 싶다. 올
해의 경우, 외래 연주의 비중이 보다 높아질 것이 거의 확실하며, 따라서 차제
의 외래연주가 안고있는 문제점의 실체 파악과 이에 대한 지혜가 있어야 하리
라는 생각이다.

올 1/4분기만 해도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2월), 마르크 그로웰스(3월), 로렌
티안 4중주단(3월), 모차르트 4중주단(4월)등 외국의 연주단체(솔로이스트 포
함)와 코리언 심포니(3월), 코리언 앙상블(3월)등 서울의 단체에 의한 공연이
치러졌다.

앙상블의 질량에서 아직도 제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충분히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부산의 상황에서 수준 높은 외래 앙상블이 이곳 무대에서 울림을 갖는다
는 것은 애호가들에겐 다양하고 흡족한 음악체험을 갖게 하고, 연주가들에겐
새로운 자극과 분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상당하다. 오히려, 많
은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은 우수한 외국의 음악인들이 서울 공연으로 내한 연
주를 그치는데 상당한 아쉬움을 갖고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몇 안 되는 외래공연마저 개운치 못한 문제들을 노정 시키고
있다는데 더 큰 아쉬움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아쉬움의 정도가 큰 것은 외래연
주자(단체)와 우리 연주자가 협연하는데서 발생되는 음악적 문제일 것이다. 외
래 연주자와 재부 연주자를 협연시키는 목적은 대략 두 가지 일 것으로 추정된
다. 한가지는, 재부 연주가에게 우수한 외래 연주자와 협연하는 기회를 제공함
으로서 양질의 연주체험을 축적하도록 지원한다는 긍정적 측면일 것이다. 다
른 한가지는 음악회를 주최하는 메니저의 제작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경감시
킬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일 것이다.

공연 매니저들이 구태여 외래연주단체에 우리 연주자를 연결시키고자하는 의
도는 후자의 경우다. 이 경우, 매니저들이 연주자에게 요구하는 협연의 조건들
은 협연료, 회원권 판매, 광고비 협찬 등이다. 어떤 형태로든 협연자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협연자의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부담은 우리의 음악시장이 안
고있는 취약성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견딜만하고 감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
다. 독주회를 연다해도 그만큼의 지출은 각오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기 때문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음악에 있다. 대체로 외래단체와 연주할 협연
자는 공연에 임박한 시점에서 확정된다. 따라서 연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
어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공연을 앞둔 실질적인 리허설의 기회도 극히 제
한된다. 결과적으로 협연자는 부족한 개인연습과 부족한 앙상블 연습이라는
이중의 핸디캡을 짊어지고 무대에 오른다. 공연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저, 많이 틀리지 않고 연주를 마치기만해도 다
행일수밖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탄탄한 음악적 내실을 갖추고있는 앙상블 팀은 특별한 인
간관계로 똘똘 뭉쳐져 있다. 형제자매, 대학동문, 같은 대학의 교수, 같은 지역
의 연주자... 이러한 인간적 유대가 없이는 섬세한 호흡의 일치가 요구되는 앙
상블이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속성을 무시한 한시적이고 일회적인
참여(협연)에서 음악적 성과를 획득하기란 얼마나 무모한 욕심이겠는가?

외래연주단체와 우리 연주자의 협연은 제반 선행조건(충분한 개인연습과 충분
한 앙상블 리허설 보장 등)이 충족되지 않는 한 연주 당사자에게나 청중에게
나 무익하고 무모한 행위일 뿐이다.

                       1989년 12월 {음악동아}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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