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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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Subject  
   음악을 생활 속으로 영접하자
  

현대를 "위기의 시대"로 바라본 아놀드 토인비는 "현대의 기술 문명은 토끼걸
음으로 달리는데 정신문명은 거북이 걸음처럼 발걸음이 느리다. 이 두 문명의
간격이 현대 문명의 위기를 구성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는 이 명구(名句)
를 오늘의 음악적 상황에 대입시키면서 음악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나 태도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를 제안해 본다.

사실 우리는 엄청난 음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 아침 출근길의 차내에
서부터 들려오는 음악은 사무실에서도 쇼핑 장소에서도 경기장에서도, 그 밖
의 수많은 곳곳에서 쉴새없이 들려온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음악의 생활화
가 아니라 음악 속에 생활이 파묻혀 있다고 표현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
러한 음악적 상황을 한 꺼풀 벗겨보면 그것들은 단순한 배경음악(Back
Ground Music, 약칭 B. G. M)일 뿐 실제로 개인의 음악적 정서나 음악의 생
활화와는 별개의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B.G.M이 우리의 일상을 윤택케 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음악이
원천적으로 인간의 정신 생활에 가져다주는 영향들-정서순화 기능, 합리적인
사고 방식의 고취, 원만한 인격 조성, 건강한 문화시민 의식 조성 등-을 고려한
다면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가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이 드러난다. 단순
히 B.G.M에 우리를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 어떻게 우리 자신을 음
악에 접근시키겠는가? 어떻게 음악을 내 안에 영접할 수 있는가?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1. 음악 수용의 유형(스타일)
음악을 받아들이는 수용 태도, 다시 말해서 음악을 감상하는 수준을 전문가들
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가) 수동적 수용
진정한 의미의 감상이라고 볼 수 없는 수용태도다. 다방이나 카페에서 듣는 음
악, 백화점 등의 쇼핑 장소, 영화의 배경음악을 통틀어, 들려오는 음악을 별다
른 주의력 없이 그저 흘려서 듣는 경우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나) 감각적 수용
평소에는 무심코 들었던 음악이 어느 날인가 갑자기 꽤 의미 있게 들려지는 경
우가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음악에 본능적으로 반응하
기 마련인데 감각적 수용이 바로 이 경우를 이른다. 그러나 이 단계 역시 감상
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 이 상황을 뛰어넘어야 한다.
다) 정서적 수용
음악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진실한 욕구를 지녀야겠다는 의식을 갖
고 있는 단계다. 여기에 속한 사람은 음악을 듣기 위해 레코드 가게를 기웃거
리게 되고, 방송이나 신문에서 음악회 정보를 얻기 위해 관심을 쏟게 된다. 이
정도의 수준이면 음악적 체험의 두께가 상당하기 마련이다. 음악을 생활화하
려면 우선 여기까지 자신을 가져다 놓아야 할 것이다.
라) 지각적 수용
음악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각종 전문 서적을 읽게 되고 독자적인
음악관(音樂觀)을 갖고 있는 상태를 이른다. 여기에 속한 사람은 폭넓고 심도
있는 음악적 논리를 통해 음악을 수용하고 타인에게 특정 작품을 설명할 수 있
는 능력을 갖게 된다. 말할 나위 없이 이 단계를 가장 이상적인 수용태도라고
할 수 있다.

2. 음악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들
모든 예술 가운데서도 음악은 가장 추상적이다. 추상적이라는 것은 감상자의
수용 관용도가 매우 넓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감상의 기준
이 매우 모호하다는 어려운 점도 아울러 갖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은 어렵다"고 느끼거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
다. 실제로 무턱대고 마냥 듣기만 해서 음악이 내 것이 되기는 어렵다.

음악은 창작과 감상 사이에 연주라는 매체를 갖는 예술이어서 전문적인 훈련
을 받지 않은 경우, 연주를 통해서만이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음악을 만드
는 창작 기법에 대한 지식과 연주 매체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전제로 한다. 만
일 이러한 전제를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막연히 음악을 듣는다면 아무리 지속
적으로 감상한다고 해도 "정서적 수용"이상으로 단계를 끌어올릴 수 없을 것이
다.

아마추어가 시도해봄직한 음악 접근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가) 모든 학문의 이해는 역사의 인식에서 출발해야 하듯 '음악사'를 읽자. 음악
사를 통해서 총론적인 이해는 물론 각론적(各論的)인 안목을 갖게 된다.
나) 음악가의 전기(傳記)를 읽자. 한 예술가의 인생 기록은 제2의 음악을 이해
하는 직·간접의 귀중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 악기에 관한 상식은 필수적이다.
이에 관한 다양한 저작물을 읽어도 좋겠고,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따위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기
를 권한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라) 음악 해설집을 상비 도서로 갖자.
음악 해석학의 효시로 불려지는 독일의 헤르만 크렛츠마(Herman
Kretschmar)가 1887년, '연주장의 안내자(Führer durch den Konzertsaal
(Guide through the concert hall) Leipzig 1887-90 )'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
을 썼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명곡해설대사전]의 모체다. 음악감상을 전적으
로 해설서에 의존하는 것도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으나 이러한 해설  내용
이 아마추어 감상자의 안내자로서는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4가지 전제를 갖춘 뒤 여기에 부수되어야 할 개인적인 필요 요건은
음악감상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소재가 풍부한 코미디가
재미있듯 음악감상도 레퍼토리의 숫자가 많아야 흥이 난다. 그런데 레퍼토리
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반복하고 지속시키는 것 이외의 길은 없다.이렇
게 되다보니 '음악 듣는 일'이 아주 번거롭고 귀찮고 준비를 많이 해야만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말았는데 부디 그런 부담일랑 갖지 말기를 바란다. "음악 들
어서 손해 볼 일은 없지 않겠냐"는 편안한 생각으로 위에서 예를 들어 소개했
던 사항들을 실천에 옮겨보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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