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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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Subject  
   음악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 우리들의 산 주최 {성악의 향연}에 부쳐

'음악이 앞으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논문에서 저자 루이제 린저는 "수
준 높은 예술은 결코 건전한 세계상과 단순히 회복되는 세계상을 표현하는 것
이 아니라, 회복 불가능에 대한 회복 가능성, 즉 모든 진실을 표현하는 것이
다. 이것이야말로 순수 음악의 기준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루이제 린저의 지적은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우리와 함께 존재
하고 있는 저 수많은 음악들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거나 고답적인 도
덕율만을 좆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상처받고, 좌절하고, 헤
어지고, 죽고, 불타는 인간의 슬픔과 파괴가 주제로 삼아지는 음악들이 더 많
습니다. 오늘 저녁 이 무대에서 불려질 노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주시간이 길거나 형식이 복잡한 음악을 듣는데는 상당한 긴장
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그런 고역을 스스로 택하려는 사람은 제한되기
마련인 게 우리의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학교 교육 마저도 도무지
음악 듣는 훈련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의 감상시간은 겉치레로 그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악을 즐기는 딜레탕트는 커녕 최소한의
음악적 소양조차 지니질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음악에서 위안과 기쁨을 찾기를 원하고, 음악을 취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찍이 古代 희랍시대에 플
라톤이 음악을 국가의 통치와 결부시켜 생각했고, 현대에 와서도 쉬톡하우젠
이 음악을 질병 치료에 응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러한 이론
들은 서양사회에선 꽤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형편은 어떻습니까?

서울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부산에서도 몇 개의 이름난 공연 단체들이 공연을
했습니다. 그 중의 몇 공연은 표가 매진됐고 뒤늦게 표를 구하려던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표가 일찌감치 매진된 이유는 부산
시민들이 갑자기 문화의식이 높아져서 미리미리 표를 샀기 때문이 아니고 서
울과 대구의 애호가들이 대거 원정 관람을 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부산도
이젠 문화적 체면이 섰다"고 성급한 판단을 내렸던 분들이 참 곤란하게 되고
말았읍니다.

요즘, 본격적인 음악 시즌을 맞아서 공연장은 연일 각종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
다. 음악회의 스타일과 곡목은 서로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된 사실이 있습니
다. 한결같이 공연장의 좌석이 너무 많이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공연장의 좌
석이 비어있는 이유는 바쁜 사람들이 많은 탓도 있겠으나,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인내' 와 '훈련'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악은 모든 음악의 종류 중에서도 가장 친화력이 강한 음악입니다. 악기를 사
람의 육체로 삼고 있고, 우리가(대중) 쓰는 언어로 노래되기 때문입니다. 따라
서 성악은 따뜻한 음악입니다. 성악은 성악가만의 것이 아니고 동시에 내 것이
기도 합니다.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변치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회는 전문가에게나 딜레탕트에게나 또
는 음악의 입문자 누구에게나 특별한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음악회
는 음악의 사회교육적 부수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불려지는 노래들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있는 노래입니다. 흥
이 나면 우리도 이 노래들을 얼마든지 멋지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번뇌 많은
이 세상 살아가면서 이렇게 기분 좋고 흥이 나는 경험도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이 음악회의 말미에 '이별의 노래'를 합창하자고 넣은 것도 그런
생각에서 였습니다. 만일, 이 음악회에 오시게 된 동기가 주변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무대는 그런 분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믿습
니다. 기원전 4세기 장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읍니다. "한 남자가 황제에게
천계(天界)의 음악이라고 불리는 음악을 들었다고 보고하면서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제1장을 들을 때는 불안해졌습니다. 제2장에서는 몹시 피로
했습니다. 제3장에서는 머리가 혼란했지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무한감이
마음속에 생겨 나 자신을 잊어버리게 됐습니다>. 그러자 황제가 대답했다.
<그랬을 것이다. 음악은 인간의 손을 통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것이 나타내
고 있는 것은 天界의 것이다. 음악은 천계의 질서와 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음악회를 매체로 하여 하늘과 교감하는 색다른 경
험을 하게될 것입니다. 천계의 질서를 닮아 아름다운 삶을 누리십시오.

                               1988년 10월 {우리들의 산} 기고문
** 이 글을 퍼 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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