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향해서 막강한 지도력을 행사했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매스컴
을 통해서 자신이 알츠하이머병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바 있었다. 이 뉴
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크게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앓고 있는
그 무서운 병을 스스로 밝힌 용기에 대해서 "과연 레이건답다!"고 칭송하기도
했었다.
알츠하이머병, 즉 노인성 치매는 당사자에겐 물론이거니와 가족들과 주변 사
람들 모두에게 큰 불행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려움을 당한다. 게다가 마땅한 치료방법마져 없는 형편이니 이 질병
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50대 장년 또래들이 모이면 농담 삼아 자주 던지는 말
가운데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아서야 쓰겠나!"라는 말이있다. 치매에 걸리
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노년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지방정부들이 치매 환자를 위한 요양원 건립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하고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
런 사업들이 곳곳에서 저지 당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다. "치매 센터 짓는 거
야 좋지, 그렇지만 우리 동네엔 안돼!". 그리고선 동네방네에 현수막을 내건
다. "치매 센터 건립 결사반대!".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도 예외가 아니다. 장애인을 돕는 기관이 반드시 있
어야 한다는 논리는 찬성이지만 우리 동네에 세우는 일은 안된다는 것이다. 지
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 이런 시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수 없이 걸려있
다.구호는 한결같다. "결사 반대!"다. 그 말 그대로 옮기면 "죽어도 우리 동네
엔 안돼!"가 된다.
치매 센터를 세우고, 장애인 복지 시설을 짓는 일은 핵발전소나 골프장을 짓
는 일과 차원이 다르다. 핵발전소는 정 안되면 다른 종류의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로 변경이 가능한 것이고, 골프장은 만들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치매 센
터와 장애인 복지시설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기필코 만들어야 할 시설이다. 그
야말로 결사적인 신념을 지니고 세워야 할 의무이자 책무이기도 한 시설이다.
그런데 그걸 결사반대하는 이상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그런데도 너
네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삶의 질을 이야기하고 정부를 질타한다. 참으로 희한
한 세상이다.
부산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부산의 어느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호텔
엔 장애자를 위한 주차면이 단 2개면 밖에 없다. 그런데 그 2개마져도 호텔의
높은 사람 승용차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다 장애인 차량이 오게 되
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거나 되돌아가야 한다. 이런 호텔은 법적 장애인 주
차면적을 확보할 의무가 있을 터인데도 그게 지켜지지 않는다. 다른 호텔도 크
게 다를 형편은 아닐 게다.
놀라운 것은 일선 행정기관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애인 차량을 위한
배려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민원인의 이야기가 많다. 이러고서야 행정기관
의 말발이 설 수 없다. 지역 님비 현상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살기 힘겨운 상황
으로 몰아가고 있는 가를 생각하자.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이렇게 야박해지고
타산적인 존재로 떨어졌는지 성찰해 볼 일이다. 그런 성찰없이 "함께 더불어
살자"는 이야기는 다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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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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