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音樂의 최고 경지
** 사진 / 카메라타 안티콰
근래에 와서 우리 나라 음악계에도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
니라 작년부터 실내악 경연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1984년 영국의 에버딘 음악
제에 참가했던 서울예고 피아노 트리오가 1등을 차지하는 등 실내악 중흥의 싹
이 트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실내악 활동에 비교하면 한국의 현실은 이제 겨
우 발을 떼기 시작한 걸음마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웬만큼 음악을 즐긴다
는 애호가들도 타분야의 음악에 비해서 실내악을 여전히 생소하고 어려운 음
악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내악은 분명히 고급음악이다. 그 음악적인 깊이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曲
보다도 더할 뿐 아니라 감상의 취향이 예술적으로 원숙해질 수록 純音樂 양식
인 실내악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내악이 번성하고 연
주기술이 향상돼야만 교향악단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실내악에 대한 관심
과 투자야말로 전체음악의 균형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실내악을 문자 풀이로 한다면 '실내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이르는 것이겠으나
현대적인 해석에 따르면 純기악적인 음악(때로는 성악이나 낭독이 부수되는
경우도 있으나 주체는 역시 기악에 있어야 한다)이며 연주인원은 최소 1-2명
에서 최대 10명 내외. 각 파트는 오케스트라와 달리 각각 단독 연주자에 의한
충실한 연주를 수행하는 음악을 실내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실내악에 참여하는 연주자는 그 기량이 서로 균형을 이
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게 되며 각자의 음악적 자세와 호흡이 서로 일치해
야만 비로소 실내악의 매력이 창조될 수 있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말단
에 있는 주자가 맨 앞자리에 있는 주자보다 기술적인 점에서 뒤떨어지는 경우
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다해도 실제 연주에서는 대단한 문제가 되지 않지
만 실내악에서는 주자간 기량의 차이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 실내악에서의 연주자의 기량은 독주자 못지 않은 우수한 자질이 필요하면
서도 독주의 경우처럼 자기본위가 돼서는 안되며 주자 전체가 협동적인 정신
과 자세를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인적 구성을 보면 같은 고향출신(예=영국의 The Academy of St.
Martin-in-the-field, The Academy of Ancient Music 등), 같은 음악학교 출
신 (예=이탈리아의 이 무지치 합주단, 로마 합주단, 프랑스의 말구아르 실내악
단 등), 또는 같은 계통의 음악교육을 받은 주자들끼리 조직하는 경우가 많으
며 음색의 통일과 조화를 위해 같은 제작자나 제작회사의 동일한 악기를 사용
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실내악이라는 명칭의 기원은 17세기 이탈리아의 Musica da Camera 라는 말
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말은 '室의 음악'으로 번역되며 여기의 '室'이란 귀족
이나 왕후의 살롱(房)을 이르며 이처럼 작은 방에서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모
여서 중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무렵만 해도 실내악은 단순한 기악
만이 아니고 성악도 포함돼 있었으나 18세기에 와서 성악이 떨어져 나감으로
써 비로소 오늘날의 실내악 개념이 정립될 수 있었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실
내악을 반드시 실내에서만 연주해야 한다는 원칙도 없어지고 말아 실내악은
양식상의 분류로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내악의 형식적인 정돈과 논리적인 정립을 위해 17∼18세기 이탈리아 프랑
스 독일의 많은 음악가들이 헌신해 오던 중 인류가 발명한 가장 합리적인 음
악 형식이라는 소나타형식이 만들어지고 1711년 이탈리아 사람 크리스토포리
(1655-1731)에 의해서 해머가 장치된 피아노가 완성되기에 이르자 실내악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바하와 헨델에 의해서 다져진 실내악의 기초 위
에 꽃을 피우는 작업이 줄을 잇게 된다.
실내악의 발달 초기에 가장 커다란 공헌을 이룩한 인물로서 요한 쇼베르트(프
랑스의 쳄버리스트. 작곡자. 1720-1767)를 빠뜨릴 수 없다. 그는 피아노를 포
함시킨 실내악의 기초를 이룩한 인물로서 그가 작곡한 <바이얼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집>은 모차르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실내악의 개화에 큰 역할
을 했다.
현악기만으로 구성된 실내악은 1755년에 하이든이 작곡한 최초의 <현악4중주
곡>이 효시로 기록되고 있으며 이보다 30년 뒤에 모차르트에 의해서 완성된 6
곡의 <하이든 4중주곡>으로 현악4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게 됐다. 이리하여 실내악은 피아노를 포함시킨 것과 현악기만으로 구성된
것 혹은 관악기가 포함되는 형태로 다양한 편성을 향한 발전을 거듭하게 됐으
며 서양의 봉건주의가 붕괴되고 시민계급이 나타난 고전기 후반부터는 실내악
이 귀족, 왕후, 교회의 전용물로부터 대중의 공유물로 전환되면서 살롱에서부
터 극장이나 야외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실내악. 즉 방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기원적인 장소를 벗어나 보다
넓은 연주회장에서도 연주할 수 있는 음악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로써 실내악
은 형태에 있어서만 관현악과 구별 됐던 것이다.
실내악이 보다 자유스러운 공간을 차지하고 난 이후 과거의 고전기처럼 유형
적인 것을 떨쳐버리고 편성 형식 음향 등에서 훨씬 자유화됐으며 때로는 혁신
적인 작품들도 등장하기에 이르고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 와서 더욱 가세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통적인 현악 4중주나 피아노 3중주의 맥을 이어가는 작곡가들
도 많을 뿐 아니라(쇤베르크, 바르톡) 실내악만으로 명성을 얻은 작곡가도 등
장하고있다.
실내악은 관현악에 비해 훨씬 담백하고 성악곡처럼 가사에 의한 인도를 받기
도 어려워 감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반면에 실내악처럼 작곡
자의 본질적인 음악적 영감과 음악관을 가식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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