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에서 영광으로 가는 연주자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희를 중심으로 부산의 젊은 현악기 주자 15명으로 구성
된 부산신포니에타는 그들의 첫 연주회를 1986년7월12일에 가진 이래 지금까
지 싱싱하고도 정력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오고있다.
이 악단의 리더인 동시에 부산지역 현악계의 큰 별로 지목되고 있는 김영희는
이화여대 뮌헨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서울아카데미 앙상블, 국립교향악단, 레
겐스브르크 졸리스텐, 부산 피아노 트리오의 멤버로 경력을 쌓은 후 이 실내악
단을 이끌고 있다. 특히 '81년에 부산에 정착한 이후 부산 피아노 트리오, 청소
년교향악단, 부산대 프로무지카 등에 참여하는 한편 이들 악단의 음악적 발전
에 견인역할을 감당해 왔다.
부산 신포니에타는 제1, 제2바이올린 각 4명, 비올라와 첼로 각 3명, 더블베이
스 1명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멤버들은 대학에 몸담고 있거나 부산시향의 단원
들이다. 창단 이래 매년2회의 정기공연과 3,4회의 특별공연을 가져온 이들은
이제 명실상부한 부산 실내악의 대표적 존재로 뿌리를 내렸다.
창단 3년째에 접어든 '87년이 시작되자마자 이악단의 연주영역이 국제화되는
전기를 맞이했으니, 이들의 대만 초청공연이다. 아시아 작곡가 연맹은 음악적
국제 단체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대만의 경우는
상임의원을 두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편, 각종 국제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이 연맹에 가입한 국가들 중 가장 능동적인 활약을 하고 있었다. 대만 총
회장을 맡고 있는 허상혜(許常惠,국립대만사범대 교수)는 국제적인 명성을 갖
고있는 노교수로서 대만을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부산 신포니에타의 대만 연주회는 1월6일 오후 7시 타이페이의 중심가에 있는
친추안홀(實踐堂)에서 행해졌다. 약8백의 객석을 보유한 연주홀은 타이페이
의 대표적인 공연장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긴 했으나 우리나라의 시설과 비교
하면 상당히 뒤떨어진 형편이었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F장조'로 시작되어 파헬벨의 '카논과 지그 D장조'
복케리니의'마드리드의 야간행군' 대만 작곡가 허상혜의 창작품등으로 공연
은 진행됐으며, 지휘를 맡은 이광민(재미,박사학위이수 중)의 치분한 리드와
단원들의 진지한 연주가 정겨운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이로써 부산 신포니
에타는 부산 실내 음악계 최초의 국제무대 진출을 값진 성과로 장식할 수 있었
다. 공연이 있던 날이 때마침 타이페이 각 대학의 학기말 시험이 치러지는 형
편이어서 객석이 많이 빌 것으로 우려했으나 의외로 청중도 많았으며 우리 대
사관 직원들도 참석하여 단원들을 격려했다.
대만 공연을 계기로 부산 신포니에타는 그들의 앙상블 연마에 더욱 채찍을 가
할 것을 다짐했을 뿐 아니라 이 공연이 그들의 음악적 진로에 커다란 자신감
을 심어준 것이 이번 해외공연의 성과일 것이다.
* 1월10일
제8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아일랜드 태생의 베리 더글라스(26세, Barry
Douglas)가 우승하여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쇼팽 콩쿠르와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로 그 권위를 자랑하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지금까지
소련 세력이 활개를 쳤는데 영국인이 최초로 우승을 했다고 해서 더 요란한 화
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7세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영국왕립 음악학교에
서 수업한 더글라스는 양친이 가난했기 때문에 너무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
했고, 수업 도중에 여러번 좌절에 빠지기도 했으나 끝내 세계 최고의 콩쿠르
를 석권하는 영광을 거둬 "고난 끝의 영광"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더글라스의 데뷔 앨범이 RCA에서 출반됐다. 수록된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며 협연은 레너드스래트킨(Leonard Slatkin)이 지휘한
런던교향악단. '음악성 만점'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하니 그의
출발은 아무래도 극적이다.
2월5일
'불꽃 같은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1년 2개월만에 다시
부산 무대에 섰다. 2월5일 저녁 7시 시민회관 대강당은 근래 보기드문 많은 청
중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서혜경의 팬이1년 사이에 이렇게 불어난 것이
다. 1985년 12월 19일, 같은 무대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로 `활활 타
오르는 불꽃' 이었다. 그녀가 휘두르는 그 엄청난 에너지는 휴식 시간에 피아
노를 다시 조율해야 할 정도였다. 청중은 그 뜨거운 불꽃에 어찌할 바를 모르
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그는 '자기억제' 를 통해서 작품 해석에 보다 근접하려
는 예술적 눈을 새롭게 갖고 있었고, 개개의 작품이 요구하는 예술성에 자기
를 바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글룩(Gluck)의 `멜로디' 에서 그녀는 이 작품이 요구하는 가벼운 서정성을 나
타내기 위해 그 특유의 열기를 감추는데 최선을 다 하고 있었으며, 모차르트
의 소나타 K.570 연주에 있어서는 일찌기 그녀의 연주를 통해서 들을 수 없었
던 영롱하고 투명한 울림을 들려 주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가장 모차르트다운
연주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베토벤의 발트스타인 소나타처럼 까다로운 작품도 흔하지 않다. 이 작품이 요
구하는 극도로 정밀한 조형성과 뒤나믹스(Dynamics) 는 완벽한 테크닉의 기
초가 없이는 도저히 재현이 불가능한 것이다. 서혜경의 발트스타인은 흠 잡을
데 없는 세련된 연주였다. 이 실황이 중계방송된 후 많은 청취자들이 앙콜방송
을 요청할만큼 그 반응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날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곡인 무
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에서도 서혜경은 커다란 변신을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1년 2개월전의 부산 연주회 때도 전곡이 연주된 바 있어서 동일작품
에서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의
연주가 터져 오른 열정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표현은 열정의 억제와 폭발이 철
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비로소 그녀는 작곡자의 영감에 가장 가까이 접근 했
던 것이다.
사족 : 이화.경향 콩쿠르 특상을 받은뒤 꾸준히 콩쿠르에 도전하여 5.16민족
상, 美National young Artist competition피아노부 1등, 줄리어드 음대의 쇼팽
경연대회, 차이코프스키 경연대회 입상, 부조니 콩쿠르 최고상, 뮌헨 콩쿠르 2
등의 눈부신 경력을 쌓았다. 그동안 수업한 학교는 미국의 메네스音大와 줄리
어드音大,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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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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