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호세 카레라스
동양적인 자그마한 체구와 늘 우수에 젖은 듯한 표정으로 비제의 오페라'카르
멘'에 등장하는 <돈 호세>의 분위기를 갖고 있는 테너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가 기적적으로 사선(死線)을 넘어 재기에 성공했다.
작년8月, 파리에서 음악 영화 촬영도중 쓰러진 카레라스는 곧 그의 고향인 스
페인의 바르셀로나의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은 뒤끝에 백혈병이라
는 절망적인 통고를 받았다. 이때부터 스페인의 의료진은 카레라스를 살려낼
의학적 방법들을 모색한 끝에 이 분야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시
애틀 병원으로 옮겨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때 카레라스는 친동생의 골수
를 이식 받았는데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
장기 이식 수술에서도 가장 큰 장애로 등장하는 거부현상이 골수이식술에서
는 더 심한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무렵, 카레라스는 생
존 자체가 불확실한 사투를 벌였고, 이를 두고 항간엔 '카레라스가 AIDS(후천
성 면역 결핍증)에 감염돼 곧 죽을 것'이라는 제법 확신에 찬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시술된 골수이식 수술은 기적적인 성공을 거뒀고 서서
히 재기의 워밍업을 시작 하는데 까지 이르게 됐다.
카레라스가 시애틀 병원에서 투병하는 동안 세계 각처의 팬들은 그의 재기를
비는 편지를 수없이 보냈고, 작년 성탄절엔 그의 병실에15만 통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전세계에서 도착할 정도였다. '카레라스가 완쾌된 것 같다'는 첫 뉴스
가 나온 것은 금년4월경. 그리고7월부터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칼이 몽땅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의 그의 모습은 머리카락도 많이 회복되고 혈색도 비교적 좋아 그의
재기가 확실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백혈병도 이겨낸 카
레라스는 기자들에게 "그 무서운 병마와 싸우는 동안 내가 진실로 내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술회하면서 앞으로는 청중과의 유대
를 더욱 새로운 자세로 갖겠다고 말했다.
흔히 세계적 스타들이 대중 앞에서 오만하기 쉬운 태도에 대한 절실한 반성이
라는 인상이다. "내가 전처럼 좋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는지 의심하는 사람
들도 있겠지만 나 자신은 낙관하고 있다" 고 자신감을 나타낸 카레라스는 생리
적 건강은 물론이고 음악적인 건강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결과
적으로 그의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었다.
호세 카레라스는 지난9월16일 빈(Wien)국립극장에서 기적적이고 감격적인 재
기의 무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의 재기 음악회는 1시간 이상의 앙코르로 장
식됐다. 회원권을 입수한 사람은 열 사람에 한 사람 꼴이었다. 때문에 음악회
가 열리는 동안 극장 밖에는 수천 명의 팬들이 주최측이 마련한 대형 화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오스트리아 국영 방송은 이 실황(實況)을 전 유럽에 중
계했다.
카레라스는 이 재기 음악회를 열기에 앞서 7월21일에 바르셀로나 야외에서 15
만 명의 군중 앞에서 노래하여 일단 성공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었다. 백혈
병과 싸우는 동안 그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왔는데, 방사선이 성대에 지극히 위
험한 상태를 가져올 염려가 있었음에도 그가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
은'기적' 이라는 표현 이외엔 다른 어떤 표현도 불가능할 것이다.
카레라스의 인기는 일본의 청소년 사이에서 특히 열광적인데 10년전부터 팬클
럽이 결성돼 15세에서70세까지 1백명에 가까운 열광적인 회원들이 카레라스
에 관한 각종 정보를 싣는 회보를 발간하고 있을 정도이다.
빈에서의 복귀 리사이틀이 큰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의 레코
드 회사들은 카레라스의 CD(컴펙트 디스크) LD(레이저디스크)등의 발매를 발
표하는 신속한 상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8월8일,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베로나(Verona)야외극장에선 카레라
스의 재기를 축하하며 몽세라 카바에(소프라노), 티미트로바 등 23명의 인기
성악가들이 출연했는데, 이날 카레라스는 맨 끝에 등장하여 단1곡을 불렀는데
1만2천여 청중들은 일제히 기립하여 손수건과 플래시를 흔들며 그의 복귀를
환호했다. 이날의 수익금은 카레라스가 설립한 백혈병 퇴치기관인 <카레라스
재단>에 희사 됐다.
그간의 재기 음악회를 통해 평론가들은 "카레라스의 목소리는 오리려 때를 벗
은 느낌"이라고 칭송했다.
카레라스에겐 15세의 아들과 10세의 딸이 있다. 아들은 플루트 딸은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다. 병이 들기 전에 바쁜 스케줄 때문에 자녀들에게 소홀했던 것
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친형제의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
을 얻은 그는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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