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1년 6월 8일,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음악 역사상 최초의 독립되고
자유로운 신분의 음악가로서 새로운 첫 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에게 씌여진 굴
종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음악가로서의 독
립을 이 날 선언했던 것이다. 음악의 전문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14세기 무렵
부터 서양의 음악가들은 누구에겐가 종속되어있는 신분이었다. 혹은 교회나
궁정에 혹은 귀족에게 속해 있었던 그들의 사회적 신분은 사실은 종복(從僕)
에 지나지 않았다. 30여년간 에스테르하지家의 악장을 지낸 하이든도 그의 상
전과 맺은 계약서엔 한낱 하인의 신분이었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수 많은 여행에서 국왕, 귀족, 고위 성
직자들의 환대를 받았고,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와는 식탁을 마주하는 영광의
체험을 누렸다. 그러나 정작 그의 직속 상전인 잘츠부르크 대주교는 철저히 하
인으로써 모차르트를 대한다. 주교로서는 그것이 당연한 처사였겠으나 모차르
트에겐 견딜 수 없는 모멸이었다. 그의 천재와 그의 천성적 자유로움은 이러
한 속박과 모멸은 차라리 형벌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를 음악
사상 최초의 독립된 음악가로 존재케하는 동기가 되기는 하였지만, 동시에 엄
청난 자기관리의 책무가 그에게 지어지기도 하였다.
모차르트가 자유로운 신분임을 선언했을 때 그는 25세의 청년이었다. 그런 뒤
10년만에 그는 사망했다. 그가 35세의 나이로 요절했던 것은 여러 각도에서 조
명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단명(短命)과 그의 독립선언에도 상당한 연관이 있
을 것이라는 견해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하인의 신분에 순명하고 장수를 누
렸던 이전의 음악가들을 비교해 보면 모차르트의 요절은 피할 수 없었던 운명
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현대의 음악가는 스스로를 어떤 신분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최근 음악계에서
일고있는 '음악 귀족주의'에 대한 시시비비는 그래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예
술에 대한 치열한 아픔과 고뇌가 있는 곳에 예술가는 서야한다.
1991.3.11 국제신문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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