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회관 개관축하 공연
부산문화회관 개관은 부산에도 비로소 전문 예술공연장이 탄생 된다는 역사적
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연주홀 이외엔 전문공연장
이 없었다. 또 오페라나 발레와 같은 특정 무대예술은 정상적인 공연이 불가능
했다. 부산문화회관의 개관은 부산에서도 오페라나 발레를 포함한 모든 무대
예술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공연장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이 문화회관 개관을 축하한다는 부산시의 공연계획(안)은 한마디
로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8월 26일부터 9월 7일까지 잡혀 있는 축하공연은 개관 날짜가 9월 3일로 미뤄
지면서 순차적으로 미뤄지는 모양이나 그 내용은 모조리 시립예술단의 정기공
연이나 특별(?)공연으로 채워지고 있을 따름이다.
국내의 유수한 연주단체와 연주자는 물론 외국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다. 첫
날 개관공연은 교향악단과 합창단이 베토벤의 <헌당식 서곡>과 안익태의 <한
국 환상곡>을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참으로 편한 착상이다. 그 밖의 공연도 <
전통국악의 밤> <창작 국악의 밤> <실내악의 밤> <팝 콘서트>등이고 나머지
는 각 시립예술단의 정기공연들이다.
부산문화회관 개관이 갖는 의미를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부산시의 개관공연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하여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실로 난감하기만 하다. 개관공연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면 보나마나 당국자는
예산이니 여건이니 하며 종래 해오던 얘기들을 다시 되풀이할 게 뻔하다. 개관
기념공연 계획을 본 어느 예술인의 말.
"문화회관이 어떤 회관인데, 아니 이런 한심한 일이 있나!" 전적으로 공감한다.
'부산에 예술행정이 과연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4백20
여명의 큰 식구를 이끌고 내한한 [라 스칼라]의 극장장 카를로 마리아 바디니
씨는 극장장의 역할을 "공연기금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알려진 것처럼 부산엔 시민회관과 경성大 콘서트 홀이 연주홀의 전부였다. 때
문에 공연이 러시를 이루는 시즌에는 예술가들이 공연장 확보에 엄청난 노력
을 낭비해 왔다. 그러던 차에 비록 반쪽 개관이긴 하지만 문화회관의 개관은
공연장 부족을 상당 부분 해소한다는 의미와 공연 전문극장을 부산에서 처음
으로 갖는다는 기쁨을 예술인과 애호가들 모두에게 주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문화회관의 개관은 부산의 공연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소중한 의미가 부
여되는 것이다. 아무리 부산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 문화의 낙후성을 면하지 못
한다고 해도 서울의[예술의 전당] 개관공연을 상기한다면 시당국의 개관공연
계획은 절대적 문화의 낙후성을 노출시킨 것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문화회관이 건립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산의 공연예술가들은 적어도 문
화회관 관장만큼은 전문가가 맡아야 될 것이라는 여망을 갖고 있었으나 이 역
시 市공무원으로 임명됐다. 서울의 국립극장과 예술의 전당이 전문가를 극장
장으로 초빙하여 운영되고 있고 세종문화회관 역시 문화예술계의 여망을 좇
아 곧 전문가를 관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것을 생각한다면 부산시가 내
려야할 답은 이미 나와있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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