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음악비평은 음악의 창작자인 음악가(작곡가, 연주가)와 음악의 수용자인 일반
대중 사이에 놓여진 [다리]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한다. 음악비평은 그렇기 때
문에 매우 현실적이며 실재적이다. 특히, 작품 보다는 연주행위에 대한 비평
에 치중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다리]를 세우는 작업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
었다. 연주란 그야말로 찰라적 행위여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던 것이다. 연
주평을 쓴다는 행위는 그렇기 때문에 [또 한번의 연주]가 되는 셈이다.
평론가가 세우는 다리는 두개의 큰 목적을 갖는다. 하나는, 연주자가 창조한
재현예술 행위에 대한 미적가치(美的價値)를 평가하여 그가(그들이) 발전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하고 믿음을 주는 다리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일반 수용자를 위해서 연주예술의 가치와 내용을 설명해줌과
동시에 그 연주가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판별하여 주는 친절한 안내
자, 가치로운 안내자로서의 다리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실린 평(評) 글은 주로 신문과 잡지에 이미 발표되었던 것들이다. 따라
서 이 글들의 주된 독자층은 일반 수용자와 제한된 음악가들이다. 그러다보
니 '안내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먼저 밝혀둔
다.
보편적으로 비평적 입장은 두 가지로 설정된다. 주관주의(主觀主義)와 객관주
의(客觀主義)가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버나드 헤일(Bernard C. Heyl)의 상
대주의적(相對主義的) 비평의 입장에서 '다리 놓기'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 헤
일에 따르면 "상대주의적 비평에 있어서는 불변의 절대적 가치를 거부하고, 가
치 평가를 주로 개인적 태도나 특정한 집단이나 특정한 문화에 따라서 가변적
인 것으로 용인"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주의적 비평에서는 경험적 規準
(Empirical Criteria)으로서 구체성(Specificity)을 특성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치 기준이란 개인이나 사회나 문화나 시대에 따라서 가변적인 것이
기 때문에 다종다양(多種多樣)한 기준이 비평가에 따라 성찰(省察)되고 이론
적으로 定則化될 수 있을 때 이를 평가에 채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이라는 독특한 음악환경이 가치기준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은 필자의 일관된 논리적 바탕이었다. 서울, 혹은 세계라는 음악환경과 부산
의 그것은 구분되어야 했다. 그것이 필자가 갖고있는 상대주의적 논리 구축의
출발점이다. 그러면서도 논리의 지향점은 [세계 속의 부산] 이었다. 비교논리
의 차원이 아닌 [부산적 음악문화의 창출과 계승]이 확립되기를 희망하는 간
절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론가는 예리한 예술적 감응력(感應力)과 과학적이며 분석적인 논리력(論理
力)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필자 역시 그러한 감응력과 논리의 확보를 위
해 노력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역부족과 미련함과 무식함을 고백하지 않
을 수 없다. 부끄럽고 초라한 [다리]이긴 하지만 이 길에 관심있는 분들의 격
려에 용기를 내서 이 책을 엮었다.
제 2부에 엮은 [부산 서양음악사]는 이미 '부산시사(釜山市史)'와 '음악과 민
족'에 발표된 것인데,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역사기술은 아직도 보완
되고 수정되어야할 부분이 많다. 관련 학계와 학자들에게 드리는 일종의 사료
(史料)라는 차원에서 거두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지원금을 주신 부산직할시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평론집 : 또 한번의 연주 / 곽 근 수 지음
1판1쇄 발행 / 1992.9.1
펴낸 곳 / 세종출판사
펴낸 이 / 이길안
등록번호 / 제카 1-96
등록일자 / 198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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