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가 양적으로는 아주 풍성한 편이다. 그런데 그 많은 음악회가 듬성듬
성 비어있는 허전한 객석을 마주하고 이뤄지고 있다. 청중이래야 연주자의 친
지들과 억지 동원된 학생들이 고작인 경우도 흔하다. 이래 가지고서야 음악회
가 아무리 양적 팽창을 거듭한들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무대에 올라서는 연주자나 프로그램이 상품이면, 청중은 고객이다. 고객은
제 마음에 쏙 들거나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상품을 사지 않는다. 음악회(특히
로컬 연주자의 경우)에 청중이 찾아들지 않는 이유는 그 음악회가 마음에 들
지 않았거나 매력을 느끼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클래식을 즐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하지만 그것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느데서 나오는 발상이기
쉽다. 어떤 음악회는 회원권에 프리미엄이 붙을 만큼 청중이 몰려든다. 잠재청
중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답은 나와있는 셈이다. 잠재된 청중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음
악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음악회의 특성화 작업이 있어야
음악회의 스타일 혹은 프로그램 편성에 개성을 부여해야 한다. 대부분의 음악
회에서 개성 찾기가 어렵다. 피아노 독주회를 샘플로 분석해 보면 그 실상
은 선명해 진다. 바흐나 스카를랏티로 시작되어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쇼
팽, 프로코피에프 등 현대곡으로 그들의 프로그램은 구성되어 있다. 청중이 음
악회를 찾게되는 동기는 연주자에 대한 관심, 혹은 레퍼토리에 관한 관심으로
집약될 수 있는데 음악회의 내용이 거의 이런 스타일로 된다면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이 되기 십상이다.
연세대학교의 이경숙교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꾸준하게 실천에 옮겼다. 그의 대장정도 경이로운 것이지만
매 번의 공연에서 회원권이 매진되는 현상은 더욱 감탄할 만한 것이었다. 상품
성이 높았던 결과다. 매스컴이 지대한 관심으로 그의 대장정을 그때그때 보도
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대단한 홍보효과를 가져왔다. 이경숙 이라는 피아니
스트가 물론 대단한 역량을 갖춘 연주자인 것만은 틀림없으나 일찍이 어떤 매
스컴도 이런 정도의 절대적인 관심을 나타낸 일은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그
의 대담한 아이디어가 가져온 결과였던 것이다. 아이디어가 상품의 경쟁력을
보장한다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연주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 공연 기획자의 타성이 개선되어야 한다
하나의 공연은 기획단계에서 종료 시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중
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정은 청중을 확보하는 일이다. 대체로 로컬에서 활동하
고 있는 공연기획자의 청중확보 방법은 고전적이다. 홍보 방식은 포스터, 전
단, 매스컴 이용, DM 등에 거의 전적으로 매달려 있을 뿐, 보다 참신하거나 첨
단의 아이디어 창출은 거의 포기한 듯 싶다. 부분적으로는 기획자의 경제적 취
약성이 기발한 홍보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더 근
본적인 요인은 아이디어의 빈곤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공연자의 친
지, 혹은 학교의 음악교사를 통한 루트 판매가 비교적 용이하고 효과적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으나 그러한 생각들을 거의 모든 기획자들이 한결같이 갖
고 있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시장, 고정된 청중을 두고 너도나도 덤
벼드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음악회의 러쉬가 이뤄지는 봄, 가을에 각급 학교의 선생님들이 적어도
10여 종류의 음악회 회원권을 부탁 받고 곤혹스러워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기
획자들이 얼마나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한다. 기획자는 상품(공연)
과 고객(청중)을 연결해 주는 철저한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에겐
소비자가 원하는 흥미있는 양질의 상품을 제공해야 할 책무와 예술의 후견인
이 될 수 있는 훌륭한 고객을 개발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 청중은 예술의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유럽보다 돈이 많다. 세계 어디를 가나 일제 상품의 광고탑이 없는 곳
이 없고 일제 자동차가 구르지 않는 길이 없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일본의 경제
적 침투는 놀랄만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리에서 영어를 갖고 의사소통
이 안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일본어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유럽을 여행하면 주눅이 든다. 돈 많은 사람이 없는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든다면 이건 예사 일이 아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인들이 유럽에서 주눅이 드는 이유는 딱 한가지 유럽의 문화적 분위기 탓
이다.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심지어는 한촌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공간들은 무
수한 문화적 시설들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그네들의 생활이 거의 체질적으
로 그러한 문화적 분위기에 젖어있는 사실이 일본인들의 기를 죽이고 있는 것
이다.
"문화적 삶이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라 했다. 때문에 비문화적 삶이란 비
인간적 삶이라는 논리도 가능한 것이다. 결국 문화적 삶은 재화의 단위로 계측
될 수 없는 성질인 셈이다. 요즘은 문화가 너무 남발되고 있다. 의류문화, 자동
차문화, 차 문화, 심지어는 식당 문화도 있게 되었다. 아무 데나 문화가 설쳐댄
다. 그러나 역시 진정한 문화란 인간의 정신세계에 건강한 풍요를 제공해 주
는 예술문화일 것이다.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제 아무리 기발한 공연을 제공한
다 해도 아예 미동도 하지 않는 대중들이 이 거리를 꽉꽉 메우고 있다면 청중
개발이란 한낱 공론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연 회원권 한 장을 사는 행위는 문화(예술)의 후원자나 옹호자가 되겠다는
적극적 행위라고 생각하자. 우리 나라의 판소리 다섯 마당이 오늘날까지 계승
되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명창들의 소리에 관심을 가져주고 그들의 생활에 적으
나마 십시일반의 후원을 우리 조상들(특히 서민들)이 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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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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