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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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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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시 현악 4중주단(PARISI QUARTET) 연주평

  
  
지난 10월 26일, 문화회관 중강당에서 열린 [파리시 현악 4중주단]의 연주
는  소문데로 값진 체험을 청중들에게 선물했다. 부산 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연주회는 파리 고등음악학교 출신의 동문들로 구성된 파리시 4중주
단과 부산의 중견 피아니스트 김남숙씨(고신대 교수)의 협연으로 마련되었다.

파리시 현악 4중주단은 1984년, 파리 고등음악학교에서 각 부문의 최우수 졸업
생들로 구성·출범되었고, [바니프 국제 콩쿠르] [에비앙 국제 콩쿠르] [뮌헨
콩쿠르]에서 잇달아 입상함으로서 국제적으로 그들의 연주기량을 인정받은바
있으며, 년간 100여회의 공연에 나서고 있는 프랑스 실내악계의 자존심으로 상
징되어져 있다.

부산에서 들려준 그들의 앙상블에서 청중들이 가장 인상 깊게 받아들인 것
은 '싱싱한 활력' 이었다. 그간 수많은 외국 실내악단의 연주가 있어 왔지만 이
들처럼 강렬한 힘과 열정을 쏟아 내는 연주는 흔하지 않았다. 포르테(forte)에
서나 피아노(piano)에서나 변함없이 젊음으로 뿜어내는 옹골찬 패기는 참으
로 인상적이었다. 현악4중주에서 강조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치밀하고도 섬
세한 직조감(織造感)의 표출일텐데, 이러한 측면에서도 파리시의 연주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체감(一體感)과 균질감(均質感)을 들려주고 있었다. 놀라운
기량이다.

연주곡목은 안톤 베베른(Anton Webern)의 [느린 악장], 라벨(Ravel)의 현악4
중주, 프랑크(C. Franck)의 피아노 5중주곡이었다.

베베른의 작품은 앙상블의 표출에 있어서 극도의 절제와 균형감각, 풍부한 표
정이 주문되는 난곡(難曲)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시의 연주는 흠 잡기 어려
운 것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들의 연주기량이 매우 탄탄하다는 사실을 선명하
게 들려주었고, 아울러 악곡 해석에 있어서 매우 논리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신뢰를 객석에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벨의 현악 4중주곡에서 우리는 "정서적 동질성(同質性)'이란 과연 무엇일
까?"를 생각하게 된다. 라벨이 이 작품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성의 특질은 분명
한 '프랑스적 색채감' 이었다. 그것은 작위적(作爲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체
질적 감성이자 색채라고 보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질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우선 되어야할 조건은 체질적 동질성이라고 보여 지는 것이다. 특
히 라벨의 톤(tone)을 표출하는데는 이러한 동질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
기 마련이다. 이 작품을 수록한 레코드들 가운데서도 '바르톡(Bartok) 4중주
단'의 연주를 가장 뛰어난 연주로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고 있는 까닭도 톤의
표출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기막힌 동질성 때문인 것이다. 파리시 콰르테트는
바로 이러한 우선적 조건에서 더할 나위 없는 아이덴티티를 뽑아내고 있었다.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라벨의 색감(色感)은 이들의 현(絃) 위에서 때로는 현란
한 빛으로, 때로는 우아한 서정의 빛으로 아롱거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역동감은 또 얼마나 강렬한지 청중의 가슴을 기쁨으로 충일시키고도 남았다.
한 점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 있게 그어대는 보잉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
서 객석에 환희의 파문을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크의 5중주곡을 협연한 김남숙은 안정된 호흡으로 악곡의 전체를 조망하
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 무대에서 쌓아 온 앙상블 팀과의 협연 경
험이 이러한 여유를 주었으리라. 그러나, 파리시와 김남숙의 음악엔 몇 시간
의 연습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특정한 프레이즈 안
에서 움직이는 아티큘레이션에서 두 그룹의 음악적 개성의 간격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 제1악장의 冒頭에서 현(絃)이 들려준 아티큘레
이션의 질감(質感)과 피아노의 그것이 현저한 이질감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
을 예로 삼는다 ---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협연에서 심각하게 고려되어야할 문제
라고 여겨진다. 제한된 일정 때문에 충분한 연습과 호흡 조절이 불가능한 것
이 현실이기 때문에 협연 하게될 팀의 연주 내용을 미리 치밀하게 분석·대응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리시 현악4중주단의 연주는 우리 실내악계에도 상당한 교훈을 주고 있었다.
어설픈 연습과 엉성한 호흡으로는 결코 객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교훈이다. 균등한 연주 기량과 치밀한 연습과 논리적인 악곡 분석을 통한 연주
만이 실내악의 진수를 객석에 전하는 길이라는 표준적 진리가 한번 더 확인되
었던 음악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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