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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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카이(堺) 시티 오페라단 콘서트 리뷰


지난 2월 2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일본 <사까이市 오페라단 솔리스트 앙상블>이 연주
한 로시니의 <작은 장엄미사곡>은 올 들어 첫 번째 외래공연이라는 것과 흔치 않은 일본
음악인들의 공연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호기심을 갖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이 무슨
배짱으로 그 힘든 외국 나들이를 했는지 그날 그 자리에 자리했던 청중들을 크게 실망시킨
공연이 되고 말았다.

사카이市는 오사카후(大阪府)에 속한 소도시인 관계로 문화적으로 철저하게 오사카 권에 속
해 있다고 한다. 그런 때문인지 부산에서 공연을 가진 사까이 시 오페라 단원들도 9할 이
상이 오사카 음악대학 출신들이다. 1985년. 사카이 오페라 협회가 발족됐고, 그간 다섯 번의
오페라 콘서트(콘서트 형식을 빌린 오페라 공연. 일본엔 이런 형태의 공연들이 많이 열린
다)와 몇 번의 종교음악 공연을 가졌다고 한다.

1989년에 단체 이름을 <사카이 시티 오페라단>으로 변경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사카이 시민 약 2천여 명이 후원회에 가입해서 재정적인 도움은 물론 공연 때
는 청중으로 객석을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다.

부산 무대에 선 멤버는 피아니스트를 포함해서 20명이었고, 그중 17명이 오사카음악대학과
오사카예술대학 출신이고, 해외유학 경력자는 베이스 유마모토(山本正三)가 유일했다. 단원 오
모리(大森地鹽)는 독일 드레스덴 가극장의 솔리스트로 계약된 뛰어난 성악가라고 프로그
램에 소개되었다.

로시니의 작은 장엄미사는 작곡자의 71세 때의 작품인데 4명의 독창자와 12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두 대의 피아노와 하모니움으로 연주되는 그야말로 작은 규모의 연주 인원을 요구
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바로크 시대 이후 흔히 작곡되어 온 작은미사(Missa Brevis)와 구
분지어지는 작품이다.

로시니는 이 곡 말미에
“사랑하는 주여 여기에 이제 막 완성된 저의 비천한 작은 미사가 있나이다. 제가 작곡한
것이 신성한 것입니까? 아니면 저주스러운 것입니까?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오페라 부파
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런 재주도 없습니다만 이것이 전부입니다. 찬미 받으소서. 그리
고 저에게 낙원을 허락 하소서”라고 썼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로시니의 너스레쯤으로 받아들여질 수 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간에
숨겨진 이 작곡가의 진정한 뜻은 이 미사곡이 다만 겸손해 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이라고
썼을 뿐, 결코 왜소한 작품이라는 고백은 아니지 싶다.

사카이 오페라단은 우선 원곡에 충실 하겠다는 의도는 갖고 있었다. 합창단 규모를 로시니
의 의도대로 12명으로 하고, 두 대의 피아노를 사용했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애서 이들은
부산공연 준비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을 간과해서 결과적으로 공연 전체를 허술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오르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음향적 효과가 현저하게 메커니컬한 톤으로
만 치달려 작곡자가 의도하는 유연성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 미사곡에서 로시니는 두 대의
피아노를 거의 타악기적인 용법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파격적인 시도가 빚어낼
건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오르간을 썼다. 실제로 그의 피아노 용법은 흔히 미국 뉴올리언스
의 재즈에 비교되어 설명될 만큼 미사곡의 피아노로는 일종의 전위적인 속성도 있는 터여
서 이를 중화시키는 음향적 보완장치로서 오르간의 역할은 중요했다.

두 대의 피아노와 오르간의 음향을 브랜딩 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음향을 만들 의도를 작곡
자는 이 작품을 통해 실험했던 것이다. 따라서 오르간의 역할은 다른 미사곡의 그것에 결
코 뒤지는 것이 아닌다. 만일 사카이 오페라단이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오르간을 포기하
였다면(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서울 공연엔 오르간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그것은 어이없
는 일이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피아노로 시종일관 반주했을 때를 가상한다면 이들의 오류
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로시니의 작은 장엄미사곡은 고도의 테크닉을 지닌 독창자와 합창단이 아니라면 많은 공중
앞에서 연주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만큼 이 작품은 연주 난이도가 매우 높다.
글로리아의 끝 부분 ‘성신과 함께 Cum Sanctu Spiritu’는 매우 숙달된 전문합창단이 아
니고서는 작품이 요구하는 원래의 속도로 연주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합창단은 이 대목의 속도를 반으로 떨어트려 노래 한다.

사카이 오페라단은 적어도 기교적인 숙련도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독창자들의 테크
닉도 무난했다. 그러나 개개인의 음색의 균일성과 합창의 기본이랄 수 있는 유기적인 파트
간 응집력이나 각 성부의 확고한 개성 표현에서 이들은 어느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
결과 음악은 객석과 유리된 채 표류했다. 그러다보니 로시니가 요구하는 기지와 연민의 그
미묘한 뉘앙스는 찾을 길이 없었다.

애호가에겐 삶의 기쁨을 줄 수 있고 우리 음악계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외래연주단
이 선별적으로 초청되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사카이 오페라단의 연주를 들으며 가졌다. 일
선에서 이런 일에 종사하는 매니저들의 역할이 새삼 강조 되는 대목이다.


                                          곽 근 수   1991년 3월  음악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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