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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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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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수미의 연주를 듣고


  
** 런던 필과 조수미는 1995년 3월 18일, 부산에 데뷔했다. 특히 조수미는 이
무대를 통해서 한국의 청중들 앞에 처음 등장했고, 메스트 역시 한국이 처음이
었다. 그즈음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조수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비로소 이 무대를 통해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되었
다. 아래의 평은 당시 부산일보에 필자가 보낸 연주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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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와 놀람과  탄성으로 시종했다. 일찍이 이런 종류의 음악회는 아주 드물었
다. 사람들은 연주회가 끝나 뒤에도 가슴에 남아있는 감동의 진한 여운으로 모
두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프란츠 벨저 뫼스트(Franz Welser Moest)가 이끌고 부산에 나타난 런던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들과 협연 무대를 가진 소프라노 조수미, 그들은 폭풍
같은 격정과 불꽃같은 감동의 회오리를 문화회관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가슴
에 던져 주었다. 음악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감동을 모두의 가슴에 전
했던 것이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3일 앞둔 3월 16일 오후, 부산에 도착했
다. 100여명의 단원들이 휴대한 가방만으로도 2대의 트럭이 가득 찰만큼 그들
의 행보는 도착 직후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숙소는 코모도어
호텔. 일본의 연휴(連休)가 겹친 탓인지 호텔 로비는 장터를 방불케 하였다. 그
러나 창가를 통해서 한 눈에 들어오는 부산항의 장관에 단원들은 탄성을 터뜨
렸다. 지휘자를 포함해서 전 단원이 부산은 처음이란다.

과연, 세계 정상급의 오케스트라는 달랐다. 공식적으로 짜인 부산 관광이나
쇼핑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단원들은 예외 없이 각자의 방에서 개인 연습에 열
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특히, 낮 시간대는 그 강도가 높았다. 개인 연습
은 그들의 체질인 듯 싶었고, 그런 모습들이 우리를 감동 시켰다. 바로 이런 것
이 이 악단을 세계 악단에 우뚝 선 존재로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도 서울에서
‘교향악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악단들이 숙소에서 개인 연습
에 매달리는 모습은 볼 수 없다고 한다. 1류와 그렇지 못한 류의 차이는 바로
이런데서 만들어졌던 것이다.  

조수미와 지휘자의 피아노 리허설은 17일 오후에 호텔에서 시작됐다. 많은 보
도진과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명
인(名人)은 오불관언 오로지 연습에 매달리고 있었다. 지휘자는 처음 대하는
한국가곡에 대해서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리운 금강산]이라
는 가곡이 우리 민족의 통일염원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하자 그의 태도
는 더욱 진지한 것이 된다. 연습 후, 메스트는 조수미의 음악에 대해서 필자가
몇 가지 질문을하자 “놀라운 소리다. 문자 그대로 세계 최고의 소리라고 확신
한다”며 격찬하고 즐거워 했다. 이런 훌륭한 성악가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얼
마나 행복하냐고 몇번이고 되뇌인다.

전단원과 조수미가 참여한 무대 연습은 18일 오전에 있었다. 단원들도 조수미
의 노래에 “브라보” 연발이다. 연습은 막힘이 없이 즐겁게 진행되었다. 수많은
연습을 지켜본 필자이지만, 이렇게 즐겁게 진행되는 연습은 처음 본다. 우리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가곡 [보리밭] [그리운 금강산]이 런던 필
에 의해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다. “세상에! 우리 노래가 런던 필에 의해서
연주되다니!”. 연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감격해서 뱉은 말이
다. 특히, 새야 새야의 반주는 그것 하나로도 완벽한 관현악곡으로 존재할 수
있을 만큼 편곡과 연주 솜씨가 기막히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과 모차르트의 [프라하]는 눈 감고도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적어도 런던 필의 단원이라면! 그래서인지 연습도 몇 부분만 발췌해
서 간단하게 해치우고 만다. 관악기군(管樂器群)이 표출하는 피아니시모가 사
람들의 기를 죽인다. 피아니시모 부분만 되면 소리가 뚝뚝 끊어지는 소리만 들
었던 우리들 귀에 그들의 피아니시모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번 연주회의 백미는 역시 조수미의 무대였다. 그가 구사하는 코로라튜라 기
술은 기악 연주자들이 오히려 주눅이 들 정도였고, 고음(高音)은 말 할 수 없
는 액스타시를 객석에 던져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딕션은 명경(明鏡)같은 전달
력을 지니고 있었고, 감정 표현의 폭과 깊이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달인
(達人)의 경지를 들려 주었다. 청중의 열광은 폭풍을 닮아 있었다. 당연한 반응
이다. 그 열광은 앙콜을 3곡이나 끌어 내었다. 세상사에서 묻은 번뇌와 혼돈이
한순간에 씻어지는 시간들이 계속 이어졌다. 놀라운 경험이다. 잊을 수 없는
체험이다.

프란츠 벨저 뫼스트는 비록 34세의 약관이었지만 그의 음악은 이미 대가(大
家)의 위치에 올라 서 있었다. 그의 비트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정확했고, 친
절했으며, 대단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가 설정한 아티큘레이션과 프
레이징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개성으로 계산된 것이었
다. 느린 악장의 노래와 빠른 페세지에서의 약동감에서 그 계산은 강한 개성으
로 표출되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프라하]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오페라적 속
성을 너무도 유연하게 표현하고 있었고,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에서는 어두움
과 빛남의 콘트라스트를 극명하고도 극적으로 대비시키고 있었다. 런던 필의
현악 앙상블은 놀라운 직조감(織造感)을 들려주었고, 관 파트는 유연성과 당당
함으로 음악의 조형(造形)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수미의 조인트 콘서트는 이 지역 연주사(演奏
史)에 커다란 획을 그은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아름다운 음악이 사람
들을 얼마나 감동시키는 것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주
었다. “음악은 어떠한 선(善)보다도 뛰어나다!”

                                                               1995년 3월 20일    곽근수

** 런던 필과 조수미의 공연 스케치(유투브)
** 출처 / KBS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wU2p_0grs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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