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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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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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 하노이 연주회 평

  
**  탄탄한 기교와 천부적 감수성의 첼리스트
                          
28살의 빼어난 미인(美人), 오프라 하노이(Ofra Harnoy)의 부산 연주회가 5월
14일, 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데릭 벰프톤(Derek Bampton)의 피아노 앙상블로
열렸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많은 청중이 운집한 것으로 보아서 그녀에 대한 우
리 청중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이 새삼 증명된 셈이다.

1965년, 이스라엘에서 출생하여 4살 때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한 하노이는 로
스트로포비치, 삐에르 푸르니에, 쟈크린느 뒤 프레, 블라디미르 오를로프 등
첼로의 명인들에게 지도를 받는 행운을 누렸다. 10세 때 카나다에서 오케스트
라와 협연하면서 데뷔한 이후, 13살 때는 {국제 연주가 연맹(International
Concert Artists Guild)}에서 주는 상을 받았고, 18세엔 Musical America誌에
서 주는 {올해의 신인}에 뽑혀 연주가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는데 성공
했다. 스타 연주가로서 입신하는 방법으로는 권위있는 콩쿨을 석권하는 길이
최상의 것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하노이의 경우는 순전히 그녀의 연주활동을
통한 스타덤으로의 진입이라는 사실이 돋보인다.

부산에 그녀가 오기전 우리가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은 약 5종에 이르는 디스크
를 통한 것이 전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음반은 그 독
특한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인데, 부산 리사이틀에 바로 그 작품이 선정되
어 있어서 연주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노이의 레퍼터리는 그라나도스의 [오리엔탈레], 브람스의 [소나타 제 1번],
포퍼의 [요정들의 춤]과 [헝가리 광시곡], 프랑크의 [소나타 가 장조] 등 5곡
이었다.

[스페인 춤곡집] 중 제 2번에 속하는 오리엔탈레는 원래 피아노곡인 것을 첼리
스트 피아티골스키가 첼로용으로 편곡한 것인데, 편곡이 원곡을 오히려 능가
한다고해서 꽤 유명한 작품이다. 하노이의 첫 활이 움직이는 순간, 그녀의 컨
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다. 빠른 페세지에서는 감지되기 어려웠지
만 레가토  와 디미뉴엔도에서 활이 흔들리고 있음이 확연했다. 경묘한 리듬감
과 아라비언 취미의 노스탈자가 멋지게 표현되기는 했으나 자신있게 그어대
는 보잉의 묘미는 이 소품에서 끝내 보여지지 않았다.

브람스의 소나타에서도 당연하게 표출되어야 할 [힘]이 늘 아쉬운 한계 아래
서 맴 도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로맨틱 소나타는 농도짙은 감
성과 뛰어난 구축력을 요구하는 작품임에도 하노이의 노래는 윤기없는 표정으
로 거의 일관하고 있었다. 그의 디스크에서 우리를 그토록 매료 시켰던 습기
어린 노래와 우수가 실제의 무대에서는 들려지지 않았다. 긴 여행이 안긴 여독
(旅毒)의 탓일까?

그라나도스와 브람스의 스테이지는 그녀에게 워밍 업의 시간이었을까? 포퍼
의 [요정들의 춤]에서 하노이의 활은 놀라운 기교와 현란한 텃치로 객석을 압
도했다. 요정들이 장난 칠 때, 그녀의 활과 핑거링은 초절적(超絶的) 기교와 놀
라운 어택으로 응답했고, 요정이 우울할 때 그의 음악은 놀라운 변신으로 이
를 표현했다.

긴 휴식이 있은 뒤 이어진 프랑크(C.Franck)의 소나타에서 하노이의 첼로는
흠 잡을데 없는 노래와 열정으로 이 위대한 작품을 연주했다. 지극히 자연스럽
고 여유있는 기교를 통해서 프랑크의 소나타는 섬세하고도 풍요롭게 재현되
고 있었다. 특히 제 3악장에서 그녀가 들려준 꿈결같은 환상은 여성 첼리스트
특유의 체질적 감수성과 무의식이 한껏 투영된 것이어서 청중을 사로 잡았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연(名演)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포퍼(Popper)의 [헝가리 광시곡]은 현란한 기교와 섬세한 감
성, 불같은 열정을 요구하는 마스터 피스(Master Piece)였다. 느리고 장중한
라산(Lassan)과 빠르고 열정적인 프리스카(Frisca)로 구성된 헝가리의 차르
닷시(Cardas) 이디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작품은 섬세함과 호방함의 극적인
대비가 돋 보이도록 연주해야 한다. 하노이는 상당한 여유로 이 작품을 응대하
고 있었다. 넘쳐흐르는 자신감으로 그의 활은 움직였고 폭풍같은 클라이막스
를 연출하는데까지 놀라운 감동을 만들어 냈다. 특히 넉넉한 윤기와 감성을 들
려준 레가토는 참으로 일품 이었다.

오프라 하노이의 가장 큰 강점은 견고한 기교의 터득이라 하겠다. 아울러서 작
품에 대한 치밀한 분석도 그녀의 오늘이 있게한 바탕이 되었다는 믿음을 주었
다. 그러나, 표현의 깊이와 폭에 있어서 그녀는 역시 [젊은이]의 한계를 벗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녀가 20대의 젊은 나이의 첼리스트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체질적 문제라는 느낌이 강하다. 반드시 극복되어
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노이의 연주회에서 그녀의 연주를 빛낸 또 하나의 요소는 피아니스트 데릭
벰프톤의 역할이었다. 음향적 균형 감각이 유별나게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을
뿐 아니라 표현의 질감에서도 하노이의 음악을 충실하게 바쳐주는 놀라운 적
응력을 들려 주었다. 섬세하면서도 또렸한 음감으로 객석에 전달되는 피아니
시모, 흐트러지거나 찌그러짐 없이 완벽한 공명으로 울리는 포르테, 시적 명상
으로 가득찬 릴리시즘과 폭풍같은 뒤나믹스는 경이롭게 첼로와 어울렸다. 오
히려 많은 부분에서 그는 하노이의 음악을 따뜻하게 리드하는 여유로운 모습
으로 객석의 신뢰를 받았다. 현악 연주에서 피아노가 들려주여야 할 파트너 쉽
이 무엇인가를 뎀프톤은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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